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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Feb 01. 2023

어린이가 모두에게 바라는 것

어린이날 100주년-혁신학교 연대 활동, 어린이가 이어쓰는 어린이 선언

2022년은 어린이날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호의 뜻 '작은 물결'을 담아, 어린이가 어린이 가슴에 작은 물결이 되자. ‘열’심히 ‘공’ 감하자!라는 초점이 담긴 이름, 어린이 물결단으로 전교 어린이회 활동을 운영하였다. 혁신학교 4년 차에 이르고 있던 우리 학교 학생자치회에 연대 활동 제안이 왔다. (이때 나는 2021년 혁신학교 졸업 6년 차 학교에서 어린이물결단을 첫 1년 기획하고 운영하였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혁신학교 4년 차 학교로 학교 이동을 하게 되어 어린이 물결단 활동을 다시 이어가게 되었다.) 2022년 어린이 물결단의 1학기 핵심 활동은 전북 전교조지부 선생님의 제안으로 전주, 익산, 군산 3개의 지역의 혁신 학교 9개 학교가 함께하는 ‘어린이해방선언 2022년 버전을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2022 전북 어린이 줌 토론회 <세상을 향해, 우리가 말하다!> 어린이 선언문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그 흐름이 생겨났다. 


처음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코로나 상황에서 줌으로 서로 다른 학교의 어린이들이 만나 소통하고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서 어린이 스스로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학교 대표로 참여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갑작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 한 주 한주 생각을 쌓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정환재단의 자료를 참고하여 활동 안내 자료를 만들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며
<어린이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 활동 흐름>

1. 어린이라는 호칭 다시 보기
2. 어른 속 어린이 만나 인터뷰하기
   (두레 짝반 선생님 인터뷰)
3. 우리 학급과 두레 짝반과 함께
   어린이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문 작성하기
4. 9개의 혁신학교 줌토론회 참여하기
    (어린이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문에
     학교 대표로 목소리 내기)



어린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존중의 표현이다.


먼저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만든 '어린이'라는 호칭이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하기 활동에서 어린이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어린이라는 호칭이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어린이의 눈으로 어린이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 관찰하기’라는 리더십 미션으로 냈다.    


<어린이라는 호칭 다시 보기>

‘1923년 일제 강점기 어린이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방정환 선생님이 제안하신 ‘어린이'라는 호칭을 다시 돌아봅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를 부를 때 서로를 어떻게 부르나요?’

Q1. 어린이와 어린이 사이에 서로를 낮추어 부르는 호칭이 있나요? 그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Q2. 어린이가 서로를 존중하여 부를 때, 어떻게 부르나요? 그렇게 불릴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학급 리더들도 어린이이기에, 같은 처지의 어린이가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조사해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사 방법은 회의를 통한 방법, 관찰을 통한 방법, 인터뷰를 통하는 방법 모두 좋으니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다만 기억할 것 한 가지는 명령어가 아닌 부탁의 언어 사용하기를 권하였다. 


너의 생각을 이야기해 줄래?
회의에 집중해 줄래?
~해보자.
~해볼까?



이 활동을 통해 어린이를 존중하거나 높이는 말보다 낮추는 말을 많이 쓴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잼민이 가 낮추는 표현이라는 것을 많은 어린이들이 재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존중의 표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 어린이, 다 어린이'가 되는 길


어린이 선언문을 작성할 때, 어린이에게 바라는 점이나 어른들에게 바라는 점을 적게 되는데 이때 잘못하면 학교 안의 어른인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이 선언문을 통보받는 입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른과 어린이의 사이가 분리되기보다 '동심'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방정환재단의 슬로건 '더 어린이, 다 어린이'이가 눈에 들어왔다. 방정환 선생님이 꿈꾼 '모든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사는 세상'은 우리 모두 안의 동심이라는 어린이성, 즉 순수한 생명력과 열린 상상력(호기심)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어른 안의 어린이로 어린이 선언문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소통 미션으로 인터뷰 활동을 제안하였다. 이때 마침 우리 학교는 1-6, 2-4, 3-5학년이 두레 짝반으로 연결되어 학급과 학년 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과 두레 짝반 선생님을 인터뷰하도록 하고, 전교회장과 부회장은 전담 선생님과 교장, 교감선생님 인터뷰를 하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렇게 '나의 어린이 선언(어른 편)'은 어른 속 어린이 인터뷰하기 활동을 통해 두레 짝반의 선생님의 어린이 시절을 인터뷰하고 '그때의 어린이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어린이 선언문을 작성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으로 어린이 되어보기 경험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 '더 어린이, 다 어린이'라는 공통성으로 연결되어 보는 것을 초점으로 진행되었다.

나의 어린이 선언에 참여하는 방법(어른 편)


-질문 1: 선생님은 어떤 어린이셨어요?

-질문 2: 과거의 그 어린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질문 3: 선생님의 어린이 시절의 눈으로 지금 현재   의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한 문장 써 주시겠어요? 



어른 속 어린이 인터뷰

     

선생님의 어린이 시절의 눈으로 지금 현재의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한 문장 써주시겠어요?


