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fons mucha, <The Abolition of Serfdom in Russia>, 1914
잘 지냈냐고 묻는 것도 어색하고 또 이상하네요. 언제 그렇게 물어본 적도 없었고 들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 탓일까요. 저는 그래요. 별일이라면 별일이고, 또 아무 일 아니라면 아무 일 아닌 삶을 살았어요. 우리가 안부를 물어야 할 비어있는 시간 동안에요. 별 일이라면 나이를 먹고 나잇값을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러 일들이고, 이게 또 아무 일 아닌 것은 누구나 발버둥 치며 살기 때문이겠죠.
그런 일들 중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친구가 있는데요, 그놈은 영원히 사랑을 모를 줄 알았거든요. 그런 어느 날 그 녀석이 제게 말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그래서 또 너무 행복하다고.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리고 기뻤어요. 형제처럼 생각하는 친구가 사랑을 알았다니요. 항상 외롭고 또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사랑이 드디어 사랑이 찾아온 것이니까요.
한편으로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도 들었어요. 걱정. 걱정이 맞는 말 같아요. 그 친구가 어떤 사랑을 할지 몰라도 괜히 걱정이 쏟아졌어요. 처음엔 그 친구가 어려운 사람을 만나 어려운 사랑을 할까 봐 걱정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말하다 보니 깨달았어요. 깨달은 게 하필 바로 지금인데 그건, 그런 거예요. 왜 있잖아요, 지난번엔 친구의 생일에 함께 담을 넘었어요. 꼭 그곳에서 야경을 보고 싶다고 해서, 어려울 것도 없어서 같이 담을 넘어주었죠. 역시 잊지 못할 야경이었어요. 행복했죠. 그렇게 서로 한껏 즐기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경찰이 오고 꽤 혼이 났어요. 죄송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이후로 괜히 파출소 앞은 가기 싫은 거 있죠. 파란 간판만 봐도 괜히 돌아가고 말이에요. 본능? 본능이라고 하기엔 그런데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괜히, 그런 거 있잖아요.
그니까 그건 걱정이라기보단 음, 본능이었던 것 같아요. 피하고 싶은 마음. 그 사랑은 친구의 몫인데도 말이에요. 아끼는 사람이어서, 그 탓에 아무래도 내 것인 양 내 사랑인 양 자연스레 반응했나 봐요. 우습죠?
음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더라. 어찌 되었든 많이 변했어요, 모든 게. 겁도 많아지고. 거칠 것 없던 그때는 또 언제였나 싶고 앞으로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지금 지나가는 모든 게 아쉽고 또 붙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지금을 잡기도 그런데, 그때는 오죽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