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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Sep 30. 2023

영향력에 대한 건강한 '경계' 만들기

영향에 가장 취약한 학교 안 어린 어린이, 저학년들에게 필요한 마음 근력

 지금까지 어린이가 어린이의 가슴에 작은 물결이 되기를 바라며 투표 그 이전, 투표 그 이후의 어린이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적 시도와 발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자치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어린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어린이들의 실질적 참여가 일어나는 소통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자치 활동 중심으로 탐구해 보았다. 그런데 어린이 민주주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할수록 '자치 외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어린이와 어린이 사이의 네트워크 접속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들 사이에 긍정적 소통이 일어나게 하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들 사이의 반사회적 영향력보다 친사회적 영향력이 힘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이 생겨나면서 자치뿐 아니라 두레와 진로 동아리 활동이 가진 힘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영향을 주거나 이끄는 역할의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로 4,5, 6학년이 주 대상이며 그중에서도 5, 6학년 고학년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는 '영향을 받는 자리'에 있는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향력에 가장 취약한 어린 어린이, 저학년에게 필요한 영향 알아차리기영향 선택하기 연습에 대해 알아보자.


나의 경계선은
나만의 내밀한 정체성을 보호하고
나의 선택 권리를 지켜준다.
제라르 맨리 홉킨스/시인



<관계를 읽는 시간-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영향에 취약하다는 점을 '바운더리'라는 개념으로 이해해보려고 한다. <문요환의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는 바운더리란 인간관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해지는 자아의 경계이자 관계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자아의 진짜 모습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바운더리라는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바운더리는 사람이 태어나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개별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데 바운더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주로 애착손상으로 인해 자아발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간관계의 교류에 왜곡이 일어날 때 생긴다. 바운더리 유형은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미분화), 유연한 바운더리 유형(안정적 분화),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과분화)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저학년 어린이들이 영향력에 취약하다는 점은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과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이 영향을 어떻게 주고 받는지로 바라보면 이해가 가능해진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눈앞에 어떤 말과 행동을 보았을 때 그것에 대한 경계 없이 그 말과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복도에서 앞의 어린이가 뛸 때 뒤에 오던 어린이가 따라 뛴다. 친구가 간식을 먹고 쓰레기를 바닥에 버릴 때 별생각 없이 함께 버린다. 수업 시간에 발언권 얻고 발표를 하는 공동대화 연습을 하는 와중에 한 어린이가 그냥 떠오른 말을 큰소리로 하며 옆에 있는 어린이에게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며 공동대화는 사적대화, 혼잣말이 뒤섞인 동시 발화로 와글와글, 웅성웅성해진다. 이런 상황을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의 행동과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의 행동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은 나와 너의 경계가 불확실하여 거울 같이 따라하는 행동을 한다. 반사회적 영향과 친사회적 영향을 가리지 않고 따라 한다. 규칙을 지키는 아이들 곁에서 함께 규칙을 지킨다. 칭찬을 주는 친구에게 받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감사와 칭찬을 기쁘게 준다. 그러나 공격에 공격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발로 툭 차는 행동에 대해 발로 차는 행동으로 반응한다. 건강한 경계를 만들어가고 발달시켜 가는 과정에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은 아직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가 많다. 그래서 문제행동(반사회적 행동)이 발생될 경우에 개인에서 끝나지 않고 거울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형성하며 자신의 경계를 가지고 영향에 대해 선택적 반응을 하는 어린이들이 적은 학급의 경우, 거울 반응이 한 학급, 또는 한 학년까지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은 나와 너의 관계가 단절되어있다. '나' 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저학년에서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을 갖고 있을 경우 공감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 충동, 재미와 자극 추구 행위를 한다. 큰소리를 지르거나, 옆 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줄을 서고 있는 다른 학급에 와서 장난을 건다. 커다란 강당에서 점프를 한다. 자신의 감정적 충동 조절에 취약하여 작은 몸에서 일어나는 분노가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거침없이 공격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가 한 학급에 2, 3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2, 3명의 범위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가 거울 반응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은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가 충동적 행위, 폭력적 행동을 했을 경우 따라 하면서 반사회적 행동을 확산시키거나 또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며 고통을 호소하며 주눅이 들거나 불안해한다. 이렇게 되면 학급의 정서적 혼란 상태가 된다. 이와 같이 희미한 바운더리 유형과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의 부정적 상호작용으로 경직된 바운더리 유형의 어린이가 교육활동 방해 행동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경우 교실 안에서의 분리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부터는 건강한 바운더리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심리학적 접근이 아니라 학교에서 시도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향 알아차리기와 영향 선택하기,

