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뿌리
‘쓴 뿌리.’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저에게는 쓴 뿌리 하나가 있어요.
평상시에는 절대 보이지 않은 뿌리에요.
나조차도 그런 뿌리가 있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죠.
그런데 이 쓴 뿌리가 수면 위로 그 존재를 드러나는 때가 있어요.
불안에 내가 질 때예요.
불안이 삶의 에너지가 되지 않고,
불안이 염려로,
불안이 두려움으로,
불안이 집착으로 바뀔 때예요.
그때 여지없이 쓴 뿌리가 올라와서
나의 온 마음과 생각과 삶을 헤집어버려요.
헷갈리게 하고,
왜곡시키고,
삶의 의미조차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해요.
그렇게 한동안 고통스러워하고,
방황하고,
또 때로는 쓴 뿌리는 잘라내려 애를 쓰죠.
하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종료되면 쓴 뿌리는 사라져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죠.
하지만 수면 아래 깊은 어느 곳에 숨어있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쓴 뿌리를 외면해요.
건드리고 싶지 않거든요.
건드렸다가 발생하는 일련의 소통과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소원해요.
이 쓴 뿌리를 적당히 잘라내지 않고,
완전히 뽑아내고 싶어요.
뽑아내고 싶다고 한 번에 완전히 뽑혀버리면
참 좋겠지만,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한발을 내딛으려고요.
당장 쓴 뿌리를 찾아내서,
거칠게 바투 쥐고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에게 이 쓴 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요.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요.
우리 오늘,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주 깊게,
아주 넓게,
아주 신중하게,
나라는 밭을 기경해 봐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기경해 봐요.
반드시 뿌리가 뽑힐 쓴 뿌리 말고도
나라는 밭에 감춰지고 숨겨진
보석보다 아름다운 장점들이 발견 될거예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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