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이 아니라, 당신의 세계관이 어떤 종류의 사용자를 끌어들일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어떤 장르는 화려한 볼거리로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지만, 어떤 장르는 깊은 몰입감으로 평생을 머무를 ‘주민’을 만든다. 이 장에서는 각 장르의 팬덤적 특성을 분석하고, 새로운 조합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구체적인 변주 전략을 탐구한다.
모든 창작의 여정은 하나의 ‘장르(Genre)’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암묵적으로 시작된다. 장르는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이나 스타일을 지칭하는 분류표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와 잠재적인 소비자 사이에 맺어지는 보이지 않는 > ‘약속’> 이자, 기대와 만족의 경험을 조율하는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다. 서점에 들어선 독자는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찾아 망설임 없이 특정 서가로 향한다.
“추리소설 칸에는 추리가, 무협 칸에는 무협이 꽂혀 있어야 한다.”
독자가 추리소설을 집어 드는 순간, 그 안에는 명석한 탐정과 교활한 범인, 그리고 논리적인 단서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만약 그 책이 갑자기 주인공의 애절한 로맨스로 흘러간다면, 독자는 약속이 깨졌다고 느끼며 분노하거나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이처럼 장르는 소비자가 방대한 콘텐츠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친절한 안내판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창작자에게 장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장르가 가진 가장 본질적이고 강력한 힘은, 바로 무한히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실 세계를, 특정 가치와 규칙을 중심으로 명료하게 재구성하는, 즉 세계를 의도적으로 ‘납작하게(Flattening)’ 만드는 힘에 있다.
나는 특히 이 '납작함'을 좋아한다. 세계관 제작자는 납작한 세계로 학을 접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혼돈 그 자체다. 우리의 삶은 사랑, 일, 돈, 건강, 우정, 정치 등 수많은 변수가 뒤섞여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간다. 순수 문학이 종종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현실의 복잡성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르 문학, 그리고 대부분의 세계관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세계의 변수를 줄이고, 단 하나의 핵심적인 가치와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편한다.
추리 소설의 세계: 이 세계의 유일하게 중요한 가치는 ‘진실’이며, 가장 중요한 행동은 ‘범인 찾기’다. 탐정의 연애사나 경제적 어려움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모든 서사는 살인 사건이라는 단 하나의 점을 향해 수렴된다.
무협지의 세계: 이 세계의 절대적인 가치는 ‘무공의 강함’이다. 인물의 사회적 지위나 도덕성보다, 누가 더 강한 무공을 가졌는지가 그의 서열을 결정한다. 모든 갈등은 결국 무공 대결을 통해 해결된다.
로맨스 소설의 세계: 이 세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의 쟁취’다. 국가의 존망이나 사회적 이슈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위한 배경이나 장애물로 기능할 뿐이다.
이러한 ‘납작함’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세계를 단순화시켜 독자의 집중도를 극대화하고, 창작자가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세계가 ‘무공’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평가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납작함’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양면성이 존재한다. 장르의 선택은 필연적으로 어떤 유형의 사용자를 만족시키고, 어떤 유형의 사용자는 포기하게 되는 전략적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수반한다.
