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두레, 자치, 진로 동아리 경험이 줄 수 있는 긍정적 소통 경험
훌륭한 정원사는 절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원에 대해 책임을 진다.
-엘릭 리우, 닉 하나우어-
<민주주의 정원>
<민주주의 정원>에서는 '정원형 지성'이라는 개념을 제공하여 사회의 시민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정원을 함께 가꾸는 정원사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의식하게 한다. 또한 시민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정원 안에 존재하는 유기체라고 본다.
우리는 서로를 형성한다.
그리고 서로의 선택에 묶여 있다.
우리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 <민주주의의 정원> 중에서-
앞으로의 민주주의는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기계형 지성에서 벗어나 '상호의존과 상호협력의 힘'을 이해하고 상호이익이라는 모두의 삶을 고려한 정원사의 관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기계형 지성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는 반면 정원형 지성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반사회적 행동과 친사회적 행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반사회적 행동은 친사회적 행동보다 더욱 쉽게 전염된다. 그래서 저자는 친사회적 시민의식의 발생시키고 그 영향력 확산을 위해 6가지 원칙들을 제안한다. 그 중 어린이 민주주의 정원에 필요한 3가지 원칙을 공유하겠다.
1. 리더십을 가져라: 진정한 시민의식이란 가장 사소한 선택조차 사회를 만들어가고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는 데 있다. 사소한 선택들이 축적되어 사회의 티핑 포인트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거나 마을 회의에 참석, 무거운 짐을 진 누군가를 돕는 행동 등)
2. 네트워크 안의 접속점을 찾아라: 접속점들은 저마다의 영향력과 도달범위에 차이가 있다. 이 접속점들이 친사회적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모방하며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접속점은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매 주기마다 모방을 통해 친사회적 행동을 전달시킨다.
3. 소규모로 움직이자: 시민들의 무관심을 일으킨 힘 중 하나는 거대함과 거대함이 낳는 무력감이다. 거대한 규모에서 우리 대부분은 방관자로 남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아져야 한다.
이 3가지 원칙을 어린이 민주주의에 적용해 보자. 먼저 '가장 사소한 선택조차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은 리더가 학급 임원만이 발휘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것은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는 네트워크를 '자치회'로만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한 접속점이라는 개념이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주기적 교류 경험'이라고 한다는 점에서 임원들의 모임인 '자치'뿐 아니라 '두레(1~6학년을 여러 학년이 하나의 그룹을 두고 계절별 만나는 관계)'와 '진로동아리(선호와 취향을 반영하여 부서를 만들고 1학기에 6회 정도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 역시 친사회적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네트워크 안 접속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두레, 자치, 진로 동아리 활동은 다양한 학급, 다양한 학년의 어린이들이 모이는 접점이다. 주 1회, 또는 계절별 1회의 일정한 사이를 두고 만나는 사이 '우리 동아리' '우리 자치회', '우리 두레'라는 '우리 반'과는 또 다른 연결고리를 가진 작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자치, 두레, 진로 동아리 모두 '친사회적 영향력(리더십)'을 가진 네트워크 안의 접속점, '우리'인 것이다.
이 접속점들이 가진 저마다의 영향력과 도달범위는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의 다름은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리더십이 나타나게 하는 기회이나 가능성이 된다. 그러나 가능성의 씨앗에서 멈추지 않고 각각의 활동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잠재성을 '친사회적 영향력'으로 싹 틔우려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토양과 방향성을 가진 격려와 인정이라는 햇빛이 필요하다. 어린이 민주주의에 토양과 햇빛이 되어 줄 존재, 바로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정원사의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각 활동의 방향과 초점을 이해하고 '친사회적 행동의 선택과 영향력'을 의식적으로 격려하고 지지와 지원을 하며 민주주의라는 정원을 함께 가꾸는 과정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긍정적 영향력(친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성의 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학교 공동체와 교사, 학부모의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두레, 자치, 진로 동아리 활동은 각각 어떻게 다른 경험일까? 일단 다른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같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세 활동 모두 '서로 돕는 경험(친사회적 영향 주고받기)'을 추구하는 '우리'라는 네트워크의 접속점이다. 자치회, 두레, 진로동아리라는 형태로 우리가 된 어린이들은 서로의 선택에서 오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영향은 도움(친사회적 영향력)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반사회적 영향력)이 될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이 '어려움'이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각각의 활동들이 서로 돕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고 명료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자치, 두레, 진로동아리 활동은 모두 서로 '도움'을 잘 주고 잘 받을 수 있는 긍정적 소통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각각의 활동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이 다르다.
