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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Jan 25. 2023

비참여가 아닌 참여로 도약하기

어린이의 목소리가 잘 보이고 잘 들리도록 지원하는 소통의 도구들

어린이 자치 활동은 '어린이의 생각과 마음에 작은 물결이 되어줄 리더십교육과 소통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리더십은 이끄는 힘이다. 리더십 교육은 어린이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고 어린이의 주체적 생각능력을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둔다. 소통은 어린이 물결단 활동을 통해 북돋움 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로 '진정한 참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진정한 참여는 단순히 참가라고 하는 형식적인 참여, 즉 비참여와는 구분된다. 로저 하트의 아동 참여의 사다리에서는 아동 참여의 단계를 형식적 참여와 실질적 참여 구분하여 무엇이 진정한 참여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로저 하트(Roger Hart)의‘참여 사다리'를 통해 본 아동 참여의 수준과 한계에 대한 교사의 인식/양현주 2013년 논문

하트의 저서는 아동기와 14세 이하의 초기 청소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하트의 아동 참여의 사다리는 '초등 자치라고 하는 어린이 자치 활동'에서 참여의 단계가 지향해야 할 바를 명료화하는데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공한다. 하트(Hart, 1997: 40-45)가 제시한 ‘참여 사다리’는 참여의 여덟 가지 단계를 크게 세 수준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위의 표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의사참여 수준, 준 참여 수준, 실질참여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이 중 하트는 제1∼3단계는 참여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참여가 아니며 제4∼6단계는 아동의 참여가 진정으로 이루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으나 준 참여 정도로 보았다. 왜냐하면 하트가 보기에 참여는 참여의 주체 즉, 아동이 행사하는 참여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동의 참여가 항상 가장 높은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좋은 참여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제7∼8단계를 참여의 가장 높은 단계인 실질참여 단계로 보았다. 


참가는 어린이를 수동적인 자리에 둔다. 즉 형식적 참여, 비참여에 머무르게 한다. 진정한 참여는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의사결정 활동을 한다. 자치 활동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소통 경험은 '어린이의 진솔한 목소리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지고 반영되는 진정한 참여 경험', 즉 실질적 참여 경험이다. 어린이 자치 담당 교사는 어린이 리더가 '준 참여 수준'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실질적 참여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매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참여라고 하는 소통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어린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고 잘 보여요! 소통을 돕는 기록 도구들



<기록의 도구들>


어린이의 목소리가 잘 보이고 잘 들리게 하는 '기록의 도구'를 지원한다. 

: 자치 담당교사로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입해야 할 영역과 중립 해야 할 영역에 대해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어린이의 생각이나 목소리에 대해서는 중립 하되 목소리를 담고 보여주고 기억되기 위한 도구들을 개입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3년 어린이 물결단 활동에서는 어린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기록의 도구들을 지원하였다. 각 도구들은 어린이의 생각의 전개를 관찰하면서 다음 활동 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준비하여 제공하였다. 수첩, 조사활동지, 포스트잇, 모둠자석보드, 이젤패드 등의 다양한 기록의 도구들은 각 학급 어린이들의 많은 목소리들의 접점이 어디인지 명료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데 활용되었다. 이와 같이 기록의 도구를 통해 공동사고과정을 매개하여 어린이 리더들이 생각의 모호함을 줄이고 명료하게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1. 물결단 수첩

: 집중과 이해 돕기, 기억과 생각의 발전 돕기

어린이물결단 수첩-매주 활동 내용을 기록하고 인증.

어린이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필요하다. 전교 어린이 회장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하며, 각 학급 임원들이 교실에 돌아가서 학급회의를 진행할 때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면서 동시에 보람 있어하는 것이 바로 '회의'다. 어린이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회의가 어려워요. 아이들이 집중을 안 해요. 의견을 안내요.'라고. 어린이가 자신의 생각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꺼내어 의견을 내기까지는 일단 회의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집중력을 높이면서도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수첩이다. 수첩에 이번 회의 미션(회의 주제)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제공하고 적어보는 게 하면, 생각이 글로 기록되면서 좀 더 자신의 생각이나 다른 어린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고, 다음 회의 때 이전 기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예)*공감 미션: 이번 리더십 미션

- 학급에 멍사과와 꿀사과 소개하고 반응 기록하기 

어린가 이어 쓰는 어린이 선언, 줌토론회 기록

- 질문 제공: 회의 내용 구성을 어려워하는 4, 5학년의 경우는 회의 질문을 사전에 제안할 수 있다. 

