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아빠는 오늘 밤 너한테 몹시 미안하구나.
오늘 일을 돌이켜보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 살며시 네 방에 들어왔단다.
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동화책은 아이라는 존재를 교사 또는 부모라는 역할을 핑계로 통제하려했던 순간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아이들에 대해 교사 또는 부모로서의 두려움과 책임감에 매여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추어서 되돌아 보게 한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출근할 때 인사하는 네게 자세가 그게 뭐냐면서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어.
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하고 야단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빠의 회상 속 장면들엔 아빠의 눈에 비친 아이의 표정과 움직임이 담겨있다. 손가락과 그림자, 뒷모습으로 표현되는 아빠의 존재감은 차갑고 커다란 벽같다. 그리고 아이는 한없이 작고 외소하게 느껴진다. 그 작은 존재의 얼굴에 맺힌 표정에서 아이가 바라보고 있을 아빠의 표정과 아이가 들을 아빠의 말, 아이가 느낄 아빠의 분위기를 상상해보게 한다.
아빠가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까. 얼마나 서운할까. 얼마나 위축될까.
그런 아빠가 싫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껏 해온 생각들이 단숨에 역전되며 아!하는 알아차림의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예측하는 동안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얼마나 아이들을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는가를 생각하며 부끄러워진다.
너는 살그머니 방문을 열더니
조심조심 아빠 눈치를 살폈지.
아빠는 "무슨 일이야?"라고 퉁명스레 물었어.
너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 밝은 얼굴로 아빠 품에 안기며 말했지.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는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빠를 꼬옥 안으며 인사한다. 바라는 것 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따스하고 작은 그 두 손으로 아빠의 목을 감싸안으며... 그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이 있었다.
아빠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아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 순간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 이렇게 사랑하는 거구나.
아! 이렇게 우리 만나가야지.
아! 이렇게 우리 살아가야지.
존재 자체가 사랑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아이의 포옹은 읽는 이의 마음도 동화책 속 아빠의 마음도 녹인다. 그리고 그림자같던 아빠의 뒷모습에 빛깔이 물든다.
바로 지금부터
너에게 아빠다운 아빠, 진짜 아빠가 될거야.
괴로운 일도 기쁜 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아빠 말이야.
아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떼는 아빠의 모습은 동화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남아 가만히 그 여운을 느끼며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살며시 말을 건낸다.
아빠다운 아빠, 진짜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아이가 원하는 건 '어떤' 아빠가 아니랍니다.
아빠가 어떤 모습이어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어떤'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그저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랑, 아이를 보세요.
아이를 느끼세요. 아이의 존재와 함께 호흡하세요.
눈을 마주하고 웃으며, 꼬옥 안아주면서.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존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