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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마늘과 곰: 공유된 믿음이 만드는 주권

마늘과 곰, 그리고 단군

by 김동은WhtDrgon

한국인에게 "마늘과 곰"이라는 두 단어를 던지면, 백이면 백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바로 '단군신화'입니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다린 곰의 이야기. 우리는 이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 웅녀를 떠올리고, 고조선의 건국을 떠올리고, "우리는 곰의 후손"이라는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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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마늘은 식재료이고 곰은 동물일 뿐인데, 이 둘이 결합하는 순간 거대한 역사적 서사와 민족적 정체성이 순식간에 소환됩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약속된 코드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물과 포도주"를 말하면 기독교 문화권 사람들은 예수의 기적을 떠올립니다. "물과 해골"을 말하면 동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원효대사의 깨달음을 떠올립니다. "반지와 용"을 말하면 판타지 팬들은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을 떠올립니다.


그렇다면 "물과 손가락"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 강연이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예를 들었을 때, 이것을 앞의 물과 포도주, 물과 해골만큼이나 금방 이해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이것은 이슬람의 것입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물과 손가락의 조합은 정결 의식(우두)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때 느껴지는 미묘한 느낌. 심지어 물과 해골보다 더 이질적인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건 당신 안의 어떤 부족함이 아닙니다. 본래 세계관 바깥에서 세계관 안을 들여다볼 때 느끼는 일반적인 감각입니다. 연애 세계관 안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면 자신의 손으로 썼던 편지나 메시지에 느끼는 감정 같은 것입니다.


세계관의 경계와 이질감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하나 있습니다.

물과 포도주도, 물과 해골도, 사람에 따라 동일한 낯섦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독교 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물이 포도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그저 판타지 소설의 마법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해골에 고인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는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연애편지처럼 유치하게 느껴지거나, 공감성 수치처럼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낯섦에 연결된 다른 키워드에 따라 공포나 짜증, 혐오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물과 포도주"가 [기독교], [식민지], [강요된 개종]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조합이 불쾌할 수 있습니다. "물과 해골"이 [죽음], [부정], [저주]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조합이 공포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관의 경계입니다.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고 신성한 것이,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거나 심지어 불편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계관의 충돌은 올바름이 아니다

이 정도만 이해해도, 우리는 세계관의 충돌을 '올바름'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게 됩니다.

"마늘과 곰을 모르다니,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야!" - 이것은 폭력입니다. "물과 포도주를 이해 못 하면 구원받을 수 없어!" - 이것도 폭력입니다. "물과 해골의 의미를 모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지" - 이것 역시 폭력입니다.


세계관은 포함과 배제의 도구가 아닙니다. 연결과 소통의 도구입니다.

당신이 "마늘과 곰"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한국 문화 세계관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세계관에 속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세계관에 속해 있을 것입니다. "물과 손가락"을 당연하게 이해하는 세계관이나, "반지와 용"을 즉시 떠올리는 세계관에 말이죠.

이것을 균형적으로 이해하면, 창작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관 스토리텔링에의 적용

당신이 만드는 세계관에도 경계가 있습니다. 그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주민)에게는 당연한 것이,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관광객)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타지 소설을 쓴다고 칩시다. 당신의 세계관에서 "붉은 달과 검은 늑대"라는 조합이 '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설정했습니다.


주민(기존 독자)들은 이미 압니다. 10화에 걸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으니까요. 그들은 20화에서 "붉은 달이 떴다"는 한 문장만 봐도 긴장합니다. "아, 검은 늑대가 나타나겠구나. 종말이 시작되는구나."

하지만 관광객(신규 독자)은 모릅니다. 20화부터 읽기 시작한 사람은 "붉은 달"을 보고 그냥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당신이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1. 주민을 위한 콘텐츠 설명하지 않습니다. "붉은 달이 떴다" 한 문장으로 충분합니다.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설명하면 주민들이 지루해합니다. "작가가 왜 이걸 또 설명해? 우리 다 알아."

