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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Aug 08. 2022

가슴에 묻은 그리움에 대해

영화 <윤희에게> 리뷰


#1. 그리움에 대해


인생에서,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건 좀 슬플 것만 같다.

미치도록 그립지만 현실에서 만날 수는 없는, 마음에 묻고 사는 사람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게 과거 연인이든, 친했다가 멀어졌던 친구이든, 엄마든, 할아버지든, 자식이든, 말이다.


윤희는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자, 친구인 쥰을 가슴에 묻고 산다.

한 때는 쥰이 없으면 죽을 것만 같았겠지만, 지금 윤희는 잘(?)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일도 하고, 사랑하는 딸도 있고 말이다.  


그리운 그 이가 없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이가 먹으면서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가슴 아프게 이별하고, 그가 내 마음에 구멍을 내고 사라져 버리더라도, 나는 다만 그 구멍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물론 그 구멍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무치도록 그리운 이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일본 오타루 어느 시계탑 앞에서 윤희와 쥰은 우연히 만난다. 물론 고모와 딸이 설계한 일종의 계획적인 만남이었지만, 적어도 윤희와 쥰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서로 마주 보며 걸어오고 있었지만 지나쳐버리고서는 '아!' 해버렸으니 말이다.

"윤희니?" 하는 쥰의 목소리에 오른쪽 뺨을 타고 흐르는 윤희의 눈물이, 내 마음에까지 '닿는다'.


나도 미래의 그 어느 날로 가 본다.

내가 사무치게 그리운 누군가를, "윤희니?"하고 부르고는, 그러고는... 용기 내어 꼭 안아보고 싶다.

   


#2. 당신은 누구 앞에 서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가요  


영화에서 딸 새봄은 인물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들만 찍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와 떠난 여행에서 엄마를 보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엄마에게 부탁한다, "나도 찍어줘."


추워서 담요로 몸을 둘둘 말고 있는 윤희(엄마), 하얀 눈밭에 서 있는 윤희, 담배를 물고 있는 윤희,

흰 설원에서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새봄(딸)의 모습이 사진에 담긴다.

두 사람은 웃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관객의 눈에는 조금씩 치유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냥 아름답다.


최근 인스타에 초미녀, 초매력녀들의 사진을 볼 때면 '저들은 예뻐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미의 기준이라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참으로 똑같다니, 신기하다.

그런데 내 사진을 보고 '예쁘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생각해보면 몇 차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가장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다.

너무 웃어서 눈도 안 보이고, 표정을 인위적으로 짓지 않았는데도, 표정에서 마음이 느껴질 만큼 환하게, 또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햇살처럼 빛난다'는 문학적 표현은 그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당신은 누구 앞에 서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가요.


(이 표현은 팟빵/팟캐스트 <상식의 시대> 에서 참고해왔습니다. :))


#3.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영화의 배경은 겨울이다.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마사코 고모는 혼잣말처럼 되뇌인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겨울처럼 차갑고 외로운 듯한 윤희의 마음도, 마냥 살갑지만은 않지만 엄마 생각을 많이도 하는 새봄의 마음도, 윤희가 그립지만 그저 살아가고 있는 쥰의 마음도, 그런 쥰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마사코 고모의 마음도…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항상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하듯이 기다려야만 한다. 사랑하는 당신이 조금만 덜 아프기를, 나도 함께 고요한 겨울의 시간에서 기다려야만 한다.


지금은 너무나도 더운 여름이지만, 나 역시 그녀들을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기다린 느낌이다. 눈은 때가 되면 그치겠지, 그 ‘때’가 오면. 그 ‘때’가 올 지는 모르겠지만…



출처: 구글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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