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아이의 재롱잔치를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는 내일,
사장 앞에서 슬픔을 담은 눈으로 비굴하게 웃어야 하는 겨울.
저녁을 먹을 시간이 한참이 지난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이제는 뜨겁지도 않은 눈시울로 곱씹어보는
오늘 문득 떠오르는 단어.. 비루하다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를 대출,
오르지 않는 월급,
오르기만 하는 물가,
봄이 되면 학교에 가는 큰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몸살이 난 아내..
연말 상여금 대신 약국에 들러 쌍화탕을 사가는 게 전부인
초라한 가장의 세밑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몸부림치는 것마저 체념한 죽어가는 삶에서
살아있는 것마저 비참하게 만드는 단어의 체득
비.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