2. 관광객을 위한 입구 하지만 신규 독자를 위해, 자연스럽게 맥락을 제공합니다. 한 캐릭터가 중얼거립니다. "붉은 달... 전설이 사실이 되는 건가." 이 한 문장으로 신규 독자는 "아, 이게 심상치 않은 징조구나"를 직감합니다.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분위기는 느낍니다.


이것이 세계관 스토리텔링의 균형입니다. 주민에게는 신용을, 관광객에게는 입구를.


연결의 강도는 어디서 오는가

이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왜 "마늘과 곰"은 강력한데, "마늘과 코끼리"는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요?

차이는 간단합니다. 반복입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초등학교 때 단군신화를 배웁니다. 역사책에서 다시 봅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또 봅니다. 박물관에 가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야기해 줍니다. 평생 수십 번 이상 "마늘과 곰"이라는 조합을 접하는 것입니다.


한국인 약 5천만 명이 평균 50회 이상 이 조합을 접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 연결의 강도는 얼마나 될까요? 엄청나게 높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조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반면 "마늘과 코끼리"는요? 누구도 연결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교과서에도 없습니다. 연결 강도가 0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울림이 없는 겁니다.


01화에서 우리는 키워드와 연결망에 대해 배웠습니다. 태블릿이라는 단어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이 어떤 키워드들과 연결되느냐에 따라 모세의 석판이 되기도 하고 아이패드가 되기도 한다고요.

02화에서는 SNS 타임라인이 곧 당신의 세계관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당신이 팔로우하는 계정들이 모여 하나의 연결망을 만들고, 그것이 당신이 매일 경험하는 세계를 결정한다고요.


이제 03화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 연결망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공유하는가? 그것이 바로 '신용(Credit)'입니다.


신용이란 무엇인가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신용'의 정체입니다. 화폐가 국가의 보증으로 가치를 갖듯, 특정 키워드 조합이 커뮤니티의 반복적 합의를 통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힘. 같은 단어를 들었을 때 긴 설명 없이도 같은 맥락을 이해하는 정도. 그것이 바로 '소통의 효율성'이자 '믿음의 크기'입니다.


"마늘과 곰"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신용도 100%입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단군신화를 떠올립니다. 반면 "마늘과 코끼리"는 신용도 0%입니다. 누구도 같은 것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물과 손가락"은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신용도 100%이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세계관의 경계입니다.


설명 비용을 줄여라

창작자가 세계관을 구축해야 하는 비즈니스적 이유는 바로 이 '설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를 설명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하지만 같은 지식 체계를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면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마늘과 곰"이라는 네 글자면 충분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단군신화 전체를 이해합니다. 설명 비용이 거의 0입니다.

반면 "마늘과 코끼리"를 이해시키려면? 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옛날에 어떤 코끼리가 마늘을 먹었는데..." 설명을 해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음에 또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 비용이 무한대입니다.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설명 비용 = 1 / (연결 강도 × 반복 노출 횟수)

마늘과 곰은 5천만 명이 50회 접했으니, 설명 비용이 거의 0입니다. 마늘과 코끼리는 0명이 0회 접했으니, 설명 비용이 무한대입니다.


BTS의 "보라해": 0에서 무한대로

이제 실전 사례를 봅시다. 2015년 11월 이전, "보라색과 ARMY"라는 조합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연결 강도 0이었습니다.

하지만 BTS의 멤버 뷔가 처음 "보라해"라는 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팬만 이해했습니다. 연결 강도가 100 정도였을까요?


2016년부터 2017년, BTS 멤버들이 콘서트마다 "보라해"를 반복했습니다. 팬들이 보라색 응원봉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팬덤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연결 강도가 10,000으로 올라갔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 전 세계 콘서트에서 보라색 바다가 펼쳐졌습니다. SNS에 #보라해 해시태그가 확산되었습니다. 팬들이 일상에서 "보라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ARMY가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연결 강도가 1,000,000을 넘어섰습니다.


