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 에단이 했던 말. 떠나간 모든 연인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그때 당신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어. 눈은 휘둥그레졌고 음성은 조금 거칠었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때 내가 대답했던 말 기억 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뒤에 나도 에단과 같다는 말은 붙이지 못했어. 당신이 그 말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그대로 우리 사이가 굳어져서 지금에 이른 것 같아.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말을 혼자 검열하면서, 솟구치는 감정과 부글거리는 욕구를 외면하면서. 그때엔 그게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나봐. 좀 더 참는 게 익숙한 내가 참고, 좀 더 여유 있는 내가 참고, 내가 참고. 그렇게 인고의 끝에 당신이 화사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도 충분했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었나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만큼이나 커졌는데 나는 이렇게 괴로운 것을 보면 말이야. 그 괴로움이 처음엔 미움이라고 생각했어. 당신을 향한 미움. 내 마음과 감정 그리고 욕구가, 깨진 유리컵 밑으로 애처롭게 흐르는 그 말라가는 물처럼 당신으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느꼈거든. 이제 보니 외면한 건 나였더라. 당신이 미운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괴로운 것뿐이었어. 그 안개 같은 미움이 걷히니까 뚜렷하게 보이더라, 당신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
우리는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상한 질문처럼 느껴지네. 사랑하는데 만남을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그건 내 마음 탓일 거야. 당신을 넣느라 찢어지고 부르튼 내 마음을 내가 돌보지 못한 탓. 조금은 서운하기도 해, 당신이 그걸 좀, 그 왜 있잖아, 알아주길 바랐거든. 고생했다고 그래도 잘 해냈다고 토닥여주면 다 괜찮았을 텐데. 그러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거의 다 왔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더 버텨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거야, 그렇지? 어느새 아물어도 구멍은 메꾸어지지 않는 지경에 온 것 같아.
그래서 그 다음은? 모르겠어. 어찌되었든 당신을 사랑할거야. 만나는 동안에 당신에게 내 반을 찢어서 주었어. 그리고 이제와서 다시 돌려받지 않을게, 가져가. 당신이 준 당신의 반쪽을 나도 아낄게. 스스로를 꺼내어 찢어낸 시간들이야 희미해지기도 하겠지만, 그 반을 나누어갖도록 하자. 당신도 내게 영화 같은 사람이었어. 아직도 너무 소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