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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The Fisher Nov 02. 2021

오늘의 위로

쓴 뿌리

쓴 뿌리.’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저에게는 쓴 뿌리 하나가 있어요.

평상시에는 절대 보이지 않은 뿌리에요.

나조차도 그런 뿌리가 있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죠.  

   

그런데 이 쓴 뿌리가 수면 위로 그 존재를 드러나는 때가 있어요.

불안에 내가 질 때예요.     



불안이 삶의 에너지가 되지 않고,

불안이 염려로,

불안이 두려움으로,

불안이 집착으로 바뀔 때예요.

그때 여지없이 쓴 뿌리가 올라와서 

나의 온 마음과 생각과 삶을 헤집어버려요.

헷갈리게 하고,

왜곡시키고, 

삶의 의미조차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해요.     


그렇게 한동안 고통스러워하고,

방황하고, 

또 때로는 쓴 뿌리는 잘라내려 애를 쓰죠.   

  

하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종료되면 쓴 뿌리는 사라져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죠.

하지만 수면 아래 깊은 어느 곳에 숨어있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쓴 뿌리를 외면해요.

건드리고 싶지 않거든요.

건드렸다가 발생하는 일련의 소통과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소원해요.

이 쓴 뿌리를 적당히 잘라내지 않고,

완전히 뽑아내고 싶어요.

뽑아내고 싶다고 한 번에 완전히 뽑혀버리면

참 좋겠지만,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한발을 내딛으려고요.

당장 쓴 뿌리를 찾아내서, 

거칠게 바투 쥐고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에게 이 쓴 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요.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요.     


우리 오늘,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주 깊게,

아주 넓게,

아주 신중하게,

나라는 밭을 기경해 봐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기경해 봐요.     

반드시 뿌리가 뽑힐 쓴 뿌리 말고도

나라는 밭에 감춰지고 숨겨진

보석보다 아름다운 장점들이 발견 될거예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오늘의 위로. Copyright ⓒ 작가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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