2025년 현재, 보라색만 봐도 BTS를 연상합니다. 보라 하트 이모지 �는 사실상 BTS 전용 이모지가 되었습니다. 문화적 상수가 되었습니다. 연결 강도는 10,000,000 이상입니다.

처음에는 연결 강도 0이었던 조합이, 반복적 노출을 통해 이제는 전 세계 수억 명이 공유하는 강력한 키워드 클라우드가 되었습니다. 설명 비용은 거의 0에 가까워졌습니다. "보라해"라는 두 글자면 모든 게 통합니다.

이것이 세계관 구축의 본질입니다.


식별의 기준: 지식 체계를 공유하는가

세계관은 단순히 "나는 이 가수를 좋아해"라는 선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세계가 가진 고유한 지식 체계를 공유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너 아미야?"라는 질문 하나로 모든 게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식별은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에서 일어납니다.


"보라색 하트의 의미를 아는가?" "숫자 7이 왜 중요한가?" "고래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화양연화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 질문들은 일종의 암호입니다. 이 세계의 구성원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지식들이며, 이 키워드들이 막힘없이 소통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신용 확인'입니다.


내가 던진 키워드를 상대방이 정확한 맥락으로 받아칠 때, 우리는 서로를 '같은 세계의 주민'으로 인정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반면, 아무리 팬이라고 주장해도 이 지식 체계를 모르면 그는 이방인(관광객)으로 판명됩니다.

"보라해"의 의미를 모르고, 숫자 7의 중요성을 모르고, 고래의 상징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BTS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ARMY 세계관의 주민은 아닙니다. 아직 관광객 단계입니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의 '주권'이다

국가의 3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이듯, 세계관의 3요소는 캐릭터(국민), 디지털 플랫폼(영토), 공유된 지식 체계(주권)입니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언어가 있고, 그 언어가 통용되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강력한 소속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주권입니다.


"외부인은 이해 못 해. 하지만 우리끼리는 설명 없이도 통해."

이 느낌이 바로 커뮤니티의 힘입니다.

한국인끼리 "마늘과 곰" 네 글자로 웃을 수 있는 것. 기독교인들끼리 "물과 포도주"로 감동할 수 있는 것. ARMY끼리 � 이모지 하나로 소통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세계관이 만드는 주권입니다.


신용이 쌓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 신용이 쌓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창작자가 굳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팬들이 알아서 해석하고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사과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 칩시다.

일반인(관광객)에게는 그냥 소품입니다. "예쁜 사과네."


하지만 팬(주민)들은 다릅니다. "저 사과는 백설공주의 독사과다!" "아니야, 선악과의 상징이야!" "데미안의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를 의미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커뮤니티에서 토론이 시작됩니다. 2차 창작이 쏟아집니다.

창작자는 그저 사과를 놓았을 뿐인데, 팬들은 이미 구축된 키워드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스스로 맥락을 찾아냅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돌의 세계관은 이미 [선과 악], [유혹], [타락], [구원], [성장]이라는 키워드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사과가 등장하는 순간, [사과]가 [선악과], [유혹]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기존 클라우드와 통합됩니다. "아! 이번 앨범은 유혹과 선택의 이야기구나!"

이것이 세계관이 가진 힘입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 아니,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더 풍성한 해석을 낳게 하는 것.


낯설게 하기와 익숙하게 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신용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핵심은 '인접 세계관'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예 생소한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세계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명 비용이 무한대입니다. 반대로 너무 뻔한 단어들만 있으면 지루합니다. 신선함이 0입니다.


성공적인 세계관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개념(인접 세계관)을 빌려와서, 살짝 비틀어 보여줍니다.

