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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운 Sep 22. 2015

로봇 가족의 저녁식사

아침부터 아내가 분주했다.

서른여섯 맞는 남편의 생일..

저녁이 되면 시부모와 시누이가 케익과 선물을 들고 오리라.

남편은 일주일의 피로가 아닌 삶의 고단함에 지쳐,

아이들 노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쓰러지듯 잠이 들고..


저녁, 초인종 누르는 소리와 함께 입장하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기억될 기억들..

저녁을 먹고

촛불을 끄고

잔을 비우고..

상이 치워지기 전에 일어나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기억된 기억들..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닌 내 삶을 살겠다던 장남의 절규가

삶이 아닌 그저 세월을 사는 아버지의 얼굴을 닮아가는

바람 부는 가을 밤..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부은 얼굴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치통이 아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천만 원의 치료비를 말하는 순간,

아들의 머릿속에선

연민이 오류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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