플롯 중심의 사용자는 이러한 ‘납작함’을 환영한다. 그들은 명확한 규칙과 목표 아래 펼쳐지는 효율적인 서사에서 쾌감을 느낀다. 반면, 우리가 앞서 논의했던 ‘세팅 몰입형’ 사용자는 이 ‘납작함’에서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이야기보다 세계 그 자체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가능성과 생활감을 탐험하기를 원한다. 무협지 속 주인공이 수련하는 동안, 시장의 상인들은 어떤 물건을 팔고, 대장장이들은 어떤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노는지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장르의 규칙에 따라 모든 것이 ‘무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기능하는 세계는, 이들에게 다소 인위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장르를 선택하는 행위는 단순히 이야기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당신의 세계관이 어떤 종류의 ‘재미’를 제공하고 어떤 종류의 ‘사용자’를 초대할 것인지를 선언하는 것이다. 당신은 명확한 규칙과 목표가 있는 체스판 같은 세계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구석구석 탐험할 거리가 가득한 거대한 도시 같은 세계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당신이 선택해야 할 장르와 그 ‘납작함’의 정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을 결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세계관이 어떤 종류의 사용자를 초대하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어떤 장르는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지만 하룻밤의 꿈처럼 스쳐 지나가는 ‘매력적인 여행지’와 같고, 어떤 장르는 화려함은 덜할지라도 사용자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쏟아붓고 평생을 머물고 싶어 하는 ‘아늑한 마을’과도 같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유형의 사용자를 각각 ‘관광객’과 ‘주민’ 으로 정의할 수 있다.
관광객: 특정 작품의 압도적인 화제성, 혁신적인 비주얼, 혹은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에 이끌려 일회성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떠나는 사용자. 그들은 작품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하지만, 유사한 다른 작품을 연달아 찾아보는 지속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지는 않는다. 오징어게임 세계1위가 배틀로얄 장르의 번영을 담보하진 않는다.
주민: 해당 장르의 세계관 자체에 깊이 몰입하여, 유사한 문법을 가진 콘텐츠라면 기꺼이 반복적으로 소비하고, 2차 창작에 참여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코어 팬덤. 그들에게 장르는 일회성 경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 삶의 일부다. 이들은 '비슷해보이는 것'을 지속적으로 소비하여 장르 형성에 기여한다.
팬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세계관은 단순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그들 중 일부를 기꺼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충성스러운 주민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가 관광객을, 그리고 어떤 장르가 주민을 만드는 데 더 유리한가?
사이버펑크는 ‘관광객의 장르’가 가진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 , <공각기동대> , <매트릭스> 와 같은 기념비적인 걸작들은 영화사와 대중문화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이 작품들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고, 그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이버펑크 장르 자체는 꾸준히 작품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스터디의 날카로운 통찰처럼, “사펑은 팬이 없어요. (…) 관광객은 많아. 재밌거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 1 (부정적이고 불편한 세계관): 사이버펑크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어둡고, 축축하며, 꼬질꼬질하다. 거대 기업의 착취와 기술에 의한 인간성 상실,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는 지적으로는 매력적일지언정, 감정적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은 아니다. 우리는 기꺼이 그 세계를 ‘관광’하지만, 그곳으로 ‘이주’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원인 2 (높은 지적 진입 장벽): 훌륭한 사이버펑크 작품은 종종 인공지능, 트랜스휴머니즘, 자본주의 비판과 같은 복잡한 철학적, 사회학적 배경지식을 요구한다. 이는 소수의 지적인 관광객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지만, 편안한 안식처를 찾는 다수의 잠재적 주민들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 역시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아서 C.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 나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처럼, 엄격한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미지의 존재와 소통 불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은 경이로운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장르 역시 ‘과학적 사실’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과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하는’ 불편한 메시지 때문에, 소수의 열광적인 관광객을 제외한 다수의 주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관광객의 장르’들은 인류의 지성과 예술성에 큰 기여를 하는 위대한 ‘기념비’를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활기찬 ‘마을’을 건설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박 작품은 탄생하지만, 지속적인 양산형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오늘날 웹소설과 웹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와 이세계물은 ‘주민의 장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스터디의 분석처럼, “웹툰 봐봐, 양산형이 막 쏟아져 나오잖아. (…) 소비되니까.” 