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재발견, 어린이 놀이 길라잡이와 놀이키트 만들기
20022년 2학기 자치는 놀이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물결단 활동을 차근차근 해 나갔다. 1학기 임원들이 해주었으면 하는 주제로 ‘놀이’를 추천했는데, 방정환 선생님이 일제 강점기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놀이를 소개한 어린이라는 잡지를 만드신 것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 학교 어린이들이 소개하는 놀이를 담은 놀이 길라잡이와 놀이키트를 만들어 보면 의미 있겠다는 것에 함께 뜻을 모은 것이다.
'놀이의 재발견'이란 요즘 각 반에선 어떤 놀이가 유행인지 또 혼자 할 수 있는 놀이와 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 중 추천할 만한 건강한 놀이들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놀이의 재발견 활동은 놀이의 필요성과 놀이 조사 방법을 정하기 위한 3가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1. 놀이는 왜 필요할까? (why 질문)
2. 어떤 어린이를 위한 놀이를 조사할까? (who 질문)
3.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까?(how질문)
'놀이는 왜 필요할까(why)'라는 질문에는 “심심해서”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답이 대다수였고 이 안에 놀이가 충족하는 어린이의 핵심 욕구 '즐거움(재미)'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어린이를 위한 놀이를 조사할까(who)'라는 질문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 심심한 어린이 등 거의 모든 어린이'를 포함하고자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까(how)'에 대해선 학급회의로 진행하자는 게 대다수였다. 학급 회의에서 가능한 많은 어린이의 목소리를 모아 오기 위해서는 '말하기'보다는 '쓰기'가 동시에 시간을 사용하여 많은 의견을 모으는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물결단이 각 학급 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오는 데 사용할 놀이 조사 활동지를 제공하였는데 아래와 같다.
4,5,6학년 어린이의 진솔한 놀이 이야기가 담긴 놀이 조사 활동지를 모아 만난 물결단, 그날의 핵심 활동은 분류하기였다. 놀이의 종류를 분류하고 분류기준 세우기와 놀이길라잡이 팀과 놀이키트 팀으로 주 활동 팀 나누기. 그 중 놀이 분류하기는 반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고 놀이제목을 작은 포스트잇에 적어 (1개의 포스트잇에 1개의 놀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포스트잇을 옮겨 붙여보며 진행하였다. 분류 후, 놀이의 특징을 살펴보았을 때 럭비콘, 도둑 잡기, 술래잡기 등 '뛰어노는 이야기'가 대다수로 가장 많았다.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술래잡기 유형의 놀이들은 아이들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즐기며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런 뛰어노는 놀이가 4~6학년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자유로운 움직임이 돋보이는 뛰어노는 놀이 외에도 '공' 하나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추천도 많았다. 그 중에 인상적인 것은 원바운드에 대한 묘사였는데 '어떤 어린이를 위한 놀이인가요? '라는 질문에 공놀이는 좋아하지만 피구, 배구, 발야구는 잘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로 추천했다는 점이었다. 규칙이나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했다는 마음이 따뜻했다. 그 외에는 '앉아서 노는 놀이, 쉼에 가까운 놀이'가 있었으며 어린이들 표현을 가져오자면 '머리 쓰는 놀이'도 있었다. 이 때 당시 놀이 추천 과정 중에는 쉼에 가까운 놀이 유형 중에 '멍 때리기'와 함께 시체놀이도 추천되었는데 그 이후 편집 과정에 들어설 때쯤 10·29 참사(2022)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 시체놀이는 우리에게 재미라는 느낌을 유발하기 보다는 이 놀이 제목 자체가 두려움과 고통을 연상시키게 되었다. 그래서 애도의 마음을 보내며 놀이 길라잡이 편집과정에서 어린이들의 결정에 따라 삭제하고 '멍때리기' 놀이는 남기기로 하였다.
