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올 Jul 21. 2016

이사, 이별

이사

 이사를 간다고 집을 치우다 그만 화분의 받침을 떨어뜨렸다. 그건 손에서 뛰쳐나가듯 벗어나 손에 닿을 정도의 거리에 착지했는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필 산산조각 난 그 자리에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었다. 그리고 소주가 한병 있었다. 소주 탓인지 다행이란 생각보다는 뭔가 서글펐다. 무너져 흩어진 지저분한 자리를 손쉽게 청소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인 거 같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사를 간다고 친구들과 슬픈 안녕을 했지만 슬픈 안녕은 곧 우스워진다. 언제 슬퍼했냐는 듯 그 자리엔 새로운 기쁨이 채워질 것이다. 거자필반 회자정리라. 떠난 사람은 언젠가 만나고 만난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건만 떠남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촘촘히 모여사는 이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적응일까. 이별을 이별이라 평생을 슬퍼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쉽게만 느껴져 허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악과가 떨어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