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소설
오늘은 김승대 씨의 생일입니다. 그의 51번째 생일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성실한 아버지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성실한 남편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성실한 아들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성실한 친구입니다. 그는 누군가의 누구도 아닌 그입니다. 오늘은 누군가의 그가 아니라 그냥 그였으면 합니다. 그는 김승대라는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다정한 나의 둘째 형부이다. 표현이 서툴러서 그럴싸한 단어 선택이 늘 어긋나 아내에게 핀잔을 듣지만, 그는 분명 다정한 사람이고 따뜻한 사람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몸에 밴 듯 친절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는 새벽시장에서 전구지(부추의 경상도 사투리)를 주 취급 종목으로 하는 도소매업을 한다. 매일 새벽 2-3시경이면 일어나 새벽시장으로 향해야 한다. 전날 낮에 경매장에서 경매받은 전구지를 소매상에 파는 일을 한다. 하루도 거를 수 없고, 아무리 아파도 어김없이 몸을 일으켜 새벽 시간을 버티고 일을 한다. 아침 7-8시가 그의 퇴근 시간이 된다. 매일 반복되는 그의 일상이다.
첫째 아들이 21살이니 그가 결혼하여 지금까지 거의 모든 날들을 그렇게 반복하였을 것이다. 그의 아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부터 그의 아들이 인지하는 지금의 시간까지도 그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의 반복된 일상으로 인해 편안했을 그의 안식처가 아닐 수 없다.
그 역시 부족한 남편, 부족한 부모, 부족한 아들이었을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견디며 51년을 살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꽃 시절의 모습부터 지금의 중년을 넘긴 나이를 기억하는 나는 왠지 모를 씁쓸함과 함께 마음이 아프다. 내가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이해할 수 있는 삶의 무게이고, 아픔이 아닐까 싶다.
남편의 생일상을 분주하게 준비하던 언니가 카톡으로 조카가 남긴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읽는 내내 펑펑 울었다. 잘 자란 조카의 따뜻한 스윗함의 감동보다는 그가 살아온 길이 스치듯 지나가서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산다는 것은 참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아프고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순간순간들의 감동과 행복함으로 매일을 버텨야 하는 게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 생을 성실하게 살아 내는 이유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편지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오늘만큼은 그가 아빠의 무게도, 남편의 무게도, 아들의 무게도 내려놓고, 나는 어떤 걸 좋아했고, 나는 어떤 꿈을 꾸었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었는지……그가 그를 가장 아껴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의 생 한가운데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하루를 보내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