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고요를 받아들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소파로 향했다.
노랗게 밝은 해가 소파를 비추고 있었다.
빛이 참 따듯해 보였는데, 앉은자리도 해를 머금어 온기가 느껴졌다.
강아지랑 같이 앉아 그 안온함을 즐겼다.
전에는 정적인 무드를 못 견뎌서 핸드폰을 보거나 티브이를 켜곤 했는데
이젠 고요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이 자체로 좋다는 감정.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되었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그동안 소파에는 백번 천 번 앉았을 텐데 말이다.
뭐가 달라진 걸까 생각해 보니 일상을 느끼는 감도가 달라진 것 같다.
오감이 발달된 느낌? 더 내밀하게 지금 이 순간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발을 땅에 딛고 사는 것 같다.
그동안은 닿지 않은 두발을 발에 디디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내 많이 불안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루가 단조로워도 전처럼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편안하다.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책을 볼 때 보고 밥을 먹을 때 맛있게 먹고
지금 현재를 즐기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심심한 삶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