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찾는 사람의 마음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부랴부랴 타로카드를 챙겨야 한다. 요즘 내가 가방 안에 꼭 챙겨 다니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이나 지인 모임에서 타로카드는 이벤트적인 요소를 톡톡히 하는 중이다. 그들은 나보다 타로카드의 소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타로카드를 배워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색채 미술심리에 관한 책을 읽다가 색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색이 가지는 힘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색채 타로카드를 접했다. 색으로만 이뤄진 카드로 일진운, 연애운, 금전운 등과 같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반영한 것이 색으로 해석이 되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타로카드는 필연적으로 내가 배우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도서관을 자주 기웃거리고, 좋은 강연을 찾아다니고, 돈 들이지 않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고, 모임이 형성된다. 어떤 교집합에 묶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삽질 동지를 만나고, 또 다른 배움을 소개받기도 한다. 한 동안 같은 삽질을 하던 동지의 소개로 타로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학교에서 하는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으로 타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자리 여분이 남았던 터라 깍두기 개념으로 수업을 청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아니었음에도 타로 강사와 삽질 동지의 이끌림에 의해 필연이 아니라 우연히 배우게 되었다.
타로카드는 유니버설 웨이트(보통 타로점 보러 가면 보는 카드) 타로카드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종류만도 10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보는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로 수업을 했다. 타로카드는 22장의 메이저카드와 56장의 마이너카드로 나뉜다. 타로카드 수업을 배우게 되면 메이저카드를 가장 먼저 배운다. 첫 수업에 메이저 카드 9번까지의 스토리를 들으며 얽힌 키워드를 읽는 법을 배웠다.
타로카드를 배우려면 78장을 읽어내야 하는데, 이제 겨우 9번 카드라니. 집으로 돌아와 안달이 나서, 다음 주를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남은 69장의 카드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하였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유영하며 다니다가, 직업훈련 사이트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무료 강의를 알게 되었다. 회원가입을 하고 수강 신청을 했다. 수강 신청이 수락되기 무섭게 업로드된 강의를 모조리 쉬지 않고, 도장 깨기 하듯 소화했다. 타로 심리상담사 1급 22강과 색채 타로 심리상담사 1급 20강을 이수했다. 강의도 이수했으니 이왕지사 시험도 쳐봤다. 강의만 잘 들으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카드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라 자격증이 큰 의미는 없었다.
사실, 타로카드를 공부해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것이었다. ‘제대로 판다면 이번 생은 다 파지도 못할 만큼의 땅이겠구나.’ 싶은 게 타로였다. 타로 선생님이 타로 공부는 끝이 없다고 했던 말이 실감 났다. 배우는 것에 멈출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타로의 세계로 입문해 보시라 살며시 제안해 본다. 타로 카드에 그려진 그림을 해석한다고 하여, 사람들에게 운명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타인의 삶을 섣불리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타로 공부를 깊이 하는 분들은 심리학, 점성학, 수비학, 사상의학, 음양오행, 체질 감정, 사주 음양, 서양철학, 동양철학, 인문과학, 신화, 역사 등등. 공부의 끝이 없다고 한다. 고작 자격증 취득으로 검증 가능한 분야가 아니었다. 타로의 세계로 입문한 이상 배움을 멈추는 일은 없을 듯싶다.
타로카드의 숙련을 위해서는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 일단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요? 당신과 자녀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당신은 어떤 에너지를 써야 할까요? 혹은 당신은 어떤 에너지를 쓰지 말아야 할까요? 등과 같은 질문을 하고 카드를 뽑는다. 내가 뽑은 카드의 느낌과 카드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키워드를 접목시켜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신중히 고민하게 된다. 아무리 나쁜 카드도, 아무리 좋은 카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카드의 해석을 하루가 끝날 즈음 매칭 해보는 연습을 한다. 나로부터 시작된 연습은 가족을 거쳐 지인들에게 확장시켜보고 있다. 타로를 하다 보니 매일 질문하는 삶을 살게 된다.
얼마 전, 선의를 베푼 일이 독이 되어 상처받은 K가 있었다. 그 일로 경찰서에 다녀와야 하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타로 상담을 요청해 왔다. K의 아내가 위로를 했지만 불안한 마음과 상처받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힘들어했다. 하여 타로에 의지해 상담을 해 주었다. K의 마음을 대변하듯 열 개의 칼을 등에 꽂고, 엎드려 쓰러진 사람이 그려진 검 10번(유니버설 웨이트 타로 검 10번) 카드가 뽑혔다. 그의 아내와 내가 위로를 건네도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그는 검 10번 카드에 칼이 꽂힌 남자가 자기라고 했다. 그제야 위로의 말들이 들리는 모양이었다. 사람의 말보다 그림 한 장이 그를 정확히 알아봐 준다고 여기는 듯하였다. 다행히 결과 카드는 상처가 아물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긍정의 카드가 뽑혔다. 카드를 통해 이해받고, 카드를 통해 긍정적 이야기를 듣고서야 평온해지는 K를 보았다. 어떤 상처도, 어떤 위로도 언어가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언어적으로 구체화하려고 해도 가닿지 않을 때가 있다. K의 마음을 담아내기에는 그림 한 장의 힘이 훨씬 강했다.
그날 나는 생각했다. 사주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타로를 통해 인간이 얻고자 했던 것을, 신을 찾아가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을, 세상에는 그냥 생겨난 것은 없구나. 연약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기에 존재하는구나.
지인과의 약속 시간에 늦을지도 모르겠다. 얼른 타로카드를 챙겼다. 나를 기다리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마음을 정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