이 장르들이 비평가들에게는 종종 진부하고 상업적이라고 비판받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충성스러운 ‘주민’들을 거느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 1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보상 루프): 이 장르들은 독자의 핵심적인 사회적, 원초적 욕망을 매우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충족시킨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얻어 성장하고(지배/성장 욕구), 매력적인 이성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소속/번식 욕구),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한다(정의 욕구). 이처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긍정적 보상 루프’는 독자에게 현실의 좌절감을 잊게 하는 강력한 심리적 위안과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그들이 기꺼이 이 세계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원인 2 (낮고 친숙한 진입 장벽): 이 장르들은 ‘회귀, 빙의, 환생’, ‘게임 시스템’, ‘계약 연애’ 등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익숙한 트롭스를 통해 새로운 독자들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쉽게 이야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낯선 세계에 대한 지적 탐구의 부담 없이, 즉시 서사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공간 스토리텔링: 무엇보다 이 ‘주민의 장르’들은, 사용자가 깊은 > ‘정서적 공명’> 을 느끼며 자신의 역사를 쌓아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 ‘공간(세팅)’> 을 제공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마법 아카데미, 기사단, 모험가 길드, 후작가의 영지 등. 이 공간들은 단순히 사건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동료들과 우정을 나누고, 라이벌과 경쟁하며, 소속감을 느끼는 삶의 터전이다. 독자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 “만약 내가 저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면?”이라고 상상하며 그 공간 자체에 깊은 애착을 형성한다. 이처럼 사용자가 정서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일회성 관광객을 평생의 주민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창작자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관이 어떤 종류의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당신은 소수의 지적인 여행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충격을 선사하는 외딴 ‘기념비’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사람이 안락함과 위안을 느끼며 모여드는 활기찬 ‘마을’을 건설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당신이 선택해야 할 장르와 그 안에서 구현해야 할 욕망의 종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장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많은 사람이 독창적인 장르의 탄생을 한 명의 고독한 천재가 쏘아 올린, 이전에는 없던 완벽한 ‘발명품’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장르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어떤 장르도 결코 진공상태에서 홀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장르는 언제나 이미 존재하던 주류 장르라는 거대한 ‘토양’ 위에서, 그리고 그 주류 장르에 대한 > ‘반발’> 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나는 생태학적 진화의 산물이다.
이러한 ‘장르의 생태학적 진화’ 법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사이버펑크의 탄생이다. 스터디의 핵심적인 통찰처럼, “사펑이 인기를 끌려면 어디까지 가야 되냐면요. SF가 범람을 해야 돼요. 거기에 대한 반발로 튀어나와야 돼요.” 1980년대 사이버펑크가 등장하기 이전, 대중문화 속 SF, 특히 TV 시리즈 <스타 트렉> 으로 대표되는 주류 SF는 대체로 밝고 낙관적인 미래상을 그리고 있었다. 인류는 인종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연방을 결성하고, 워프 드라이브 기술로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며,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외계 문명과 교류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더 나은 유토피아로 이끌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즉 ‘테크노-유토피아니즘’에 기반한 세계관이었다.
사이버펑크는 바로 이 눈부시게 밝은 주류 SF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났다. 윌리엄 깁슨과 같은 작가들은 질문을 던졌다. “기술 발전이 정말 우리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오히려 거대 기업의 통제 아래 인간성이 말살되고, 빈부 격차가 극대화된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것은 아닌가?” 그들은 우주선 대신 뒷골목을, 외계 행성 대신 가상현실(사이버스페이스)을, 이성적인 외교관 대신 불법적인 데이터 밀수꾼(해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사이버펑크의 어둡고, 축축하며, 비판적인 세계관은, 기존 SF의 낙관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반발’이자 안티테제였다.
더 나아가, 이 장르의 탄생에는 1980년대라는 > ‘시대정신’> 과 > ‘인접 세계관’> 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 사회는 소니의 워크맨, 도시바의 노트북 등 일본의 첨단 기술 제품에 시장을 잠식당하며 큰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일본한테 다 잡아먹힐 거고 미래의 기술은 일본이 다 갖고 있고…” 이러한 사회적 불안감은 사이버펑크의 미학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일본어 간판, ‘히타치’나 ‘후지츠’ 같은 기업 로고, 야쿠자와 닌자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들. 이 모든 것은 ‘일본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암울한 미래’라는, 당시 미국인들이 공유하던 현실의 공포를 장르적으로 시각화한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사이버펑크는 ① 주류 SF라는 기존 토양, ② 그것에 대한 반발, 그리고 ③ 일본의 부상이라는 시대정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탄생한 필연적인 산물이다.
