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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Oct 01. 2019

길 위로 부유하는 시간

#미국 견문록 3.사진 한 장

순간의 평화로움이 사진에 담길 때가 있다. 공기마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착각이 드는 그런 찰나.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어느 시골 옥수수밭 옆길에서 그 순간을 봤다. 길 가의 해바라기나 오솔길 옆 나무마저 그저 완벽해 보이는. 실상 가까이에서 보면 해바라기는 시들어가고 있고 옥수수밭 또한 거대한 미로를 품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는 그저 흡족한 미소만 짓게 된다. 마음속에 한가득 자연만 담게 된다. 지고 있는 해바라기 따위, 꼬일대로 꼬인 미로 따위는 잊게 된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잔잔함인지도 모르겠다. 파동 없이 그저 부유하는. 지구는 그래도 돌고 있겠지만. 삶은 그래도 흔들리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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