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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작품 감상 키워드 5

by 와이아트
프랜시스 베이컨의 기관 없는 신체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화가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은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그리 자주 소개되지는 않는 듯하다. 너무 어두운 주제를 다룰뿐만 아니라, 작품 가격이 최대 1천억 원이 넘기도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베이컨은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 중 한 명이다. 특정 사조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 베이컨의 작품을 5가지 키워드(형상 회화, 참조, 살, 삼면화, 기관 없는 신체)로 감상해보고자 한다.


francis+bacon+head-vi.jpeg 프랜시스 베이컨, Head VI. 1949.




1. 형상 회화


베이컨의 회화는 ‘구상’일까, ‘추상’일까? 얼핏 ‘추상’으로 보이기도 하나, 우선은 ‘구상’으로 감상하는 것이 그의 의도에 충실한 감상이 된다.


* 잠깐! 구상미술 vs. 추상미술

: 구상미술은 ‘현실세계에 존재할 법할 대상을 표현한 것’이고, 추상미술은 ‘대상을 알아볼 수 있게 재현하지 않는 미술’을 뜻한다. 추상미술에는 자연의 외관을 아주 단순한 형태로 환원하거나, 비재현적인 형태를 구성하거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등의 다양한 경향이 포함된다.


프랜시스 베이컨, <누워있는 형상>, 1969.


베이컨은 추상 미술을 싫어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베이컨의 회화에는 인물이 등장하며, 그는 미술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작품에 ‘기록’과 ‘보도’의 의도를 담고 있었다.


“추상은 한 번도 내게 충분한 적이 없었다. 인간으로서 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 프랜시스 베이컨


434651552_961326422027772_4916160503888812650_n.jpg 프랜시스 베이컨, <머리 초상(Portrait Head)>, 1959.


베이컨에게 추상 회화는 항상 한 차원(level)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추상 회화가 패턴의 아름다움이나 형태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가 볼 때 추상 회화는 사람들의 감정을 포착하거나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머리 초상>이라는 작품을 예시로 보면 빠르고 거칠게 휩쓸고 지나간 붓질이 눈에 띈다. ‘초상’이라는 제목을 무색하게 할 만큼 대상을 알아볼 수 없게 뭉개버리라고 있다. 얼굴은 겨우 윤곽선 정도로만 제시될 뿐이다.


추상미술을 거부하면서도 추상의 회화적인 요소를 가져온 모습이다. 베이컨은 이처럼 형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 추상미술의 요소를 도입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닮음’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수단이 되는 한해서였다. 사물의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게 왜곡되었으나, 그 왜곡을 통해 다시 겉모습의 기록으로 되돌려놓고자 했다.


프랜시스 베이컨, <미셸 레리스의 초상(Portrait of Michel Leiris)>, 1976. (출처: 구겐하임 미술관)


이러한 측면에서 베이컨의 작품을 해석한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을 ‘구상’이 아닌 ‘형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구상’이 재현을 위주로 한다면 ‘형상’은 이미지와 대상이 연관성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베이컨에게 ‘형상’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성질을 지닌 것이었다. 실제로 인물의 겉모습을 보면 특정한 순간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가령 눈을 깜빡인다거나 고개를 약간 기울이거나 하는 것처럼 겉모습이 계속해서 바뀐다. 베이컨에게 중요한 것은 겉모습 그 자체를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겉모습을 파괴함으로써 존재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에게 형태를 왜곡하는 것은 사물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편이었다. 구상적인 형태에서 출발하여 이를 왜곡하지만, 이 왜곡은 추상미술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표면 너머에 있는 존재의 특별함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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