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이사를 간다고 집을 치우다 그만 화분의 받침을 떨어뜨렸다. 그건 손에서 뛰쳐나가듯 벗어나 손에 닿을 정도의 거리에 착지했는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필 산산조각 난 그 자리에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었다. 그리고 소주가 한병 있었다. 소주 탓인지 다행이란 생각보다는 뭔가 서글펐다. 무너져 흩어진 지저분한 자리를 손쉽게 청소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인 거 같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사를 간다고 친구들과 슬픈 안녕을 했지만 슬픈 안녕은 곧 우스워진다. 언제 슬퍼했냐는 듯 그 자리엔 새로운 기쁨이 채워질 것이다. 거자필반 회자정리라. 떠난 사람은 언젠가 만나고 만난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건만 떠남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촘촘히 모여사는 이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적응일까. 이별을 이별이라 평생을 슬퍼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쉽게만 느껴져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