벌들의 초대장 두 번째 초대, 전시 <바다와 요나 그리고 너의 시간>
내가 사랑하는 자연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벌들의 초대장’ 릴레이.
박시호박벌 님의 초대장이 올라오고, 총 14분께서 초대에 오고 싶다는 신청서를 작성해 주셨다. 초대에 함께하고 싶다며 적어주신 신청 이유들을 차례로 읽어보았다.
초대 메시지에 마음이 훅 기울었어요. 전생에서는 물길을 헤엄치고 현생에서는 숲길을 날아다니는 박시호박벌님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초대자님만의 바다를 저도 함께 느껴보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 흰 수염고래 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는데, 참 마음이 깊은 분 같았습니다. 지역 초등학생들도 참여한 전시여서 그 의미가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꿀친분들 만나 안부 여쭙고 미소 짓고 싶습니다.
바다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숲길에 모여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초대날 찾아간 경춘선 숲길에는 기찻길이 쭈욱 뻗어있었다. 경춘선의 폐역인 화랑대역을 공원화한 장소였다. 갤러리 앞에서 게스트분들이 오시기를 기다렸고, 기찻길을 따라 걸어오시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전시를 시작한 직후에는 폭우 때문에 고생이었는데,
이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요.
여러모로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열리는 전시입니다.
갤러리에 모여, 먼저 호스트와 게스트가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의 제목은 <바다와 요나 그리고 너의 시간>. 심각해지는 해양 오염과 기후 위기로 병들어 버린 바다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지으셨다고 했다.
'요나'는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로,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종말에 대해 알리는 존재이다. 해안에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 밧줄 뭉치, 그물, 플라스틱 컵, 가방 등 100kg가 넘는 해양쓰레기가 나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모두 인간이 만든 쓰레기들이다. '인류가 스스로 불러올 종말이 고래 뱃속에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호박벌 님께서 도슨트로서 작품을 소개해주신 후, 각자 자유 관람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 구조물, AR을 활동한 작품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있었다.
게임 형식의 작품도 존재했다. 쓰레기로 뒤덮인 요나를 구하는 게임으로, 쓰레기를 주워 요나(고래)의 뱃속을 치우는 것이 미션이다. 이 게임을 하려고, 등교하듯 갤러리에 들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일화에 미소가 지어졌다.
작품을 둘러본 후,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예술가로서 환경 문제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이런 전시 만드는 것 자체도 환경오염'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해요.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지만, 전시품을 늘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인어라고 생각할 만큼, 물과 바다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스킨스쿠버를 시작했지요. 물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어서 스킨스쿠버를 했던 것인데, 서서히 그 풍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는 바다에게서 힐링을 받았는데,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예술을 통해 환경 이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과 환경 활동을 하는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일과 관련된 초대, 특히 유료 초대가 가능할까?'는 내가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가설 중 하나였다. 이번 초대가 이 전시의 운영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번 초대의 참가비는 5000원. 그만큼 전시 굿즈를 교환해 가는 방식이었다. (전시 굿즈의 수익금 30%는 해양오염 정화단체에 기부한다.)
게스트분들께서는 이를 기꺼이 내주셨고, 오히려 돈을 추가로 내고 굿즈를 더 구매하시기도 했다. 일정 때문에 초대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활동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후원금 2만 원을 보내신 분도 계셨다. 초대에서 호스트, 게스트 외에 '후원자' 역할이 등장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전시 관람을 마무리하고 근처 카페로 이동하여 참여자들 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바다에 대한 저마다의 애정과 걱정을 나누었고, 책 <해저 2만리>, <물이 엉엉 울어요> 등 바다와 관련된 책 추천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초대에는 꿀친분들이 아닌 지역주민분들께서도 함께 참여하셨는데, 이처럼 초대를 매개로 다른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대를 마치고 전시장 정리를 도와드리는데, 박시호박벌 님께서 선물이라며 꿀벌 양말을 건네셨다. 고래와 꿀벌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두 번째 초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 초대에서 발견한 가능성들, 또 아쉬운 점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참여자분들은 이번 초대를 어떻게 느끼셨을까? 문득 갤러리에 쓰여있던 문구가 생각이 났다. 다들 자신이 품고 있는, 때론 자신을 품어준 바다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왔던 길을 돌아가는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겠지요.
일과 관련된 유료 초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후원자 역할의 등장.
교통편 등의 더 구체적인 정보를 초대장에 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행사를 정시에 시작하지 못해 일찍 오신 분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시작 시간 지연으로 인해 원래 계획대로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고 + 참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초대 성격, 장소 특성 등을 고려해서 시간 배치 필요)
사전소통방이 생기지 않아 내가 제대로 신청을 한 것인지 헷갈렸다는 의견이 있었다. 안내 문자를 잘 확인을 못하시는 것 같아 앞으로는 카톡 등으로 연락드려야 할 것 같다.
호스트가 초대를 진행할 때 댄스위드비 팀의 개입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사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호스트 입장에서 ‘어디까지는 내가, 어디까지는 댄스위드비 팀이 준비해 주는 것이지?’ 헷갈린다.)
'벌들의 초대장' 꿀벌과 인류의 공존을 꿈꾸는 커뮤니티 '댄비학교'에서 시작된 기획으로,
내가 사랑하는 자연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릴레이입니다.
● 기획 의도가 궁금하시다면, 시리즈 첫글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