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이해하는 키워드 ‘비물질’

by 와이아트


‘비물질’이라는 개념이 미술 분야에서 널리 쓰인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념미술, 과정미술, 대지미술,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아트 등이 모두 비물질의 예술로 불릴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올수록 비물질화의 경향이 두드러지며, 미술사에서 끊임없이 탐구되어 온 물질과 비물질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미술에 좀더 다가가볼 수 있다.


2000.572.A-P_01_F02-Large-TIFF_4000-pixels-long-scaled.jpg Robert Smithson, Nonsite (Essen Soil and Mirrors), 1969. (출처: SFMOMA)




‘비물질화’ 무엇?


20세기에 접어들며 예술가들은 물질적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비물질’을 작품 속에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비물질(非物質, immaterial)은 사전적으로 ‘물질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spiral-jetty-1970-1.png Robert Smithson, Spiral Jetty, 1970. (출처: Marian Goodman)


미술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물질’이 당연시되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로서 ‘비물질’이 등장한 것이다. 20세기 들어 예술가들은 작품을 형성하는 물질적 실체보다 빛, 움직임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 그리고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 과정, 관계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는 비물질화 미술이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비물질화(非物質化, immaterialization)는 물질적인 것이 비물질적인 것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술에서 ‘비물질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재료적 측면에서 물질적 요소를 빛, 움직임 등 비물질적인 실체로 대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향이다. 미술평론가 루시 리파드도 현대미술에서 비물질화의 경향이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나는 퍼포먼스 아트에서처럼, 물질을 에너지와 시간, 움직임으로 대치하는 ‘움직임으로서의 미술’이며, 다른 하나는 개념미술처럼 물질을 거부하고 이를 관념으로 전도시킨 ‘관념으로서의 미술’이다.


Jun1_2017-Laszlo.jpg László Moholy-Nagy, Light-Space Modulator, 1930.


가령 라즐로 모홀리-나기의 키네틱 작품인 <빛-공간 변조기>를 보면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작품의 주요 요소로 도입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지금에야 ‘빛’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가 작품에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당시만 해도 미술에서 부차적으로 여겨지던 비물질적 요소들을 도입한 것은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20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비물질’에 대한 생각은 동시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물질적 형태를 초월하여 빛, 소리, 공기, 바람, 시간, 공간, 에너지, 움직임, 정보, 아이디어, 제도적 관계 등 비물질적 요소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W1siZiIsIjE3MDMzMS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MjAwMFx1MDAzZSJdXQ.jpg Joseph Kosuth, One and Three Chairs, 1965. (출처: MoMA)


특히 1960년대 들어 아이디어와 과정 등을 중요시하는 개념 미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비물질화는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의자’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셉 코수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작품을 실제로 누가 만드는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디지털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미술의 비물질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미디어 아트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페터 바이벨은 디지털 기술이 모든 예술 형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등의 전통적 물질적 기반의 매체 간의 서열이 붕괴하고, 비물질적인 디지털 기술을 통해 모든 매체가 동등하게 상호 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비물질화된 다양한 매체예술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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