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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27. 2022

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운동, 테니스

테니스의 왕자는 아니어도 언저리는 갈 줄 알았지

 2020년은 여러모로 혼돈이었다. 6개월 전 여행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있고, 규칙적인 삶을 사랑하고, 업무와 사생활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재난상황이었다. 특히 운동의 대부분을 문화센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단계가 올라갈 수록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느라 6개월은 가지 못한 것 같다. 런데이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동그래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런데이는 날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일년의 반은 춥고 더운 한국에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코로나 2년차에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테니스를 하자고 권한 사람은 꽤 있었다. 뉴욕에서 만났던 친구가 한남동에 잘생긴 코치님이랑 레슨 중인데 너무 즐겁다고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했지만 귀찮았다. 남자친구가 테니스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같이 하자고 했지만 귀찮았다. 나는 퇴근이 빠르고 너는 늦잖아, 나는 기다리는게 싫어, 난 퇴근만 1시간 걸린다고! 이런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주 작은 종이 한 조각이었다.


2월에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보는게 어떨까요?


 주변 사람들의 말은 귓등으로 들으면서 이런 종이 조각에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내 마음인데 신기해 참. 연말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달라고 해서 얻어낸 ‘할일력’의 한 마디에 홀린듯이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공놀이는 항상 나에게 도전과제였다. 피구도, 발야구도 재주가 없었다. 맞는게 싫었고 그냥 체육 시간이 싫었다. 성인이 된 후 내가 내 생각만큼 운동신경이 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춤과 발레로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땀이 뚝뚝 떨어지는 테니스는 매력적인 운동이었다. 그리고 공을 무서워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왜냐하면라켓 면적이 넓어서 대충 쳐도 생각보다는 잘 맞았고, 코치님이 맞으면 맞았지 내가 공에 맞을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맞춰서 죄송합니다….)

 잘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이 어디로 올지 미리 예측해야 한다고 하는 코치님한테 튀어오르는 높이를 보고 포물선을 예측하나요 같은 발언을 하여 순수 체육인을 당황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이 어디로 올지 잘 모르겠다. 발이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레슨을 받으면 받을 수록 적게 움직이는 요령만 늘어간다. 그렇지만 모든 성인 취미반이 그렇듯이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꾸준히 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1년 넘게 레슨을 듣는 중이다.

 사실은 요즘 조금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장점을 나열해보겠다.



1. 시간 대비 운동량이 많아서 좋다

레슨은 30분 단위로 진행이 된다. (간혹 1시간씩 레슨이라고 잡혀있는 곳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볼머신 30분이 포함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몸을 가볍게 풀고 포핸드, 백핸드, 발리 순서로 레슨이 진행되는데 끝나고 애플워치를 확인해보면 130~150kcal 정도 소모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초반에는 땀도 뚝뚝 떨어졌다. 유산소의 쾌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땀이 쫙쫙 빠지는 테니스의 매력을 알 수 있을것이다.


2. 실내 코트라서 계절의 영향이 적다

실외 코트의 경우 비오거나 눈이 오면 레슨을 할 수 없고 심지어 횟수 차감이 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실내 레슨은 그런 억울(?)한 경우가 없어서 좋다. 언제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큰 장점!


3. 사람이 적다

레슨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적다. 내가 다니는 곳의 경우 하프코트 2개로 나눠 레슨이 진행되어, 한 타임에 코치 2명과 레슨생들 1~3명이 있다. 각자 코트에서 진행을 하고,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시국 참 적절한 운동이 아닐까?


4.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다

라켓과 실내 테니스화만 있으면 레슨이 가능하다. 심지어 라켓은 대여가 가능하고, 운동화는 집에 안신는 신발 하나 가져다두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편이다. 나야 남자친구가 테니스화는 갖춰야 한다고 우겨서 선물을 받았지만, 적당히 쿠션감 있는 신발이면 괜찮을 것 같다. 라켓도 거의 10개월 다 되어서 구매했다.


5. 레슨비가 비싸다 (카드 부가세 별도 ㅠㅠ)

현재 다니는 곳은 주 2회 기준으로 8회 1:1 25만원/ 2:1 17만원이다. 요즘 생기는 신규 업장들은 더 비싸다. 30분 레슨인걸 감안하면 10분당 만원이 조금 넘는 셈이다. 앞/뒤로 코트 정리하는 시간이 없어서 내 레슨시간에 포함되는 걸 감안하면 많이 비싸다. 심지어 카드 결제 시 부가세 별도다. 정말이지 내가 알아본 모든 곳이 그렇다. 카드 구매가와 현금 구매가를 차이가 두는 것은 불법인데 당당히 홈페이지에 공지도 해놓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인데 금융위나 금감원은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걸까? 신용카드 회원에 대한 차별인 것을 떠나서 탈세 목적임이 너무도 명확한데. 코로나 지원금이 자영업자 대상으로 나오는걸 볼 때,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대놓고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레슨장들이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오른다.


6. 몸의 한 쪽만 사용하는 편측운동이다

같이 레슨 받는 친구는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나는 오른쪽 손목 통증 때문에 보호대를 차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급부상한 골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깨, 목, 허리가 항상 좋지 않은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조심해야하는 운동이다. 아플 만큼 많이 안하는 사람들 예외 ㅎ.ㅎ





쓰다보니 단점으로 끝나네… 사실 요즘 노잼시기가 심하게 왔다. 코치도 대강대강 알려주는 것 같고, 발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코트에 와서 공을 치는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이 레슨받는 동료가 없었더라면 진작에 때려쳤을 것 같은 요즘이다. 테태기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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