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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일기가 작품이 된다?

온 카와라의 삶과 작품세계

by 와이아트
온 카와라의 삶과 작품세계



평생 동안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거부한 작가가 있다. 바로 온 카와라(On Kawara, 1932~2014)다. 그는 오직 작품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냈다.


카와라의 작품이 특별한 점은 바로 ‘작품 제작 기간’에 있다. 카와라의 <오늘> 연작은 작가가 1966년 1월 4일부터 사망 전인 2013년 1월 12일까지 지속되었다. 거의 5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온 카와라, <오늘> 연작, 1966-2013. ⓒOn Kawara


검정 바탕에 흰 글씨로 날짜를 새긴 카와라의 작품은 마치 프린트된 것처럼 단순하게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에는 최소 8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당시 미국 사회의 노동자 표준 근무시간과 일치하는 업무량인데, 제작 과정 또한 그리 단순하지 않다.


1yzq6cketocvnhuismqxkg_thumb_dfcb.jpg <오늘> 연작 제작 과정 ⓒOn Kawara


먼저 캔버스의 바탕색은 검정색에 가까운 회색, 어두운 파랑, 빨강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물감은 그날그날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한정된 색을 사용함에도 매번 직접 손으로 섞어서 다시 만든 것인데, 그렇기에 이 연작이 나란히 놓였을 때는 미묘하게 서로 다른 빛을 띠게 된다. 색칠이 한 겹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바탕면과 글자는 모두 4~6겹 정도 반복적으로 칠하는 작업을 거친다. 물감을 계속 덧칠하다보니 마치 프린트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art-on-kawara-date-painting-with-box-march-2-1970.jpg 온 카와라, <오늘> 연작, 1966-2013. ⓒOn Kawara (출처: Guggenheim Museum)


이 작품을 시작하고 약 1년이 지난 1967년 2월 3일부터는 판지 상자에 작품을 제작한 당일의 신문지를 붙이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에 2개 혹은 3개를 제작하기도 했고, 작품을 그날 자정까지 완성하지 못하면 폐기하는 절차를 지켰다.


카와라는 이렇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을 제작하는 데 썼다. 현대미술에서는 일상과 예술이 결합되는 양상을 띠는데, 카와라는 성실한 노동자처럼 하루하루의 일상을 예술 행위로 기록한 것이다.


기록하는 것은 온 카와라가 가장 잘하던 것이었다. 카와라는 근면성실함을 고급 예술로 승격시켰다.
- 조앤 기(Joan Kee)・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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