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초대장, 대망의 첫 번째 초대가 열리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벌들의 초대장' 릴레이.
첫 번째 초대자로 누구를 모실지 고심하며, 댄비학교 커뮤니티의 자기소개 글들을 훑어보았다. 그중 가장 최근 게시물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안녕하시렵니까. 최재팔입니다.>
1)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비 오는날 바다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고양이 전신을 마사지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술 한잔 걸치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산에 올라 도시락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아침이나 심야에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빌린 텃밭에 이거 저거 심거나 기르는 것을 좋아하고
말보다는 행동을 믿는 것을 좋아하고
기분이 꿀꿀하면 향 좋은 꽃을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재팔 님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달팽이텃밭' 꿀친분들의 소개를 받아 댄비학교에 오시게 된 분이다. 들어오시자마자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재팔 님의 초대가 기대되었던 이유는 재팔 님께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관찰을 넘어 자신의 언어로 자연을 전하는 사람. 재팔 님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풍경을 다른 이에게도 잘 전달하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기획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히고, 바로 통화를 드렸다. 첫 번째 초대자가 되어주실 수 있는지 묻자, 재팔 님께서는 '분명히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멋진 풍경이 있을 거다'라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다만, 사람들이 호스트가 되어 소개를 할 때 느끼는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주셨다.
'내 공간이 너무 멀면 어떻게 하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등 호스트의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또, 초대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가까운, 접근성 있는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직접 소개하고 싶으신 자연은 어딘지 여쭤보자,
가장 먼저 나온 장소가 바로 '텃밭'이었다.
"제가 4개월 전부터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얻는 배움이 엄청나요. 청계산에 위치하고 있으니 접근성도 좋고, 추가 비용도 안 들고, 실제로 제가 엄청 애정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여름날에 시원하게 청계산 등반하고, 텃밭에서 자란 작물들도 나눠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너! 무! 좋! 다!
시간, 장소, 어떤 사람들이 오면 좋을지, 준비물은 무엇이 있을지 빠르게 점검을 마치고, 이제 초대를 알릴 차례이다. 곧 첫 번째 초대가 있을 거라는 사전공지 때문인지, 댄비학교 오픈채팅방은 기대감으로 뜨거워져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방에 '벌들의 초대장'이라는 게시판을 열었다. 그리고 직접 '초대장'을 업로드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어린 시절 생일 파티 초대장을 적었을 때처럼,
초대를 열 때 '초대장'을 적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얼마 뒤 온 재팔 님의 연락.
"초대장 공유 됐는데요. 실망하셔도 난 모름니다."
실망하기는! 제목부터 센스가 흘러넘쳤다.
첫 초대의 제목은 <재팔이의 격정의 텃밭 속으로>. 노을 진 텃밭 속, 하늘을 향해 팔을 활짝 피고 있는 재팔 님의 사진이 아주 멋졌다.
그렇게 첫 번째 초대가 2023년 7월 12일, 세상에 공개되었다.
텃밭에 대한 애정이 초대장에서 느껴졌는지, 꿀친분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내 룸메이트들에게도 초대장 링크를 보내며 함께 가자하니, 너무 좋다며 동참해 주었다. 이틀 만에 신청자수 8명 돌파! 뭐지, 이 불안한 순조로움은...?
아차, 문제는 날씨였다.
야외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상 컨디션이다.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장마는 속절없이 이어졌다. 비가 세게 내릴수록, 내 속도 세게 타들어갔다. 재팔 님께 연락을 드리자, 안 그래도 그 걱정을 하고 계셨다고 했다.
"저도 그 걱정을 했는데 비 오면 아무래도 미뤄야겠지요.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밭이 망가지면 미루는 게 아니고 (초대 자체를) 변경을 해야 하고요."
헉! 그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었다. 초대 진행보다도 재팔 님의 텃밭이 무사하기를 먼저 바라야 했다.
비도 걱정도 많던 주말이 지나고, 밭의 상태를 묻자 피해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비로 인해 작물이 썩고, 병들어 장마 전처럼 풍성함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것보다 내일 비 예보가 더 걱정이지요."
초대 당일에도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야외 활동을 진행하면, 참여자분들께서 다소 불쾌하실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셨다. 텃밭 주변은 다 흙길이라서 특히 걱정이 되신다며, 장마가 지나고 초대를 진행하면 어떠냐고 제안을 주셨다.
너무 공감이 가면서도, 내 마음은 복잡했다. '첫 번째 초대고, 사람들도 기대를 하고 있는데 하루 전에 연기하면 맥이 빠지진 않을까?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진행하는 건 기획자인 내 욕심이 아닐까? 그치만 장마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우선, 등산은 생략. 텃밭만 함께 구경하고, 실내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자고 제안을 드렸다. 그 후 재팔 님의 가장 큰 걱정이 참여자분들의 불편함이었으니, 먼저 그 부분을 확인해 보자는 생각으로 신청자분들께 연락을 드렸다.
비는 괜찮은데, 호스트 님께서 편하신 것이 가장 중요하죠!
초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야, 놀러 오는 사람도 함께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호스트와 게스트 서로 상대가 혹시 불편할까 걱정하는 그 따뜻함에 나도 묘하게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초대를 진행해 보기로 결정!
내일 텃밭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까? 과연 이 초대는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까?
다음 편 예고
헉..?! 지금 비 200mm가 온다고 하는데요?
호스트가 초대를 열 때 느끼는 무게감(부담감)을 줄여줘야 한다.
야외 초대에서는 날씨가 중요한 변수이다.
호스트가 편한 초대여야 게스트도 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