이렇게 분류하면서 어린이들이 즐거움을 주는 건강한 놀이 중, 가장 빈도수가 많거나 설명이 충분한 놀이들을 선별하여 놀이길라잡이와 놀이키트에 담을 수 있게 추리고 나서 놀이키트 제작팀과 놀이소개 책 제작팀으로 팀 나누기를 시작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도시재생팀의 협업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팀에서는 엽서, 놀잇감, 영상 등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제작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다양한 도구 제작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태도로 이야기해 주셨다. 이 제안은 교사로서 굉장히 반가웠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어린이가 스스로 제작한 놀이 관련 콘텐츠를 어린이에게 제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또한 물결단 활동시간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제작 시간'보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실질적 '소통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다.
놀이를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놀잇감을 제작하여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소식은 물결단 어린이들에게 설렘과 활력이 되었다. 또한 두 팀으로 진행하면서 같은 시간대에 팀을 나누어 소규모 그룹으로 분화하여 운영하자 개개인이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소통하는데 더 많은 발화를 하게 되어 활동의 참여와 기여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로저 하트의 참여의 사다리의 '실질적 참여' 경험이 열리면서 학급 임원으로서 활동의 만족도와 효능감도 높아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놀이를 더욱 안전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놀이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할 수 있을까?
놀이 길잡이로서 놀이를 명료하게 소개하고 재미있고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서 다음 활동에서는 소개할 놀이를 직접 해보면서 재미 tip과 배려 tip을 찾아보았다. 재미와 즐거움은 놀이의 핵심 욕구이다. 그런데 여기에 배려가 담기지 않는다면 모두가 즐거움 놀이가 아니라 누군가에는 불편함으로 변하게 될 수 있다.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울 수 있는 적정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배려 tip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놀이 안에 규칙이나 규칙을 함께 정하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배려를 만드는 일이지만, 놀이 길라잡이가 '길잡이' 역할을 좀더 효과적으로 하려면 배려 tip을 또렷하게 명시하는 것이 더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의도에서 놀이키트팀에서는 배려 tip으로 젠가를 할 때 조심 해야 할 것과 놀이할 때 하면 좋은 행동을 조사하였다. 또 재미 tip에선 젠가로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지 직접 만들어 보았는데 젠가로 쌓기 뿐만이 아니라 도미노도 가능하다는 것과 젠가로 나만의 건축물 만들기 등 다른 방식으로 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젠가가 정말 만능놀잇감이구나! 하는 것을 아이들의 놀이 과정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같은 공간에서 두 팀이 활동하다가 이 다음 활동부터는 두 팀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팀별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때부터 놀이키트 팀은 전교 부회장을 중심으로 도시재생팀 협력 선생님과 함께 활동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젠가가 만능 놀잇감이라는 발견에 보태어 '우리 학교만의 놀잇감이 되려면 무엇을 담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으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 그러자 '우리 학교 관련된 정보나 추억이 담긴 퀴즈 또는 우리 시에나 동네에 대한 퀴즈'를 담은 젠가를 제작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퀴즈를 만들 때 놀이길라잡이 팀 활동이 빨리 끝났을 경우에는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을 보태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제작된 젠가는 다음 해인 2023년 3월 학기 초, 전 학년이 고루 섞인 모두 두레 활동에서 어린이들이 학기 초 놀이를 함께하며 마음을 풀고 학교 생활에 마음을 여는데 북돋움을 해주는 놀잇감으로 사용되었다. 학기 초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모두 모인 두레활동에서 처음엔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우리 어린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도시, 동네, 학교에 대해서 6학년 두레장들이 이끔이가 되어 함께 퀴즈를 풀고 이해하며 젠가 도미노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긴장감과 어색함은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따뜻한 웃음과 편안한 활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린이물결단(학생자치회)에서 만든 젠가를 활용한 웰컴두레활동
1. 두레 이름 명찰 만들기: 어린이 너의 이름은? 우리 두레 이름은?
2. 틀려도 괜찮아: 학교에서 대해 함께 배우고 놀자.
