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주 예쁜 말로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연서(戀書) 같습니다.
sf장르는 별로 안 좋아해서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부터 문장이 너무 예쁜 거예요.
금세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너무 예뻐서 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비티스티아'라는 식물이 자주 나옵니다.
비티스티아라는 식물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어요.
키우는 사람의 생각과 염원을 담아냅니다.
그 사람의 심성을 보려면 그가 키우는 비티스티아 숲을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합니다.
비티스티아는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정성껏 키워, 가장 예쁜 잎을 엄선해 정혼자에게 청혼을 합니다.
엄청 낭만적이죠?
첫 장은 푸룬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연히 로밀랴라는 여자를 선을 통해서 만나게 됩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를 마음에 품고 공들여 키운 비티스티아 잎맥을 보여주며 로밀랴를 정혼자로 택합니다.
그런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암시할 때쯤 나라 상황이 안 좋아집니다.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분단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마을에 사는 그녀와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분단으로 인해 미래를 약속한 사람과 멀어지게 되는데요.
언젠가 함께하길 바라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비티스티아를 키웁니다.
이 씨앗이 날아가서 상대에게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슬프게도 만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이 책을 끝까지 보면 아시겠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갑니다.
분단이라는 상황은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줍니다.
만나지 못하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
또 다른 운명이 주어진 기회인지, 비티스타아의 잎맥의 메시지를 연구하는 손주를 통해 아주 긴 세월을 간직한 푸룬과 로밀랴의 서사가 전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들 사랑의 원동력은 뭐였을까? 푸룬의 사랑은 어쩜 그렇게 견고했을까?
그녀를 정혼자로 정하고 영원히 각인될 걸까?
이 답은, 비티스티아에 있는 것 같았어요.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키워 낸 비티스타이를 통해 자신의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그 잎맥을 정혼자에게 내미는 과정이 이미 사랑의 서약의 의식이 아니었을까요?
눈앞에서 자라나는 잎맥을 보며 자신의 사랑을 시각적으로 매일 마주했기에,
그 감정이 휘발되지 않고 견고하게 각인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또 헤어져있을 때도 비티스티아를 키워내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 기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찰나의 감정처럼 보였지만, 그 둘에겐 아니었습니다.
그 증거가 비티스티아에 남아있는 것 처럼요.
저는 이 책을 SF라기보다, 아주 진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