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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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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May 16. 2018

일상소비

일기를 몰아쓰는
버릇이 생겼다
바빠서
눈물나게 바빠서

어제는
세일이라 사놓은 와인을 마시다 문득
줄어든 와인이 서러웠다
그러다 잔을 그만,
실수로 깨버렸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영영
다시 사놔야되는데 그래야되는데
그러지 못하였다

오늘,
회사에 나가 하던대로 앉아있었다
주룩주룩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그만큼 줄어든 나는 젖은채
회사 밖으로 나왔다
딱 그만큼 사라진

그리고
내일은 만나던 사람과 이별을 했다
나중엔 그래도 덜 울겠지
눈물샘도 줄었으니까

모레는 깨진 잔을 대신할
깨질 잔을 하나 사고
회사에 나가 조금만 덜 줄어들고
다시 또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그때 일기 쓰기
덜 울면서

덜 사라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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