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정상화 화백이 지난 1월 별세했다. 1932년생인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한국 실험미술 1세대로 활약했으며, 1950년대 후반 앵포르멜을 거쳐 단색화에 이르기까지 평생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이다.
202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는데, 현대미술 작품 중 소장을 추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정상화 작가가 거론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술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면서 단색조의 격자형 화면 구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상화의 회화는 네모꼴들이 빡빡하게 쌓이고 서로 인접하면서도 그 전체가 한데 어울려 무한히 확산해 가는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일·미술비평가
정상화는 1956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에는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다면,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는 앵포르멜 경향의 추상회화를 선보였다.
* 앵포르멜이란?
: 불어로 ‘비정형(Informel)’을 뜻하는 앵포르멜은 한 마디로 “정형성을 거부한다”라는 의미로,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을 뜻한다. 당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근본적인 허무감과 좌절감이 팽배해 있던 상황이었는데, 미술계에서도 자발성, 형태의 자유로움, 그리고 실존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예술가의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미술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주도적인 흐름으로 나타난 것이 앵포르멜이었다.
정상화가 앵포르멜 경향으로 그린 <작품 64-7>을 보면 어두운 색감에 강한 질감이 두드러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마티에르’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마티에르는 ‘물질이 지니고 있는 재질, 질감’을 뜻하는 불어로, 물감이 화면 위에 만들어내는 재질감을 뜻한다. 마티에르는 앵포르멜 경향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매끈한 표면보다 거친 질감이 더 적합할 수 있는 것처럼, 내적 충동이나 내면세계를 자유로이 표출하는 앵포르멜 양식에서 ‘마티에르’가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채택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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