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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Jun 08. 2022

딜레마

 한동안  따라오나 싶었다. 수월하겠다 싶었.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면  막다른 길이다.


 아이가 처음 스트라테라 약을 처방받을 때 만해도 긍정적이었다. adhd로 인한 주변의 부정적인 말을 듣느니 약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조금이나마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 오롯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길 바랐다. 약효도 있는지 드라마틱한 변화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내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와 고성이 줄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adhd은 과잉행동이 크지 않아서 사실 일상적인 생활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딱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살짝 오버하는 부분이나 수다스러운 점이 있지만 예민하게 보지 않으면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만한 것들이다. 엄마로서 힘들다면 상황 전환이 필요한 순간마다 아이는 수다를 떨거나 다른 것에 기웃거리기 일쑤여서 매번 집중해야 할 무언가로 매번 다시 끌고 와야 한다는 거다. 계획적이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외출 준비를 하려면 한나절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밥 먹기, 양치와 세수, 옷 갈아입기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일깨워주지 않으면 시간에 맞춰서 끝내는 법이 없다. 내가 잘못 가르쳤나 싶다가도 둘째는 알아서 하는 거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것이 어렵다는 adhd의 특성이 이거구나 싶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보다 학업이다. 그날 하루에 끝마쳐야 할 과제들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고 제시간에 마치 지를 못하니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끼고 앉아 있는다고 제시간에 끝내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책상 의자에 앉아는 있다 한들 멍하니 딴생각하거나 지우개 가루 모으기에 집중하고 있으니 30분 만에 끝낼 것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붙들고 있다. 잘하든 못 하든 일단은 무엇이든 시작을 해야 다음 단계로 끌어줄 텐데 좀체 하지를 않으니 소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은 못 먹인다는 속담 마냥 의자에는 앉혔지만 다음 진행이 안 되니 나만 속이 탄다. 아이에게 틀려도 괜찮으니 약속한 시간 안에만 끝내보라고 해도 본인은 노력 중이란다. 채찍도 써보고 당근도 줘보고 플래너도 작성시켜 보고 해 볼 만한 것은 다 시도해봤지만 먹혀 들어가는 게 없다. 

 

 주의집중력을 잡아준다는 약도 내성이 생기는 건지 약이 안 맞는 건지 몇 달 지나면 다시 도루묵이다. 아이 몸무게에 따라 용량을 늘려나가는데 또래에 비해 작기도 하고 몸무게도 많이 늘지 않다 보니 약 용량도 마냥 늘릴 수는 없었다. 스트라테라 약효는 24시간 간다는데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아침에 깨우면 일어나라 소리 한두 번 만에 일어나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깨우는 것만으로도 전쟁 같은 하루를 시작해야 했는데 그거 하나 해결된 점만 해도 큰 발전이었다. 몇 달 후에 맞닥뜨린 다른 문제는 하교 후 과제였다. 본인 할 일 빨리 끝내고 쉬든 놀든 하면 좋으련만 숙제하려고 책상에 앉아서는 마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절반도 넘었다. 공부하는 것도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아까운 시간 흘러가는 모습은 나 혼자 아쉬울 따름이다. 


 병원을 약 2년 정도 다녀본 느낌으로는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처럼 24시간을 온전히 의사가 관찰하고 약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보니 환자나 부모가 얘기하는 내용을 토대로 약 용량이 바뀌고 약이 추가된다. 하교 후 나와 실랑이 벌이고 있는 아이를 대하자니 너무 힘들다고 진료 상담 때 얘기를 하니 메디키넷을 추가해주었다. 그런데 이 약은 약효가 6시간 정도고 오후에 먹이면 밤에 잠을 못 자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퇴근 후 아이를 봐줄 때가 가장 어려운데 오후 3~4시 이후에 먹여도 되는지 묻자 부작용 때문에 그 시간은 피하라고 하고 주말 같은 때 시간 조정을 해가며 아이에게 효과적인 투약 시간을 찾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사실 좀 난감했다. 평일은 어쩌라고... 


 현재는 학교 수업이라도 충실하게 들을 수 있도록 현관문을 나설 때 메디키넷을 먹인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때도 수업은 집중하는지 수업 중 과제는 제대로 마치는지 여쭈어보니 그런대로 잘하고 있다는 대답은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몇 달 잘 넘어간다 했는데 역시나 오후 시간대 숙제나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였다. 학습지 선생님조차도 전에 비해 집중을 못 한다고 하는 얘기까지 들으니 암담했다. 오히려 선생님께서 자책하시길래 집중력 약한 아이 맡겨놓은 엄마 입장에서 죄송하기 그지없었다. 엄마인 나도 힘든데 선생님은 오죽하시랴... 이런 일로 몇 번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데 엄마인 나는 자신감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다음 진료 날 이런 상황을 얘기하니 의사 선생님은 약 하나를 더 추가해 주었다. 약도 약이지만 현실적 도움이 될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았지만 길어봐야 20분 상담에 큰 소득은 별로 없었다고 느낀 게 사실이다. 약도 의사가 아이를 보고 처방했다기보다는 엄마인 내 이야기를 토대로 처방을 해준 것이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두 번째 약까지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는데 세 번째 약까지 받고 나니 솔직히 아이를 위한 건지 엄마인 내가 편하자고 받은 건지 애매했다. 세 번째 페니드 정이라는 약은 오후에 먹여도 된다는데 의사 선생님도 자주 먹이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고, 투약한 첫날 아이가 매우 불안정해 보여서 오후 학습이 길게 있는 날만 먹이고 있다. 그런데도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여 중단을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조용한 adhd라 놀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한 학년 한 학년 점점 본인이 해야 하고 익혀야 할 것들은 늘어나는데 약한 주의집중력 때문에 아이 본인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봐 안타깝다. 나에게는 아이의 보석 같은 부분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몰라줄까 봐 애가 탄다. 엄마 욕심인지 걱정인지 책임감인지 마냥 아이 하는 대로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고민이 많아지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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