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류동민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알량한 빵과 커피의 선의
"아이는 그들을 바라봤지만, 알아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입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두 눈은 굳게 감겼고, 폐 속에 더 이상 숨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아이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아이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마지막 숨이 목구멍을 지나 앙다문 이빨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내가 갓 만든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일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나는 당연하게도, 혹은 부끄럽게도 경제학자지만 구조를 바꾸는 방법에 대한 확실한 매뉴얼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그 많은 일하는 이들의 구체적인 삶을 바라보면서 개인의 차원에서나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에 관해서는 생각해본다. (중략) 무엇보다도 소비자로서 행동할 때 약간만 톨레랑스를 갖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쩔 수없이 죽도록 일해서 먹고살기'의 당사자가 바로 나나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보도록 하자. (중략)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에 등장하는 바틀비는 고용주의 명령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prefer not to)"라는 대답을 반복한다. 물론 밥벌이를 하면서 부당해 보이는 명령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바틀비가 결국 감옥에서 죽어가는 결말만 보아도 그렇다. 그렇지만 이 딜레마가 우리의 먹고사는 현실을 치명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는 '안 하는 편을 택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