이러한 ‘토양과 반발’의 법칙은 다른 장르의 탄생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느와르의 탄생: 20세기 초,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고전 추리소설은 명석한 탐정이 모든 단서를 논리적으로 조합하여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지적이고 질서정연한 세계를 그렸다. 하지만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으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목격한 작가들은 이 낙관적인 세계에 의문을 품었다. 그 결과, 도덕적으로 모호한 사립탐정이 부패한 도시의 음모에 휘말리고, 사건을 해결해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 비극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 즉 > ‘하드보일드’와 ‘필름 느와르’> 가 탄생했다. 이는 고전 추리소설의 질서정연함에 대한 명백한 ‘반발’이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진화: 1950년대 냉전 시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주로 핵전쟁의 공포와 그 이후의 생존을 다루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좀비, 전염병,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사회적 불안이 대두되자, 장르의 토양 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 영화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뛰는 좀비’(영화 <28일 후> )는, 느리고 멍청했던 기존 좀비의 법칙을 파괴하며 장르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장르의 진화 법칙이 우리 창작자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단순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믿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도박과 같다. 대신, 당신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 ‘장르 생태학자’> 가 되어야 한다.
현재 시장의 ‘주류 토양’은 무엇인가? 지금 가장 많은 ‘주민’을 거느리고, 가장 활발하게 양산되고 있는 장르는 무엇인가?
그 토양에 대한 ‘반발’의 징후는 보이는가? 팬 커뮤니티에서 기존 장르의 뻔한 클리셰에 대한 피로감이나 불만이 쌓이고 있는가?
지금의 ‘시대정신’과 ‘인접 세계관’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장 불안해하고, 동시에 가장 열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당신은 지금이 과연 기존 장르에 대한 피로감이 충분히 쌓여, 새로운 대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최적의 시점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위대한 장르의 개척자는 아무도 없는 황무지에 홀로 깃발을 꽂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기존의 밭이 너무 오래 경작되어 지력이 쇠했을 때, 바로 그 옆에 새로운 씨앗을 뿌릴 최적의 타이밍을 아는 현명한 농부와도 같다.
( 하지만, 장르의 개척자들이 토양 봐가면서 작품을 쓴 것은 아니지않나? 왜 필자는 토양과 시장을 강조하는가? 그런 이유라면 애초에 서브컬처 장르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이 든다면 당신이 옳다. 그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척 단순한데,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
새로운 장르가 기존 장르에 대한 반발과 시대정신의 결합으로 탄생한다면, 대부분의 성공적인 세계관은 기존에 존재하던 장르들을 새롭게 > ‘조합’> 하는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모든 조합이 황금을 낳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합은 시장의 파이를 극적으로 키우는 기폭제가 되지만, 어떤 조합은 오히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독이 되기도 한다. 창작자는 자신이 시도하는 조합이 더 넓은 대중을 포용하는 ‘합집합’ 전략인지, 혹은 더 깊은 마니아만을 겨냥하는 ‘교집합’ 전략인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
1. 합집합 전략 (시장 확장): 인간의 세계에 신들의 물건을 가져오라
‘합집합 전략’은 대중적으로 폭넓은 팬층, 즉 ‘쪽수’가 많은 장르를 기반으로 삼고, 그 위에 상대적으로 마니아적인 장르의 요소를 결합하여 시장 전체의 크기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신들의 세계의 물건을 인간들에게 갖고 가야 돼. 인간 세계의 물건을 신한테 갖고 오면 안 돼”
여기서 ‘인간 세계’는 대중적인 장르를, ‘신들의 물건’은 마니아적인 장르를 의미한다.
