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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Feb 12. 2023

오랜만에 만난, 따스하고 무해한 소설.

소설 추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따스하고 무해한 소설.


#1.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


코로나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면서, 부쩍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야아, 이제 우리 좀 보자, 송년회로 신년회로. 이런저런 그동안 못 나눴던 얘기들을 하다 보면, 3시간은 순삭이고 한나절이 넘어가도록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 사는 얘기들, 문득문득 들었던 생각들에 대한 공유.


그러다 보면, 문득,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들은 나를 왜 만날까. 내가 도움이 될까? 위로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난 그저 그들이 좋아서, 뭐 하고 지내나 궁금해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친구들도 딱히 나를 만나는 특별한 이유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자, 이젠 나도 내 지인들에게

지금보다 조금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휴남동 서점에서 함께 하는 영주, 민준, 희주, 지미, 정서, 민철, 승우… 참 좋은 사람인 당신들 덕분에, 나도 ‘좋은 사람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 줬거든. 내가 말하지 않는데도 눈치챘다는 듯 괜히 호들갑 떨며 위로나 걱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냥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어…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우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공간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도, 내가 하는 이상한(?) 일이 있는데, 바로 ‘사람’에게 신경을 쓰는 일이다.

회사에선 일만 하기도 바쁜데, 난 참 이상하게도 사람들과의 감정에 많은 신경을 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 좋은 사람이냐, 그건 아닐 거다, 혼자 노력하는 것뿐)


최근에 친한 언니가 내 이야기를 듣고는, 나에게 일터에서 감정을 조금 덜어내라고 했다. 그럼 훨씬 덜 힘들고 회사에서 덜 에너지를 쓸 거라고. 도대체 난 왜 시키지도 않은 감정 소비를 회사에서 그렇게 많이 하고 있는 걸까.


4년 전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서 정말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도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늘 함께 부대끼고 고민하는 ‘사람’ 이 없어지니 뭔가 모를 외로움이 생각보다 컸다. 결국 나는 ‘조직’에 있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다시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내가 왜 그렇게 ‘사람’에 대해 에너지를 많이 쏟을까 생각해 보니, 어쩌면 회사는 나에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공간’ 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항상 부족한 나지만, 그래도 조금은 오늘보다 내일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늘 노력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결국은, 나를 성장시켜 준 공간이어서, 그렇게 내가 힘들면서도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인지도.




휴남동 서점의 사장 영주가 직원 민준에게 보낸 편지 같은 챕터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몇 번 더 읽었던 부분이다.


“민준 씨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바람이 하나 생겼어요. 민준 씨의 노동력이 제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요…

…  민준 씨가 일하는 모습을 며칠 보고 나서 전 민준 씨를 완전히 믿기 시작했어요.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 아닌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감사한 일인지 민준 씨도 잘 알죠? …

… 서점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원래 태어난 바가 품이 크고 너그럽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곳에서 생활하며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거예요.”




#3. 따뜻하고 무해한 소설을 쓰는 느낌이란


황보름 작가는 소설을 쓰는 시간이 놀랄 만큼 즐거웠다고 했다. 어제 쓰다 만 대화를 빨리 잇고 싶어 아침에 눈이 떠졌을 만큼.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고, 작가의 바람대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그런 소설이 되어 독자들을 찾아왔다.


소설을 쓰는 과정이 그렇게 행복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공간, 사람들, 배려와 친절, 연대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를 모아둔 소설이라면, 한 번쯤 꼭 써보고 싶다는, 아니 너무너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쓰는 매력이란, 그런 거구나.



(장문의 글을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할 말이 많아져서 너무 장문의 글을 그만 써버렸네)



출처: 네이버, 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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