1. 멍사과와 꿀사과 중 어떤 사과 경험이  많나요?

2. 꿀사과 중 어떤 사과를 해보고 싶나요?

3. 멍사과와 꿀 사과 소개를 듣고 느낀 점이 무엇인가요?

 - 주제만 제공:  6학년은 회의 주제만 제공하고 회의 구체적인 질문이나 방법은 자유롭게 진행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회의 진행 과정에서 다른 학급이나 다른 학교의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 수첩에 기록하며 듣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와 같이 생각을 글로 기록하는 활동은 집중력과 기억력, 이해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2. 조사활동지

조사와 분류 돕기, 생각 수집 돕기

조사 활동지


학급 회의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린이가 학급에서 조사해 올 내용을 조사 활동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조사 활동지는 한 학기 동안 진행할 자체 기획 활동이 정해졌을 때 조사하고 싶은 내용이나 질문이 어린이 회의에서 나오면, 이를 활동지로 구성하여 학급 임원들에게 회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학급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하며,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적어보면서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을 겪어보게 한다. 또한 학급 회의에서 쉽게 손을 들고 말하지 않는 내향적인 어린이의 목소리도 모아 올 수 있도록 하는데도 활동지는 도움이 된다. 전교 학생 회의는 학급 회의에서 조사해 온 활동지를 바탕으로 각 학급 별로 공통적인 의견과 차이점이 있는 의견들을 분류한다. 분류한 내용 중 다수의 의견이나 의미 있는 의견들을 핵심어로 뽑아 포스트잇에 적어 낸다. 


3. 포스트잇과 이젤패드, 자석보드, 칠판

: 떼었다 붙였다, 모였다 이동했다 하며 

 생각 분류하기, 분류기준 만들기를 통해 의미 있는 생각 발견과 생각의 접점 찾을 수 있게 돕기, 

 명료한 결정 돕기, 생각의 전개과정(흐름) 보기


학급용 어린이 의견 조사 활동지 속 핵심어 찾기,  분류하기

떼었다 붙였다 이동이 가능한 도구들은 생각의 '분류'를 돕고 접점을 찾아내어 의미화하여 '분류기준'을 찾아내는 것을 돕는다. 이름을 선정하고 심사하는 복합자치실 이름 선정회의에서는 각 학급에서 추천한 이름들을 포스트잇에 수첩에 모아 오게 하였다. 학급 임원들은 각 학급의 의견 중 가장 좋은 이름을 뽑아 네임카드(작은 자석보드)에 적어 제출한다. 그리고 4,5, 6학년 순서대로 비슷한 이름끼리 분류한 후에 한 반에 두 개씩 투표를 하여 최종 후보로 3개의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스티커 투표를 통해 최종 이름을 선정하였다. 이렇게 도구를 활용하면 아이들의 집중도와 참여력도 높아지고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석보드(네임카드크기-핵심어 위주, 모둠형 자석보드-학급별 의견 요약)

모둠형 자석보드의 경우는 학급 단위의 의견을 제안할 때, 의견과 간단한 이유를 적기에 좋다. 색깔이 있는 자석보드의 경우는 한 반에 3개를 주고 노란색에는 Why질문(놀이는 왜 필요할까)- 초록색에는 Who질문(어떤 어린이를 위한 놀이를 조사할까)- 파란색에는 How질문(어떤 방법으로 조사할까)처럼 질문별 대답을 분류하여 적어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한 학급에 회장과 여자부회장, 남자부회장, 총 3명의 임원이 각각 기록할 수 있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많은 어린이가 목소리를 내도록 할 수 있다.  칠판 기록의 경우는 사진으로 남겨서 기록할 수 있으나 지워야 하므로 이젤 패드를 사용한 기록의 경우는 자치실 게시판에 붙여서 활동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회의가 끝날 때마다 이어서 게시해 둘 수 있다. 