이 전략의 가장 교과서적인 성공 사례는 바로 > <트와일라잇> > 이다. <트와일라잇> 이전, 앤 라이스의 소설이나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로 대표되는 뱀파이어 장르는 고딕 호러와 성인 취향의 다크 판타지라는, 비교적 마니아적인 ‘신들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은 이 매력적이지만 소수에게만 알려졌던 ‘뱀파이어’라는 ‘신들의 물건’을, 전 세계 10대 소녀들이라는 압도적인 팬층을 가진 > ‘하이틴 로맨스’> 라는 ‘인간 세계’로 가져왔다.
그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기존의 하이틴 로맨스 팬들은 익숙한 학교 로맨스의 틀 안에서 뱀파이어라는 신선하고 위험한 매력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고, 기존의 뱀파이어 팬들 중 일부는 새로운 해석에 흥미를 느끼고 유입되었다. 두 집단의 팬층이 더해지면서, <트와일라잇> 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파라노말 로맨스’라는 거대한 합집합 시장을 창출해냈다.
<해리 포터> 역시 이 전략의 위력을 증명한다. <해리 포터> 의 근간은 마법과 용이 등장하는 ‘하이 판타지’라는 마니아적 장르다. 하지만 J.K. 롤링은 이 ‘신들의 물건’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경험하고 공감하는 > ‘기숙사 학교물’> 이라는 가장 강력한 ‘인간 세계’의 틀 안에 담아냈다.
독자들은 낯선 마법 세계에 대한 진입 장벽 없이, 질투 많은 라이벌(말포이), 엄격하지만 존경스러운 선생님(맥고나걸), 함께 성장하는 친구들(론과 헤르미온느)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의 드라마에 먼저 몰입할 수 있었다. 스터디의 분석처럼, “해리포터의 승리의 일등 공신은 기숙사예요. 학교 기숙사. 그게 없었어 봐. 그냥 일반 환타지 되는 거예요.” 이처럼 합집합 전략의 핵심은, 대중적인 장르가 제공하는 ‘공감대’라는 안전한 다리를 통해, 사용자가 낯선 장르의 세계로 겁 없이 건너올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2. 교집합 전략 (시장 심화): 신들의 세계에 또 다른 신들을 초대하라
반면, ‘교집합 전략’은 마니아적인 장르(집합 A)와 또 다른 마니아적인 장르(집합 B)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오직 A와 B를 ‘모두’ 좋아하는 극소수의 코어 팬덤(교집합)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만 좋아하거나 B만 좋아하는 대다수의 팬들에게는 불필요한 요소가 섞인 이질적인 경험으로 느껴져, 결국 시장 전체의 크기는 오히려 줄어드는 ‘초매니아 장르’가 될 위험이 크다.
스터디에서 언급된 ‘뱀파이어 + 사이버펑크’ 조합이 바로 이 교집합 전략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뱀파이어 팬덤의 시선: 그들은 고딕적인 분위기, 영생의 고뇌, 초자연적인 신비로움을 사랑한다. 인공 신체나 네온사인 같은 사이버펑크의 요소는 그들이 사랑하는 뱀파이어의 본질을 훼손하는 불필요한 첨가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이버펑크 팬덤의 시선: 그들은 기술과 인간의 경계, 거대 기업의 통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에 열광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인 뱀파이어의 등장은,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장르의 개연성과 리얼리즘을 무너뜨리는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조합은 ‘뱀파이어도 좋아하고, 동시에 사이버펑크도 좋아하는’ 매우 희소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교집합 팬덤에게만 어필하게 된다.
“이건 대중적인 쪽수 부분에서 얘기하는 거예요. (…) 엣지가 세서 승리할 수는 있어요. 근데 얘의 유일한 문제가 뭔지 알아요? 작품이 좋아야 돼.”