퀴즈를 통해 우리 도시, 우리 동네, 우리 학교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퀴즈 스티커를 붙여
학교 젠가 완성하기
3. 무너져도 괜찮아: 젠가 활동, 도미노 활동을 하며 무너져도 함께 세우는 협력의 힘 경험하기
두레 활동을 교사가 준비한 자료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린이의 컨텐츠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해 어린이 물결단(학생자치회) 활동의 열매가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씨앗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팀인 놀이 길라잡이팀은 전교 회장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는데 이때 나는 길라잡이 편집자로서 아이들이 정리하고 선별한 내용들을 한 장의 길라잡이 안에 담는 편집자로 함께 하였다. 최대한 놀이 조사 활동지에 담긴 놀이 설명은 어린이들의 글말을 살려 담기로 했다. 그러나 물결단이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놀이들이 있었다. 그런 놀이들은 이해하기 쉽게 영상으로 제작하여 QR코드로 길라잡이에 담기로 했다. 영상 찍을 놀이에는 마술쥐 놀이와 공놀이 종류 중 일부가 선택되었고 영상제작 장소는 마술쥐는 체육관, 공놀이는 교실에서 찍기로 하였다. 그리고 촬영과 편집 담당, 놀이를 보여줄 사람을 나누었고, 놀이 길라잡이에 넣을 그림도 추가로 학급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넣기로 하였다. 이때 그림은 잘 그리지 않아도 되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성을 우선으로 하여 모집하였다. 놀이 길라잡이팀에서 공기놀이 영상을 찍을 때 공기놀이를 잘하는 어린이 임원을 놀이키트 팀에서 발굴하여 함께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주 활동은 팀별로 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교차 지원하면서 협력하였다.
이렇게 학교의 많은 어린들의 생각과 손길이 담겨져 만들어진 놀이길라잡이의 최종 형태는 패브릭과 종이포스터 두 종류로 결정되었다. 학급용으로는 세탁 가능한 패브릭 포스터로 장기 보관할 수 있게 하였고 어린이용은 개인당 1장의 가져갈 수 있도록 조금 두께감이 있는 종이포스터로 제작하였다. 놀이길라잡이는 젠가보다 먼저 제작이 완료되어 2022년 학기 말에 물결단 임원들이 각 학급에 소개를 하고
Q. 놀이길라잡이에 있는 놀이 중 내가 추천한 놀이는?
Q. 내가 좋아하는 놀이는?
Q. 학급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놀이는?
3가지 질문을 통해 놀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선택한 놀이를 학급별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최고 학년 6학년 임원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가장 어린 어린이 1학년들에게 놀이 길라잡이에 있는 놀이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6학년 물결단을 통해 인상적이었던 반응을 물으니 "여기 있는 놀이들을 다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어린이가 있었고 해서 반갑고 귀여웠다. 2023년 현재 저학년 교실 벽면이나 게시판에는 이 놀이길라잡이가 게시되어있는데 가끔 아이들이 위험한 놀이나 스마트폰 의존 행동을 보일 때,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보자'는 안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안내를 듣고 한 아이들은 말한다.
"아, 그럼 놀이 길라잡이에 있는 놀이를 하면 되겠네요!"
학교 안 모든 어린이가 서로에게 안전한 놀이 친구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한 놀이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함께 생각하고 놀이의 하수(무기력, 승부욕)에 머무르지 않고 놀이의 고수(배려, 창조)까지 함께 성장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의 재발견 활동을 하는 동안 아이들 안에서 살아있는 건강한 놀이들을 모아 볼 수 있어 즐거웠고 놀이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을 함께 하며 일어나는 웃음과 연결이 기뻤다. 그리고 계속해서 배려와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놀이가 어린이들 안에서 샘솟고 건강한 놀이 싹이 보호되기를 바랐다.
<놀이의 재발견(놀이 길라잡이와 젠가 제작) 활동 소감 중에서>
- 놀이길라잡이 제작한 것, 좋아하는 놀이를 소개하고 영상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 내 의견을 합쳐 만든 길라잡이와 키트를 학우들이 직접 해보고 체험하는 것이 뜻깊었다.
- 내가 알고 있는 활동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놀이길라잡이, 내가 알고 있는 놀이를 공유하니 좋았다
- 서로 각 반에서 어떤 놀이를 주로 하는지 얘기할 때, 추천하는 놀이의 주의할 점과 어떤 아이들을 위한 놀이 인지 설명을 해 줄 때 좀 감동적인 부분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 얘기들을 나눌 때 감동적인 부분에서는 공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서로 웃으면서 공감하는 모습이 덩달아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