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설화 작가의 책을 보며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아이들은 집에 사놓았던 ‘슈퍼 거북’과 ‘슈퍼토끼’ 책 외에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으리으리한 개집’, ‘밴드 브레멘’ 책을 이 책 저 책 번갈아가며 들쳐본다.
첫째가 ‘슈퍼토끼’ 책에서 그림 하나를 찾는다. 토끼 재빨라 씨가 거북이 꾸물이와의 경주에서 지고 괴롭게 거리를 지나는 장면이다. 괴로워하는 재빨라 씨 옆에는 본인 외에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세상 사람들이 있다. 그 그림이 ‘밴드 브레멘’ 책에서 브레멘 음악대 동물들이 콘서트를 열고 있는 장면과 겹친다. 작가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페이지다. 첫째는 언젠가 봤던 장면이 기억이 나서 얼른 책을 뒤졌던 거다. 둘째는 이 네 권의 책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책 속에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는 유레카를 외치듯이 엄마와 언니에게 알려주기 바쁘다.
나는 책의 첫 장에 작가 소개글이 있다고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작은 글씨로 적힌 작가 소개 글에서 유설화 작가의 다른 책이 무엇이 있는지를 찾았다. 우리는 다음에 ‘고양이 행성을 지켜라!’라는 책을 빌려보기로 했다. 그 책에 작가가 숨겨놓은 즐거움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막 책을 읽어주려 할 때 시작된 일이었다. 책의 내용에 들어가기도 전에 우리는 책에 빠져버렸다. 첫째와 둘째의 터울 차로 인한 거부감도 없었다. 책을 빌려다 놓은 나도 즐거웠고 책을 보는 아이들도 신났다. 12시가 넘어가려는 시간이어서 결국 책을 읽지는 못 했다. 책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 두 아이는 아마도 내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읽을 것이다.
나는 아이와 조금 더 책을 확장시켜 생각할만한 거리 하나를 던져주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을 보면 공통점도 있고, 작가가 선호하는 그림 취향이나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는 고릴라나 원숭이가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고 했다. 바나나나 상황에 맞지 않는 숨은 그림들이 그림에 자주 등장한단다. 백희나 작가는 클레이로 사람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은 그림책이 많다고도 한다. 아마도 아이는 다음번 학교 도서관 방문 시간에 본인이 알고 있던 작가의 여러 작품을 관심 있게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과정은 독자인 아이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책 취향을 만들어 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작가 소개글이나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알게 되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작가 소개글 페이지에 보통 번역가나 감수하신 분들에 대한 소개도 나오는데 이런 부분도 함께 살펴보면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갔는지도 느끼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