해리포터를 보십시오. 누구나 아는 '기숙사 학교'라는 익숙한 시스템에 '마법'이라는 판타지를 섞었습니다. [학교], [기숙사], [그리핀도르/슬리데린], [마법 수업], [퀴디치]. 독자들은 "학교"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마법이라는 낯선 요소를 쉽게 이해했습니다. 설명 비용이 낮습니다. "마법 학교"라는 세 글자로 충분하니까요.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해봤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익숙한 놀이에 '데스게임'이라는 잔혹함을 섞었습니다. [놀이], [무궁화], [규칙], [탈락], [죽음]. 시청자들은 규칙을 설명할 필요 없이 놀이를 보는 순간 즉시 이해했습니다. 설명 비용이 거의 0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놀이를 아니까요.


마늘과 곰처럼, 당신만의 조합을 만들어라

익숙한 두 단어를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십시오.

기사(중세) + 우주(SF) = 제다이 기사(스타워즈) 놀이(일상) + 죽음(공포) = 오징어 게임 학교(익숙) + 마법(판타지) = 호그와트


당신의 조합은 무엇입니까? [익숙한 키워드 A] + [익숙한 키워드 B] = [새로운 세계관]

중요한 것은, 두 키워드 모두 이미 신용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생소한 A] + [생소한 B]를 조합하면 설명 비용이 무한대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A] + [익숙한 B]를 조합하면 설명 비용이 낮으면서도 신선함은 높습니다.


반복 노출로 신용을 쌓아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한 번 소개하고 끝나면 신용은 쌓이지 않습니다. 반복적 노출을 통해 연결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


BTS의 "보라해" 전략을 기억하십시오.

1단계: 한 번 언급 (2015) → 연결 강도 100 2단계: 멤버들이 반복 사용 (2016) → 연결 강도 10,000 3단계: 콘서트마다 보라색 연출 (2017-2018) → 연결 강도 1,000,000 4단계: 팬들이 일상에서 사용 (2019~) → 연결 강도 10,000,000+

결과: 설명 비용 = 1 / 10,000,000 = 거의 0

당신의 핵심 키워드도 이렇게 만드십시오.

처음 소개 (웹소설 1화, 뮤비 티저) 반복 등장 (매 에피소드) 시각적 강화 (굿즈, 포스터) 팬덤 확산 (팬들이 사용)

그리고 그 의미를 반복적으로 노출하여 사람들에게 학습시키십시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당신이 만든 키워드 조합만 보고도 당신의 세계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성공적으로 주권을 선포한 것입니다.

세계관 구축은 사전 편찬이다

세계관 구축은 지도를 그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만의 사전을 편찬하는 일입니다.

일반 사전에서 마늘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세계관 사전에서 마늘은 [마늘] - [곰] - [웅녀] - [단군] - [고조선]으로 연결됩니다. 우리 민족의 기원 신화와 연결된 신성한 식물입니다.


이 사전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견고한 신용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마늘과 곰"이라는 네 글자만으로도, 우리는 5,000년의 역사와 5천만 명의 정체성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당신도 그런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 사전 60만 단어의 비밀

01화에서 우리는 옥스퍼드 사전의 60만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쓰이는 단어는 약 3,000개 정도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고빈도 단어가 3,000개, 가끔 사용하는 중빈도 단어가 10,000개, 전문 용어 같은 저빈도 단어가 50,000개. 나머지 55만 개 이상의 단어는요? 연결 강도가 약해 소멸 위기에 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단어는 사라집니다. 사전에 기록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죽은 단어입니다.

반대로, 3,000개의 일상 단어는 매일 수억 명이 사용하고, 연결 강도가 매우 높으며,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계관의 키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키워드 (반드시 기억): 50-100개 주요 키워드 (자주 등장): 500-1,000개 보조 키워드 (배경 설정): 5,000개 세부 키워드 (백과사전): 20,000개+

스타워즈 Wookieepedia의 22만 키워드 중, 팬들이 실제로 기억하는 것은 아마 5,000개 정도일 것입니다. 나머지는 필요할 때 찾아보는 참고 자료입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 50~100개 키워드의 연결 강도입니다. 제다이, 포스, 라이트세이버, 다크사이드, 시스, 공화국, 제국, 반란군, 루크, 다스베이더, 데스스타, 밀레니엄 팔콘, 요다, 오비완. 이 15개 정도만 알아도 스타워즈 대화가 가능합니다. 연결 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세계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22만 개를 만들 필요 없습니다. 핵심 50개를 만들고, 그 연결 강도를 높이십시오.


