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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Jul 21. 2016

사춘기

 겪어야 할 진통이었을지도 모른다. 진통 이후엔 나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사는 건 힘들다는 데 그 말이 지금을 말하는 것 일까. 힘들다는 걸 미리 알아도 내 아픔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도 같다. 언뜻 생각하기엔 미리 알고 있으면 덜 아플 것 같았는데. 누구나 보내는 사춘기에도 어찌나 어지러운 마음인지. 사실 미리 알고 있었던 적 조차 없었다. 우리 사이에 어떤 잡음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었다. 그래 잡음이 있었고 나는 실컷 앓았고 앓고 있다. 내가  앓고 있는지 알지만 안 아프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아프다. 그것도 중병일 것이다.
 사랑의 끝은 무엇일까. 사랑이 지나갈 길에 대해서는 상상이 가지만 과연 어디에 닿을지는 정말 알 도리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결혼이라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부대끼며 시답지 않은 일들로 서로를 떠올리며 얼굴을 구기는 것은 우리 추억에 대한 모독이 될까 두렵다. 우리는 가장 찬란한 이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기 위해 이별해야 하는 것일까. 더 이상 우리의 ‘그때’를 더럽히지 않게. 빛은 조금 바래더라도 썩어 없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위로하면서. 내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나 없이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옆에 없는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아닌 건만 같다. 아, 나는 내 곁에 그 사람을 사랑했다. 우리 추억을 사랑한 것도 행복했던 모습을 사랑한 것도, 그리고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사랑한 것은 내 옆의 그 사람이다. 아직 나는 그녀를 보낼 수 없다.
 우리는 어떤 결말을 상상했을까. 문득 정신 차려보니 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차라리 세상이 멸망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나는 절망스러웠다. 눈 떠 보니 우리는 캄캄한 터널에 들어와있었다. 어두웠다. 너는 아무 일 아니라고 곧 빛이 있을 거라고 해도 나에겐 죽음보다 무서웠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싶은 것이 나에게는 왜 이리 힘들까. 도대체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길고 긴 터널을 지나왔을까. 혹시 이 터널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동행을 그만두지 않을지, 터널이 영원할지 나는 좀처럼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다. 너는 괜찮다 괜찮다 말하지만 나는 그 말조차 믿을 수 없었다. 너마저 믿을 수 없는 지금, 내 사랑은 닿을 과녁을 잃었다. 아니 활시위조차 없는 것 같다. 분명히 우리는 밝은 빛을 볼 거라 되놰 봐도 사춘기처럼 쉽게 지나가지는 않는가 보다. 엄마처럼 묵묵히 믿어줄 용기를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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