3. 카카오채널, 패들렛 활용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기록법으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각의 공유와 전달 돕기, 활동 사진과 회의 내용을 요약한 글을 게시하여 '집단 기억력'과 '기획한 활동에 대한 흐름 이해도' 높이기

카카오채널 -> 채널톡 -> 패들렛

전교 어린이회 활동은 매주 수요일 6교시에 있다. 이때 지난주 어디까지 회의했는지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전교 어린이 부회장이 칠판에 정리해 준 내용을 사진으로 남겨둔 것을 보고 전교 어린이 회장이 4~5줄 정도로 해당 활동 내용을 요약한다. 이렇게 사진과 글이 담긴 온라인 회의록을 카카오채널에 남긴다. 그러면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어린이 리더들에게 카카오채팅창을 통해 주제를 공유할 수 있다. 한 학급에 한 명에게 대표로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4,5, 6학년 중 이미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만 사용하여도 충분히 회의 과정 기록을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채널 게시글과 채팅방을 통한 기록 공유는 담임선생님을 통하지 않아도 되어서 활동 과정에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직접 소통하기에 좋다. 또한 교사와 학생 사이에 핸드폰 번호가 공유되지 않아도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게시글 공유가 개별톡으로 이루어지게 하면 그룹채팅방 관리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억 공유용으로 차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음성녹음도 전달할 수 있어서 23년 어린이물결단 1학기 기획 활동이었던 '아침상담소-어린이의 고민을 상담하고 신청곡을 틀어주는 프로젝트' 활동에서 고민 상담에 대한 대답을 성장 편, 관계 편, 학습 편 등 주제를 나누어 고민에 대한 상담을 녹음하는 과정에서도 팀을 나누어 학교 안 여러 공간들에서 팀별 녹음을 하고 완성된 녹음파일을 전송하는데도 편리하게 활용되었다. 


카카오채널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각 반 학급 리더들이 구독하는 방식으로 하여 온라인 회의록과 기록 공유의 창으로 활용하였다면 패들렛은 QR코드를 통해 접속하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게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록을 공유하고자 할 때 사용하기 좋다. 23년 어린이물결단 2학기 기획 활동이었던 '놀이길라잡이-우리 학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소개하는 길라잡이 만들기(놀이 설명 그림과 놀이 설명 영상 제공)'에서는 패들렛을 통해 놀이 길라잡이가 만들어진 과정 기록을 공유하고 길라잡이 pdf파일 및 놀이 설명 영상을 게시하여 학급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설문지

: 활동 되돌아보기, 어려운 점과 보람 있었던 점 성찰하기, 성장한 점 인정하기, 다음 활동 제안하기



왼쪽(23년 1학기 어린이 물결단), 오른쪽(23년 2학기 어린이 물결단)
"1기, 2기 회의에 참여한 물결단이 얼마나 열심히 회의에 참여했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다."

"전의 임원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려주셨으면 해요."

- 22년 어린이 물결단 활동 2학기 어린이 리더들이 다음 어린이 물결단에게 하고싶은 말 중에서-


어린이 자치 활동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참여'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조사하고, 기억하고, 모으고, 분류하여 어린이들의 관점을 만들고 실행하고 다시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지막 과정 설문을 통해 어린이 물결단 활동 되돌아보기는 이 활동이 어린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활동 과정에서 언제 가장 어려움을 느꼈으며 어떤 때 만족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 활동 방향에 대한 제안이나 격려, 조언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설문하는 과정 속에서 어린이는 참여의 어려움과 보람을 자신의 말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한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고 인정해 주는 경험으로 활동의 끝을 맺게 된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 과정마다 소통을 도운 기록 도구들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자치 담당 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지원해야 할 자원이 있으니 바로  '시간'이다. 이렇게 하나의 집중할 활동 주제를 정하고 기획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학기에는 하나의 활동에 집중하여 어린이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라는 초점으로 자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학교 간에 협력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한 프로젝트 활동, 학교 행사에서의 역할들이 요청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기존에 어린이들이 기획한 활동을 바탕으로 협력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거나 자치회 외에도 진로 동아리나 두레 활동, 학년군 협업 등의 또 다른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 교사들과 의논하여 분담하는 것도 좋다. 너무나 많은 활동을 하게 되어 의사결정의 시간이 줄어들 경우에는 효율성이 자율성보다 중요해지면서 교사의 개입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참여는 형식적 참여 수준(로저 하트의 참여의 사다리에서 의사 참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비참여가 아닌 진정한 참여로 도약하려면 차근차근이라는 속도로 어린이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을 시간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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