공유 밀도를 설계하라

이제 실전 질문입니다. 당신의 세계관에서 핵심 키워드 50개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키워드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습니까?


예를 들어 당신이 판타지 소설을 쓴다고 칩시다. 핵심 키워드를 나열해 봅시다.

[마법], [검], [왕국], [예언], [선택받은 자], [용], [어둠의 군주], [고대 유물], [금지된 숲], [마법사 탑]

이 10개만 봐도 독자들은 "아, 전형적인 판타지구나"라고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판타지라는 인접 세계관에서 이미 신용이 쌓인 키워드들이기 때문입니다. 설명 비용이 낮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뻔합니다. 이제 당신만의 비틀기가 필요합니다.

[마법] - [금지됨] - [범죄] [검] - [부서진] - [재련 불가능] [왕국] - [멸망] - [폐허] [예언] - [거짓] - [조작됨]

이렇게 익숙한 키워드에 낯선 연결을 추가하면, 당신만의 세계관이 탄생합니다. "마법이 금지된 세계", "부서진 검을 고칠 수 없는 세계", "예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는 세계".


독자들은 익숙한 키워드 덕분에 쉽게 진입하지만, 낯선 연결 덕분에 신선함을 느낍니다. 설명 비용은 낮고, 흥미는 높습니다.


세계관 밖 사람을 위한 배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세계관의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마십시오.

"물과 손가락"을 모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단지 이슬람 세계관에 속하지 않을 뿐입니다.

당신의 세계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붉은 달과 검은 늑대"를 모르는 신규 독자가 있다면, 그들을 위한 입구를 만들어 주십시오.


주민(기존 독자)을 위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붉은 달이 떴다." 이 한 문장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관광객(신규 독자)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맥락을 제공합니다. 누군가 중얼거립니다. "붉은 달... 전설이 사실이 되는 건가." 신규 독자는 이 한 문장으로 "아, 이게 심상치 않은 징조구나"를 직감합니다.

이것이 균형입니다. 주민에게는 신용을, 관광객에게는 입구를.


세계관은 포용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세계관은 배제의 도구가 아닙니다. 포용의 도구입니다.

"이걸 모르면 진짜 팬이 아니야" - 이것은 세계관을 무기로 쓰는 것입니다. "이걸 알면 우리 세계가 더 재미있어" - 이것이 세계관을 초대로 쓰는 것입니다.


마늘과 곰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대신, "이 이야기를 들려줄게, 재밌을 거야"라고 말하십시오.

물과 포도주를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은 구원받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대신, "이 의미가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이야기해 줄게"라고 말하십시오.


당신의 세계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키워드를 모르는 신규 독자를 배척하는 대신,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자연스럽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그러면 관광객이 천천히 주민이 되어갑니다.


다음 화 예고

우리는 이제 신용(Credit)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키워드의 연결 강도가 공유 밀도를 만들고, 반복적 노출이 설명 비용을 낮추며, 그것이 커뮤니티의 주권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현대 디지털 시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세계의 주민일 수는 없습니다.

현대인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루 5시간의 여가 시간으로 수십만 개의 콘텐츠를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선택합니다. 가장 화제가 되는 것, 가장 완성도 높은 것, 가장 '정수'만 뽑아낸 것을.


다음 화에서 우리는 '관광객'과 '주민'의 차이를 배우고, 현대인의 '약탈적 소비' 패턴을 이해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 진짜 주민을 찾아낼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왜 배틀로얄 장르 전체는 부흥하지 못했을까요? 수억 명이 열광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그 장르의 '주민'이 아니라 '관광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당신의 세계관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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