즉, 이 전략을 선택하는 순간, 창작자는 더 이상 장르 조합이 주는 시장성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성공은 오직 작품 그 자체의 압도적인 완성도와 매력에 달려있게 되는, 매우 험난한 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없이 욕구에 충실하자. ‘이 장르의 사람들에게 말초적 재미를 연속적으로 제공하겠다’도 훌륭한 목표이다.
장르의 조합은 맹목적인 창의성의 발현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진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당신의 목표가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 ‘대중성’> 이라면, 당신은 반드시 > ‘합집합 전략’> 을 구사해야 한다. 당신의 취향 부족이 사랑하는 ‘신들의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더 넓은 ‘인간 세계’의 관객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의 목표가 상업적 성공을 넘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미학을 탐구하고 극소수의 마니아들에게 깊은 인정을 받는 > ‘독창성’> 이라면, 과감하게 > ‘교집합 전략’> 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다만, 이 길을 선택했다면 당신의 작품이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압도적인 완성도를 갖추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은 시장을 넓히는 상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장인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당신만의 답이, 당신이 선택해야 할 조합의 연금술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장르의 본질과 팬덤적 특성, 그리고 조합의 원리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이론은 충분하다. 이제는 당신이 직접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할 구체적인 ‘재료’를 선택할 시간이다. 이 절은 당신을 위한 거대한 아이디어의 창고, 즉 ‘장르 카탈로그’ 다.
이 카탈로그는 지난 스터디에서 언급된 수많은 하위 장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 장르가 가진 전략적 특성을 분석한 실용적인 가이드다. 여기에 제시된 분석 지표들을 참고하여,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의 목표와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재료들을 선택하고 조합해보라. 완벽한 레시피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 요리는 결국 당신의 손끝에서, 당신만의 독창적인 재료 조합을 통해 탄생할 것이다.
이 장르들은 우리의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하거나, 실제 역사의 특정 분기점을 비틀어 ‘만약에’라는 상상력을 더한 세계를 다룬다. 현실이라는 강력한 ‘인접 세계관’ 덕분에 가장 폭넓은 대중(합집합 잠재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핵심 정의: “만약 역사가 다르게 흘러갔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장르. 실제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뒤집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관광객 유치 능력: ★★★★☆ (역사적 배경지식이 있는 이들에게 강력한 지적 호기심을 유발)
주민 유치 능력: ★★☆☆☆ (역사 토론 팬덤 외에, 장르 자체의 코어 팬덤 형성은 어려움)
합집합 잠재력: 최상 (로맨스, 스릴러, 판타지 등 거의 모든 장르와 결합 가능)
세팅 몰입 유도력: 상 (익숙한 역사적 공간과 문화가 낯설게 변주되는 지점에서 강한 몰입감 제공)
핵심 욕망: 탐구, 지배 (만약 내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대표 작품: 《높은 성의 사나이》(2차 대전에서 추축국이 승리했다면?), 드라마 《궁》(대한제국 왕실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면?)
전략적 활용: 당신의 이야기에 깊이와 스케일을 더하고 싶을 때, 현실의 특정 역사적 시대(예: 로마, 조선, 빅토리아 시대)를 기반으로 삼아 변주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핵심 정의: 현실 사회의 특정 시스템(계급, 경제, 정치)을 극단화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여, 그 시스템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장르.
관광객 유치 능력: ★★★★★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로 강력한 화제성 유발)
주민 유치 능력: ★☆☆☆☆ (메시지가 너무 강해, 즐거움을 위해 반복 소비하는 주민 형성은 어려움)
합집합 잠재력: 중 (스릴러, 미스터리와 결합 시 시너지가 좋음)
세팅 몰입 유도력: 상 (독자가 자신의 현실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며 깊은 몰입 유도)
핵심 욕망: 정의, 자유, 생존
대표 작품: 《설국열차》(계급 사회의 축소판), 《오징어 게임》(극한 경쟁 시스템), 《멋진 신세계》(통제 사회)
전략적 활용: 당신의 세계관에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싶다면, 이 장르의 틀을 빌려오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세계의 화폐는 ‘시간’이다”와 같은 하나의 강력한 규칙이 세계 전체를 지배하게 설계할 수 있다.