자치회는 이끌며 돕는다. 어린이들의 겪는 고민이나 기쁨에 공감하며 아이디어를 다루고 해결해 볼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끌어낸다.' 기획-준비-실행-반성까지의 문제 해결 전 과정에서 학급 회의를 통해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임이며 소통을 이끈다. 소통의 결과물,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며 가치 있는 메시지, 공유할 만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형태(캠페인, 행사, 축제, 미니북, 방송 등)로 완성한다. 어린이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더 잘 내고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자치회는 그렇게 어린이가 어린이의 인권을 서로 높여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두레는 어울림으로 돕는다.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1학년 어린이부터 졸업하는 6학년 어린이까지, 전 학년의 어린이들이 어울리며 지속 가능한 주제에 대한 공통경험을 쌓아간다. 서로가 미래의 이웃이 되어줄 어린이들이 건강한 놀이로 어울리고(봄-놀이두레), 계절과 어울리고(여름-환경두레) 배움으로 어우러지고(가을-배움 두레) 감사로 그동안의 어울림을 축하한다.(겨울-감사두레) 두레에서는 활동의 방식이나 내용은 매년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활동 주제면에서는 지속가능한 주제를 반복하여 이웃이 될 어린이들의 추억으로 스며들도록 한다. 공동의 추억을 쌓으며 두레는 소속감과 연대감을 선물하기에 어울림 그 자체가 서로의 학교에서의 삶에 도움을 준다.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수 없다'는 크리스메르코 글리아노의 말처럼 두레는 학교 안의 선 후배 사이의 두려움을 녹이고 신뢰감과 친밀함을 높여주며 편안하게 배우는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계절 두레의 경험 초점>
1. 봄-웰컴두레(놀이 길라잡이)
: 학기 시작을 환영해. 우리 새 학기네 긴장감을 놀이로 풀자.
틀려도 괜찮아, 무너져도 괜찮아. 서로 도우며 함께 일어나자.
어린이 너의 이름은? 우리 같이 놀자.
2. 여름:환경두레(오감산책과 줍깅, 자연미술)
: 우리는 미래의 이웃이야. 우리가 같이 살 지구를 함께 지키자.
바로 내가 늘 쓰는 공간, 학교에 아름다운 공간을 함께 탐색하고 돌보자.
3. 가을-배움 두레(배움 축제)
: 아우들이 정말 잘하네. 배운 것을 나누고 표현해 보는 모습 ‘용기’가 있네. 정말 잘했다.
형님들이 정말 멋지다. 나도 크면 할 수 있겠지. 나도 해보고 싶다. 서로 배워볼까?
서로의 배움을 격려하고 축하하자.
4. 겨울: 감사두레(스쿨팜 김장 나눔, 쌀 가래떡 한 날로 가능하면 맞추어 두레별로 먹기)
: 지구에, 자연에, 모든 사람에게, 지금 먹을 수 있는 이 음식이 있기까지 모든 것에
한 해의 모든 경험에 감사의 마음을 보내자. 덕분입니다.
진로동아리는 재미를 운영하며 돕는다. 서로가 재미있는 것이 비슷한 어린이들이 모여 선호와 취향을 모아 6회 차 정도의 활동을 구성한다. 비슷한 것을 재미있어하는 어린이들이 만나 '희희희(喜) 소통'을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 얼마만큼 필요한지, 함께 재미있으려면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며 난이도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활동 후 정리까지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재미있는 것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경험이 진로 동아리다. 진로 동아리를 통해 싫어하는 것을 어울리기 위해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똑같이 좋아하는 다른 어린이와 만나 소통해볼 수 있다. 자치회에서는 리더가 될 수 없었던 어린이도 진로 동아리에서 동아리장이 되기도 한다. 진로 동아리에서는 모집 포스터에서 운영계획과 실행까지 재미있는 것을 어떻게 경험할 것이지에 대한 명료함과 좋아하는 것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시도해 보지 않은 부분들을 탐색하고 시도해 보는 열정이 많을수록 동아리장으로의 역할을 잘 해낸다. 진로동아리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뭉치게 하고 학교 생활에 활력을 제공한다. 재미를 알차게 책임지고 운영하며 돕는 것이다.
자치, 두레, 진로동아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을 제공하며 친사회적 영향력 확산시킨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린이의 물결이 되어준다. 이 때 이 물결들의 다름의 가치 다음으로 기억해야할 점은 사회적 시민의식을 키우는 활동의 물결은 개인적 차원의 노력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노력'으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면소통>의 김주환 저자도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려면 부정적 정서에서 자유로운 감정조절력과 건강한 마음 근력(친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구성원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개인적 차원의 제안이라기보다 공동체적 제안이라고 단언한다.
21쪽 <내면소통>
민주주의는 반대는 폭력이다. 폭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척도다. 인간의 폭력은 두려움과 분노 등 부정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나가려면 감정조절력과 건강한 마음근력을 지닌 구성원들이 필요하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마음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이고도 공동체적인 제안인 셈이다.
<민주주의 정원>에서 말하는 친사회적 시민의식은 <내면소통>에서의 마음 근력이라고 하는 '긍정적 소통능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세분화하여 이해할 수 있다.
<내면소통>에서 정의한 마음근력
김주환 저자는 다음 세 가지 범주와의 소통능력이 마음근력이라고 정의하였다.
1.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조절력(핵심 근육): 나 자신과의 소통능력, 자기 성찰
2. 타인과의 협력과 설득을 이뤄내는 대인관계력(연결 근육): 타인과의 소통능력 통합과 연결
3.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끊임없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기 동기력(열정 근육): 세상과의 소통능력, 열정과 변화
나 자신과의 긍정소통, 타인과의 긍정소통, 세상과의 긍정소통, '자치, 두레, 진로 동아리' 활동은 이 세 가지 긍정소통의 경험을 제공하며 어린이들의 마음 근력을 키워준다. 어린이는 미래의 이웃일 뿐 아니라 현재에도 서로의 정서에 영향을 주고 받는 바로 지금의 이웃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이 건강한 마음근력을 지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학생 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라고 하는 학교 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는 '자치, 두레, 진로 동아리'를 통해 키워가는 긍정소통이 가정 안에서도, 지역사회 안에서도 다양하게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