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올 Sep 03. 2018

퇴근 후 샤워

 야근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할 때에 괜시리 애먼 샤워타올을 못살게 한다. 물에 흠뻑 적셔 바디워셔를 듬뿍 짜서 박박 몸에 비벼댄다. 아무 생각없이 브억브억 소리를 들으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을 맞으면서, 평소에 즐겨듣는 노래를 틀어놓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그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물방울 줄기 여러대가 정수리를 갈기는 그 순간에. 서류가 오가는 지점 사이에 울그락 불그락된 나와 여러 사람들. 등짝으로, 앞판으로 흘러대는 물 위에다가 사정 없이 샤워타올을 비벼댄다. 식은 땀이 흐르던.

 팔에 힘이 실리고 살갗은 불게 달아오른다. 그 밑으로 아픔이었나 싶던 게 석석 소리에 시원함으로 가득 찬다. 더러운, 더러운 것들을 밀어내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줄곧 철학을 하고 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