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비즈니스스쿨 게리 해멀 교수와 미시간 경영대학원 C. K. 프라할라드 교수가 공동으로 쓴 <미래를 위한 경쟁>(1996년)에는 원숭이 실험이 나온다. 요점은 이렇다.
중앙에 긴 막대기가 세워져 있는 한 방에 원숭이 네 마리를 넣는다. 막대기 위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다. 배고픈 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려고 막대기에 올라타는 순간, 천장에서 찬물이 쏟아진다. 다른 침팬지들도 똑같이 해보지만 찬물을 뒤집어쓸 뿐이다. 여러 차례 물벼락을 맞은 뒤 원숭이들은 막대기 근처에 가지 않게 된다.
이후 실험자는 천장의 물을 잠그고 물에 젖은 원숭이 한 마리 대신 다른 원숭이를 방으로 들여보낸다. 바나나를 발견한 새 원숭이는 막대기로 다가가려 하지만 기존 원숭이들이 말린다. 경험상 찬물을 뒤집어쓸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에 젖은 원숭이 대신 새로 들어온 원숭이는 매번 막대기에 오르는 것을 저지당한다. 시간이 흘러 방에는 한 번도 찬물을 맞은 적이 없는 원숭이들만 존재하게 됐는데도 아무도 막대기를 타고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막대기에 왜 올라가면 안 되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막대기를 멀리한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2011년)에도 비슷한 침팬지 실험이 등장한다. <상상력 사전> 속 침팬지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는 새 침팬지를 저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행동(뭇매)을 가하고,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진다. 새로운 침팬지들은 뭇매를 가할 또 다른 침팬지가 방으로 들어오기만 기다리며 문만 쳐다본다. 사다리도, 바나나도 더 이상 그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여러 논문 등에서 원숭이(혹은 침팬지) 실험이 언급되지만 진짜 행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통적인 것은 의구심 없이 답습하는 현재의 행위, 사고에 경고를 날린다는 점이다. 정치든 사회든 스포츠든 현실에 갇힌 우리가 잊고 있는 ‘바나나’는 있을 터다. 물음표가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