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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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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Aug 29. 2017

생일

- 생일


삼십 보단 적은, 이십 하고 수년
몸뚱이가 냉소한 세상 바람에 내버려진지
미적지근한 정신이 식은 몸에 기어들어간지
벌써 이만큼이나 왔다
수고했다 짧지도 길지 않은
그리고 많지 않았던 햇수에도
금세 생기를 잃은 몸과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이 찰나에 모든 걸 나는 잃었다
그중엔 젊음이 있었고
어떤 것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꿈이 있었고, 내가 있었다

촛불을 끈다
지루한 생일은 끝이 날 것이다
케이크 위로
난생 면식 없는 억울한
초 스무몇 개를 이렇게나 많이 끌어올리고 나는,
내 삶 위에 무엇을 올리었는가
밋밋한, 초는커녕 데코 하나 없는 생

후 -
불 꺼진 자리의 나지막한 연기
사그라든 케이크

그 위로 떨어지는 촛농
이어지는, 어두운, 어둠
어둠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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