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는 일상의 삽질
일찍 일어나면 5시 반에 눈을 뜬다. 남편의 이른 출근길 배웅을 해 주려고 노력하는 쪽이라 기상 시간이 빠른 편이다. 그가 출근하고 나면 미국 증시를 확인하고, 주요 뉴스를 읽는다. 한국 증시는 미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가장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한국의 경제, 정치, 생활 전반의 뉴스를 찾아 읽는다. 꼼꼼히 읽으면 1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나는 한국 주식 시장의 조막손 개미다. (최근 고구마만 먹고 있어 답답하지만, 그저 웃지요. 하하하.) 코로나19 이후, 주식은 ‘절대, 안돼’라고 했던 사람들도 주식 계좌는 필수적으로 개설해야 되는 것인 양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10년+n연차 주식을 소소하게 해 왔던 차라 지인들에게 주식 관련 전화를 자주 받았다. 차트는 어떻게 보는 것이냐? 재무제표는 어떻게 보냐? 유상증자는 왜 하는지? 감자는 뭔지? 권리락은 또 뭐냐? 등의 주식 용어는 일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카더라 통신’을 통해 매수한 주식을 뒤늦게 물어오는 식이었다. 처음의 나도 그랬었다. 누군가 추천해주거나 어설프게 느낌과 촉을 믿으며 투자를 하여 낭패를 본 경험이 허다하다.
처음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는 주식 10+n 년 차도 경험해 보지 못하 주식 장이었다. 미끄럼을 타는데 끝이 어딘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래로, 아래로. 일상으로의 회복 기미가 오면 주식 시장은 가장 빠르게 감지하고 움직이지만, 주린이 들에 게 출렁이는 파도는 늘 예측이 힘들다. 경험치가 있는 개미인 나조차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른 점은 있다. 많이 잃어보고, 회복되어 보고, 돈을 벌어보기도 했기에 의연함이 다를 수 있다. 어쩌다 마이너스가 걷잡을 수 없어 보이면 내가 하는 생각이 있다.
‘건강 잃지 않으면 된 거야. 돈 잃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읊조리는 말들은 정말 효과가 있다. 나는 주식을 하면서 돈을 잃고도 즐거울 수 있는 삶을 배웠다. 주식시장만큼이나 일희일비하는 것도 없다. 내가 주식 시장에서 배운 가장 큰 득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주식을 시작할 때 돈을 잃을 것이라는 전제보다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인생공부에 공짜란 없는 법. 설상 운이 좋아 돈을 벌었다고 자만했다가는 그것이 독이 되어 더 큰 손실을 맛보게 된다.
주식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 왜 주식을 열심히 하게 되었는지를 말하려고 한다.
월급 없이 열정 페이만으로 일하는 사람 1순위를 꼽으라면 주부가 아닐까 한다. 나는 주부도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빤한 월급에 주부들이 제일 아끼는 것은 자신과 관련한 소비가 아닌가.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종잣돈 천만 원을 고심 끝에 주식에 투자했다. 성급하지 않게 굴려 가며 용돈벌이를 했다.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은 분명 필요하다. 외벌이인 경우, 특히 돈을 쓸 때마다 효용가치를 따지고, 남편과 의논을 주고받으며 쓰는 돈이 적지 않게 피곤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주식이 잘 돼서 당당하게 쓰고 싶었다. 예상했겠지만 호락호락 내 주머니 속으로 돈이 굴러 들어오지는 않았다. 돈 천만 원은 주식 몇 가지만 쇼핑하고 나면 눈 깜짝할 사이 없어진다. (전문용어로 분산투자^^) 주식도 소득이 있어야, 내가 찜한 회사에 계속 투자할 수가 있다. 하여 나는 당당히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매달 30만 원씩 급여통장에서 나의 계좌로 자동이체를 시켜달라고 했다. 나의 소득에 대한 요구이며, 투자를 위한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성과급이나 기타의 소득이 생기면 절반을 떼어 계좌로 넣어달라고 했다. 그는 알고 있다. 내가 사치를 하려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재테크를 하기 위해 요구한다는 것을. 암묵적 그의 동의이자, 투자인 셈이다.
주식 시장도 활황기에는 발굴해야 하는 정보와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를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유와 곡물의 수급이 힘들어지고, 코로나의 재확산이 거듭되고, 세계적인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외부적인 요인들도 예측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다. 오답이 판을 칠 때는 관망이 득이 될 때도 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아무리 좋은 회사도 하락장에서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게 된 목적은 돈이었다. 그런데 주식을 하다 보니 “돈”을 객관적 시선으로 보려고 애쓰게 됐다. 시장은 돈의 흐름에 민감하고, 약속된 통화로서 “돈”을 보면 우리가 굳이 아등바등 돈에 이끌려 다니는 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은행이 보유한 돈은 숫자에 불과하고, 우리가 주고받는 돋도 숫자로만 움직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돈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은행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정작 돈이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르면서 돈을 쫓아가며 살고 있었다.
주식을 하면서 인식하게 되었고, 궁금하니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와 정치와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는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전쟁은 왜 일어나고, 누군가는 잘살고, 누군가는 못 살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쩌면 숨 쉬고 사는 데는 하등 필요한 정보가 아닐 수 있지만, 본질적 질문을 통해 세상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데는 큰 공부가 되기도 한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는 질문과도 마주하게 된다.
“주식할까? 말까? 나 여윳돈이 좀 있는데.”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의 나라면 무조건 말린다. 돈에 대한 그릇된 욕심이 큰 손실을 안겨줄까 봐 애초에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하고 싶으면 해 보라고 권한다. 단, 공부하라고 한다. 그냥 추천주 받아서 하려거든 하지 말라고 한다. 용어적인 것이 막히면 도와줄 수 있고, 책을 추천하거나, 괜찮은 영상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주식을 하면 좋은 점은 돈을 벌어서 좋은 점보다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알려준다. 특히 “돈 공부하다 보면 인생 공부가 절로 된다.”라고 말한다. 주식을 하려면 돈을 투자해야 하고 내 돈이 들어가 있으면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나는 “돈”만 쫓기 위해 주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함으로써 배우는 세상이 더 넓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계속 주식을 할 것이다. (feat.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경제적 자유는 꼭 얻고 싶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