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미친 듯이 늦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30분 이상, 아니 1시간 넘게 늦을 것 같은,
(내가 상대방이라면 진짜 화날 것 같은데)
진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는데,
회의가 끝날 생각을 하지 않고
상무님이 한마디, 또 한마디를 계속 이어간다.
젠장.
중요한 모임에 지각할까 봐
택시를 탔는데,
동부간선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며
차가 움직일 생각도 없이 기약 없이 서 있을 때,
아, 망했다.
목욕탕에서 세신사에게 키를 맡기고 줄을 섰는데,
앞 순서 아줌마들이 엄청 비싸고 시간이 긴
마사지를 줄줄이 하고 계실 때,
아, 얼른 끝나고 밖에서 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약속 시간 지났다, 이런.
약속을 한 사람에게 엄청나게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마음을 비우고, 영혼을 분리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본다.
편해지면 안 되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궁극의 평화. (깨어나면 지옥이지만)
아, 맞다!
흑, 진짜 미안해, 나 많이 늦을 것 같아,
그냥 나를 죽여줘, ㅠㅠㅠㅠㅠㅠㅠ
하는 톡은 보내놔야지...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