스스로 할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어린이도 진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어른스럽다고 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아 주세요. 
잘할 수 있다고 많이 격려해 주세요. 
어린이의 성격은 다양합니다. 내성적인 아이와 활발한 아이를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에게 든든한 감정 지원군이 되어 주세요. 
조금만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어린이가 천천히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당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주세요. 


이 인터뷰를 받은 선생님들은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을 만나거나 두레 짝반의 학급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결되는 경험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교실 문 앞에서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고 볼이 발그레하게 열띤 얼굴로 질문하고 기록하는 모습이 선생님들에게도 작은 물결이 되었던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어린이 리더들은 선생님 안에 과거의 어린이- 수줍음이 많았던 어린이, 놀기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했던 어린이, 글씨를 잘 쓰는 어린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어린이 등- 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그 어린이들의 바람이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선생님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왠지 선생님이 진짜 어린이가 된 것 같아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어린이가 되어 말하는 어린이 선언'을 듣고는 대단하고 공감된다는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어린이의 입장에서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을 선언문으로 문장화하는 것이 멋지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을 보며 선생님들이 다시 어린이들 마음에 작은 물결이 되어 주셨구나 싶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결이 되는 사이, 이게 '더 어린이, 다 어린이'이가 되는 길이 아닐까. 



모두가 바라는 존중


줌토론회 전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선언문 살펴보고 어린이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문을 작성하는 활동은 각 학급 또는 두레 활동과 연계하여 짝만 두레와 함께 하였다. 학급 리더들이 안내자료와 포스트잇을 활용하여(학교 캐릭터가 담긴 포스트잇)에 어린이가 어른에게 바라는 마음과 같은 어린이들에게 바라는 점들이 담긴 목소리를 적어 게시하였다. 그렇게 모인 목소리들 중 공통적이거나 인상적인 의견을 모아 줌 토론에 참여하도록 하였는데 이때 어린이들끼리의 다짐이나 서로에게 바라는 점보다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 

어린이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

어린이가 울고 있으면 화를 멈추고 달래주세요.    참고 참다 폭발한 거니까요.

어린이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합시다.

잼민이라고 부르지 말고 초등학생이라고 부르세요.

초중고등학생한테 존중을 해주세요. 

학생이라고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어린이들을 존중해 주세요. 

우리들을 낮추는 말 잼민이, 잼 말고 어린이라고 해주세요. (물론 어린이도 마찬가지) 

어린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의견을 물어봐 주세요. 

어린이도 하나의 생명이고 사람입니다.                무시하지 마시고 존중해 주세요.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정치인을 뽑아주세요.


어린이에게

자신을 낮춰 부르지 말아 줘.

욕하지 말아 줘.

친구끼리 잼민이라고 부르지 맙시다.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기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어린이들끼리도 존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린이 선언문들이 담긴 포스트잇을 읽어보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바람으로 눈에 띄었던 단어는 바로 '존중'이었다. 어른들에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지금보다 좀 더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는 점이 어린이 선언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의 욕구였다. 


이렇게 목소리를 차곡차곡 모으고 생각을 쌓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실제 줌토론회에서 어린이 리더들은 각자의 역할(진행자, 기록자, 발표자)에서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9개의 혁신학교에서 60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한 줌토론회에 우리 학교에서는 6학년 학급 임원들과 전교어린이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총 10명의 어린이가 참여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우리 학교 어린이들의 의견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의 좋은 의견이 다양하고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 또한 줌토론회를 통해 다른 지역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새롭고 좋았다는 소감과 학생회 활동을 하길 잘했다는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꼈다는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어린이가 이어 쓰는 방정환 어린이 선언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우리 반 친구들이 어린이를 배려하는 말을 쓰니 마음이 안정된다. 
-
어린이 선언문에 배려와 존중이 담겨 있어서 믿음직스럽다. 

우리 반 친구들이 어린이를 배려하는 말을 쓰니 마음이 안정된다. 

방정환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만들었다는 어린이 선언문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우리 반이 이렇게 어린이를 존중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

어린이 선언문에 배려와 존중이 담겨 있어서 믿음직스럽다. 

같은 어린이들도 함께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잼민이나 초딩같은 호칭은 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정환 선생님이 하신 일을 알게 되고 친구들도 어린이들을 존중해 주라는 말을 해서 인상 깊었다. 

우리 반이 선언문을 쓸 때 열심히 써줘서 좋았고 방정환 선생님의 마음이 공감됐다.

잼민이 가 얘들을 무시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난 정도로 말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어린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다. 


어린이와 어린이가 함께 어린이 선언문을 쓰고 목소리를 잇는 경험을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공통적인 필요를 발견한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세요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해 달라는 요청, 잼민이나 초딩같은 낮추는 호칭이 아니라 어린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어린이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해 달라는 요청. 이렇게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 선언문을 이어 쓰는 활동을 통해 방정환 선생님의 인권친화적 감수성, '어린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어린이들의 마음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선언문의 문장들 속에 담긴 '존중과 배려'의 말들이 서로에게 안전망과 신뢰의 고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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