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순수
매주 화요일마다 동화 읽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동화를 읽기 시작한 것은 딸아이가 네 살 무렵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였다. 지금 열 살이니 6년 이상 된 셈이다.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성인이 읽으니 시시 할 것 같지만, 동화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읽는 책을 같이 공유하며 읽는 어른이 되고자 읽기 시작했지만, 동화를 읽음으로 인해 어린 나를 자꾸 소환하게 된다. 애써 기억을 끄집어내지 않으면, 내 어린날을 잊고 산다. 아이였을 때가 있었음에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어느새, 딸아이는 엄마가 읽었던 동화를 따라 읽기도 하고, 자기가 읽은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차고 넘치는 읽을거리들에 마음이 조급한 산발적 독서가이지만, 딸아이가 추천하는 책은 꼭 읽는다. 구체화될 수 없는 어린 딸이 느꼈을 감정의 표현들을 책을 통해 전달받는 느낌이 든다. 책을 추천한 이유를 듣다 보면 아이의 마음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은 듯하다. 등장인물 중에 누가 가장 너와 닮았는지? 왜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인물이 어떤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지? 책 속에서 느꼈던 어른은 어땠는지? 어른은 어때야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프고,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즐겁고, 무엇이 신나고, 무엇이 안타깝고, 무엇이 슬픈지 어렴풋이나마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상처받았던 상황과 감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덮어두었던, 혹은 심해 어딘가 묻어두고 모른 척했던 것들이 동화를 읽으면서 소환될 때가 있다. 잘 치유되지 못했던 것은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애썼구나, 힘들었구나, 너도 아이였으니까, 괜찮아, 잘 자랐구나……”라고 말을 건넨다.
아이였을 때의 나를, 어른이 된 내가 다시 보듬어 주는 시간과도 마주한다. 6년의 시간 동안 동화를 읽으며, 다른 엄마들과 독서모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인듯하다.
딸아이가 없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이 어쩌면 그림책과 더불어 동화이다. 동화 읽기의 시작과 원인이 딸아이였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동화책 읽기는 계속될 것이다. 동화의 마음은 아이들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 줄 어른의 마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