SF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미래나 외계, 혹은 대체 현실을 탐구하는 거대한 장르군이다. 기술이라는 소재 때문에 진입 장벽이 있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하위 장르가 존재한다.
핵심 정의: 과학적 고증보다는,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모험, 전쟁, 정치 드라마에 집중하는 장르. ‘우주 활극’에 가깝다.
관광객 유치 능력: ★★★★★ (화려한 볼거리와 장대한 서사로 대중적 어필이 강함)
주민 유치 능력: ★★★★★ (매력적인 캐릭터와 방대한 설정으로 강력한 코어 팬덤 형성)
합집합 잠재력: 최상 (성장, 로맨스, 미스터리 등 모든 서사와 결합 가능)
세팅 몰입 유도력: 상 (탐험할 수 있는 수많은 행성과 문화가 존재하여 몰입도가 높음)
핵심 욕망: 탐구, 지배, 소속
대표 작품: 《스타워즈》, 《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전략적 활용: 거대하고 장대한 서사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 단, 너무나 많은 명작이 존재하기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학이나 철학이 없다면 아류작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
핵심 정의: 발달한 과학 기술과 쇠락한 인간 사회의 대비를 통해, 기술이 인간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비판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장르.
관광객 유치 능력: ★★★★★ (독보적인 시각적 미학(네온사인, 비)과 철학적 깊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
주민 유치 능력: ★☆☆☆☆ (세계관이 너무 어둡고 불편하여, 장기적으로 머물고 싶어 하는 주민 형성이 매우 어려움)
합집합 잠재력: 하 (느와르, 미스터리와는 잘 어울리지만, 다른 대중 장르와는 불협화음을 일으킬 위험이 큼)
세팅 몰입 유도력: 중 (분위기는 압도적이지만, 생활감이 부족하고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기 어려울 수 있음)
핵심 욕망: 탐구(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의(거대 기업에 대한 저항)
대표 작품: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소설 《뉴로맨서》
전략적 활용: ‘관광객의 장르’의 대표 주자. 강력한 한 방을 통해 예술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도전할 만하지만, 안정적인 팬덤 비즈니스를 원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SF 장르가 충분히 성숙한 시장에서 그에 대한 ‘반발’로 등장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판타지는 현실의 법칙을 벗어난 마법, 신화, 초자연적 존재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관 구축에 가장 자유로운 장르군이다. ‘주민’을 만드는 데 가장 특화된 장르들이 이 안에 대거 포진해 있다.
핵심 정의: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고유한 법칙과 역사, 종족을 가진 2차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한 서사. 선과 악의 대립이 명확한 경우가 많다.
관광객 유치 능력: ★★★☆☆ (진입 장벽이 다소 높지만, 한번 빠지면 깊이 몰입함)
주민 유치 능력: ★★★★★ (방대한 설정과 역사는 팬들이 평생 탐구하고 놀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를 제공)
합집합 잠재력: 상 (모험, 성장, 전쟁, 로맨스 등 모든 서사의 그릇이 될 수 있음)
세팅 몰입 유도력: 최상 (지도, 연표, 언어 등 세팅 자체가 가장 중요한 콘텐츠. 환경적 내러티브에 최적화)
핵심 욕망: 탐구, 정의, 소속
대표 작품: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전략적 활용: 가장 정통적이고 깊이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을 때 선택하는 장르. 성공할 경우 가장 충성도 높은 ‘주민’들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창작자의 방대한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핵심 정의: 우리의 현실 세계를 무대로, 마법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비밀스럽게 공존하는 형태의 장르.
