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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TA May 06. 2018

결이 다른 스트레스



퇴사를 하고 나서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냐고? 그럴 리가 있겠는가. 사람이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순 없다. 당장 월급이 끊기고 하는 일이 없어지면 뭐해 먹고살지 걱정이 한가득 생긴다. 회사를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결이 다른 스트레스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첫 번째였던 것 같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이지만, 모두 내 맘에 들 리 만무했다. 입사 초반에는 특히 사람을(나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이들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현관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하, 또 그곳에 가야 되는구나, 그 목소리를 또 들어야 하는구나'하고 생각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지금 보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출근했던 나 자신이 신기할 뿐이다. '오늘은 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왜 그땐 못했을까. 오늘 안 가봤자 소용없다는 무기력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나중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희망적인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물들이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는 것이고, 절망적인 사실은 또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 등장해서 나를 힘들게 했다는 점이다. 혼자 일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바꿔 말해, 지금은 혼자 일을 하고 있으니 그런 스트레스에서는 살짝 비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가끔 고객 중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회사생활에서의 그런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주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한 수준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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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면서는 스스로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내 힘으로 바로 해결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도 지시하는 대로 해야 했고,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품을 때도 많았다. 물론 직급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가 오너가 아닌 이상 어떤 직급에 있든 간에 느낄 수 있는 무력감이라고 생각한다. '애사심'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무력감 따위야 덮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기(?)였다. 퇴사를 끝내 결심했던 것도 이 지점이었던 같다.


당연히, 지금은 그런 무력감은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걸 내 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감과 불안함이 자리하게 됐다. 이 때문에 퇴사 후 초반에는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회사 다닐 때는 느끼지 못했던 스트레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할 때처럼 불필요한, 없어도 되는 스트레스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금 받는 스트레스는 양면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거기엔 설레는 마음도 섞여있고, 고민하는 만큼 의욕도 충전되는 느낌이다. 지금처럼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해나가고 싶다.



김동영,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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