더불어 살아가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한 경계 만들기 연습


<관계를 읽는 시간-바운더리 심리학/문요한>에서 유연한 바운더리 유형은 나와 너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알며 상호호혜적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정의되어 있다. 학교 생활에서 어린이와 어린이 사이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영향력에 대한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


건강한 경계가 있다는 말은 영향을 선택하여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어려움을 준다면 선택하지 않고 거절한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면 선택하고 받아들인다. 영향 알아차리기와 영향 선택하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안전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경계 만들기' 연습이다. 아래의 체크리스트에서는 나쁜 영향과 좋은 영향이라는 분류기준으로 학교에서 주로 일어나는 어린이들의 반사회적 말과 행동과 친사회적 말과 행동을 분류하여 보았다. '나쁜 vs 좋은'이라는 분류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분류 기준을 제안하자면 '불편한 vs 편안한' , '불편한 vs 평화로운' , '어려움을 주는 vs 도움을 주는' , '거친 vs 친절한'이 있다.

지금 그 행동은 다른 친구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나요 도움을 주었나요?
지금 그 말은 거친 표현이었나요, 친절한 표현이었나요?
알아차려보세요.


위와 같은 분류를 통해 경계를 만들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말과 행동을 선택하고 지키는 연습은 안전한 교육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라는 시간의 경계를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사이 쉬는 시간과 점심 놀이 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각 시간에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쉬는 시간에는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행동인 휴식이나 교과서 준비, 화장실 다녀오기 등을 할 수 있다. 점심 놀이 시간에는 날씨에 맞게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는 배움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교실, 복도, 운동장, 급식실 등의 학교 공간의 경계를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복도는 놀이 공간이 아닌 이동 공간으로 걸어서 이동하거나 조용히 서로 다른 학급의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잠시 교실 밖에서 필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남자, 여자 화장실의 경계를 지키고 거리를 둘 수 있으며 다른 반 교실은 노크를 하거나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화의 경계를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들을 때와 말할 때를 구분하고 앞사람의 말을 끊거나 끼어들지 않고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언권을 얻고 자신의 차례를 지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할 때와 말할 때를 구분하여 자신이 혼자 알 것과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알고 나누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경계를 만들고 지키는 태도는 '상호존중, 상호 돌봄' 태도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자기 조절력' 키우는 연습을 통해 발달된다. 조절의 핵심은 멈추어 선택하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지 어려움을 주는지  영향의 방향을 알아차리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왼쪽-동작테라피(자신의 자리 지키며 협동하기 연습), 오른쪽-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3가지 안내

안전 속도 알아차리기, 천천히 차분히


건강한 관계형성을 위한 자기 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천천히'라는 속도와 '차분히'라는 상태가 필요하다. 급한 속도는 일방적이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어려움을 주기 쉽다. 반면 천천히는 속도가 조절된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더 생각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차분히는 감정이 한결 안정된 상태를 말한다. 흥분 상태일 때 충동이 가라앉도록 멈추어 호흡하기, 지금 느끼는 감정에 어울리는 느낌 단어 붙이기 등을 통해 감정을 돌볼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태이다.


학교는 서로 도우며 배우는 곳이며 평화롭게 협동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평화롭게 힘을 합치는 관계형성을 위해 '경계 형성'과 '경계 존중'연습이 중요하다.


질서를 지켜봐요, 천천히 차분히
경계를 지켜봐요, 천천히 차분히
수업을 지켜봐요, 천천히 차분히


지금 우리 학교는 천천히 차분히 '상호 돌봄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숙고해 보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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