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되면서 나의 마음은 바빠졌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광고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이다. 선생님이나 공무원이 최고 직장인줄 알던 여고생의 눈에 광고기획이라는 분야는 너무나 매력적여 보였다. 그당시에 서울까지 대학을 가려면 보수적이던 우리집을 설득해야만 했고 유명대학에 입학해야만 했다.
그때의 난 새벽 3시까지 독서실에서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는 학생이었다.
꿈이 있었기에 고단하지 않았고 서울에서 광고를 기획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수학의 정석'을 몇 번이고 풀고 또 풀었다. 부단한 노력 끝에 광고로 유명한 'H'대학에 수시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옥탑방 고양이'드라마가 그해에 인기 있어서일까'. 400대 1이 훌쩍 넘는 수시 1차의 경쟁률에 쓴맛을 보며 중요한 고3의 2학기는 방황하는 시간들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학교 같은 과에 지원해 보면 되지 않았냐고. 하지만 우리 집은 정말 보수적이었고 여자는 서울에 유명 대학이 아니면 보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기에 'H'대학을 떨어진 나는 부모님과 싸울 자신감을 잃었다. 그리고 방황하던 나는 수능을 대충 쳤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어차피 그 점수로는 서울에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었던 나는 대충 아무 곳이나 지원하였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지방대 사범대에 합격하였다. 그동안 수능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 그 해 겨울은 신나게 놀았다. 고향에서 꽤나 잘생긴 당시 유명가수를 닮은 남자친구도 사귀고 조그마한 시내를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활보하고 다녔으며 민증을 들고 당당히 나이트 여러 곳을 누비며 나름 작은 도시에서 꽤나 즐겁게 그해 겨울을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