관광객 유치 능력: ★★★★☆ (현실적인 배경 덕분에 독자들이 쉽게 진입하고 공감할 수 있음)
주민 유치 능력: ★★★☆☆ (설정의 깊이가 얕을 경우, 팬덤이 깊이 파고들 요소가 부족할 수 있음)
합집합 잠재력: 최상 (현대물과 결합하기에 완벽함. 로맨스, 스릴러, 학원물 등과 시너지가 매우 높음)
세팅 몰입 유도력: 상 (‘내가 사는 도시 뒷골목에 마법사 길드가 있다면?’과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강한 몰입 유도)
핵심 욕망: 탐구(숨겨진 진실), 소속(비밀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
대표 작품: 《해리 포터》(기숙사 학교물과의 결합), 《트와일라잇》(하이틴 로맨스와의 결합)
전략적 활용: ‘합집합 전략’을 구사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 대중적인 현실 장르에 판타지라는 ‘신들의 물건’을 결합하여 시장을 확장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선택지다.
이 장르들은 특정 서사 구조보다는, 독특한 시각적, 감각적 ‘미학(Aesthetics)’ 자체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세계관에 강렬한 개성과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을 때 훌륭한 재료가 된다.
핵심 정의: 특정 기술(스팀, 디젤, 바이오 등)이 극도로 발달한 대체 역사를 배경으로,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미학과 사회상을 탐구하는 장르. ‘펑크’라는 이름처럼, 종종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관광객 유치 능력: ★★★★☆ (독특하고 매력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음)
주민 유치 능력: ★★☆☆☆ (미학 자체에 대한 코어 팬덤은 존재하지만, 대중적인 주민을 형성하기는 어려움)
합집합 잠재력: 중 (탐정물, 모험물과 결합 시 좋은 시너지를 냄)
세팅 몰입 유도력: 최상 (기술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디테일(톱니바퀴 초인종 등)이 몰입의 핵심)
핵심 욕망: 미학, 탐구, 창조
대표 작품: 《스팀펑크(Steampunk)》, 《디젤펑크(Dieselpunk)》, 《바이오펑크(Biopunk)》
전략적 활용: 당신의 세계관에 뚜렷한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을 때 최고의 도구다. 단, 미학에만 치중하여 서사가 빈약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핵심 정의: 특정 감성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시각적 스타일 자체를 장르화한 것. 틱톡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중심 플랫폼에서 주로 유행한다.
관광객 유치 능력: ★★★★★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바이럴 확산에 매우 유리함)
주민 유치 능력: ★☆☆☆☆ (분위기만 존재할 뿐, 서사나 시스템이 없어 주민이 정착하기 어려움)
합집합 잠재력: 상 (어떤 장르에든 ‘스킨’처럼 덧씌워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
세팅 몰입 유도력: 하 (깊이 있는 몰입보다는 순간적인 감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음)
핵심 욕망: 미학, 소속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
대표 작품/스타일: 《코티지코어(Cottagecore)》, 《다크 아카데미아(Dark Academia)》, 《바비코어(Barbiecore)》
전략적 활용: 당신의 세계관이 어떤 ‘분위기’를 가졌는지 한 단어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하다. “우리 세계는 하이 판타지이지만, 전체적인 미학은 ‘고블린코어’에 가깝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전략적인 재료 선택
이 카탈로그는 당신의 창작을 위한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라, 가능성을 탐험하기 위한 지도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화려한 기념비를 세우고 싶은가, 아니면 충성스러운 주민들이 평생을 살아갈 아늑한 마을을 건설하고 싶은가? 시장을 확장하는 합집합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아니면 마니아들을 위한 교집합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이 카탈로그를 활용하여 당신의 목표와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재료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세상에 없던 당신만의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내길 바란다.
김동은WhtDrgon@MEJE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