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100가지 소소한 방법 #7
정확하게는 나를 위해서기도 하며,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제출만 했을 뿐 별다른 진척은 없다.
우리 어머니는 칼질하실 때 손동작이 모범적인 자세와는 다르다. 10년 이상 요리하시면서 숙련되셔서 잘 하신다만은 잘못된 동작이 굳혀졌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잔잔하게 도사린다. 자칫하면 손톱이나 손가락 살이 얇게 싹둑 당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어머니는 웃어넘기시지만 내가 되려 공포에 벌벌 떤다.
왜냐면 내가 경미한 선단공포증이 있어서다. 도마에 당근을 얹고 식칼로 자르다가 내 손가락도 같이 잘릴 것 같다. 과일칼을 방안으로 운반하다가 떨어트려서 발가락 잘릴까봐 두렵다. 칼꽂이에서 칼을 빼내다가 잘못 휘두르면 어떡하나 싶다. 다른 사람이 칼 사용하는 것도 불안해서 못보겠다. 나도 어른이니까 카레나 찌개 같이 자주 먹는 집밥 정도는 할줄 알아야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재료를 자르는 과정이 두려워서 입문하지 못할 것 같다. 배운다면 김밥처럼 식칼 쓸 일이 없는, 가위만 써도 충분한 요리만 가능하다.
언제까지 밥줘충(성인이면서 매 끼니를 혼자 책임지지 못하고 다른 식구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사람을 비하조로 이르는 말)으로 살 순 없는 노릇이다. 만일 독립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요즘은 반찬가게가 싸고 맛있다고 하기도 하고 밀키트도 잘나온다던데.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봄….
그렇지만 식칼의 대안을 발명했다. 왜냐면 나는 반찬가게 단골이 되겠지만 어머니는 계속 칼을 쓰실 거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노안이 와도, 몸을 가눌 기력이 적어져도 말이다. 계속 김장도 하실 거고 내가 방문하면 김치찌개를 끓이고 김치전도 주실 거다. 시골에서 작은 텃밭을 꾸리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장래희망은 손수 키운 야채로 건강한 가정식을 해먹겠다는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이미 뭐 많은 사람들이 식칼을 사용하는데도 안전사고 건수가 적게 보고되는 건 그만큼 안전하게 만들어졌다거나 안전한 사용법이 개발되었다는 거겠지만 그래도 내가 무서우니깐….
내가 발명하면서 개선하려고 했던 것은 이거다.
1. 안전사고 방지에 기여함
2. 충전 이런 거 필요없게 원리가 간단해야 함
3. 수전증, 눈떨림 환자, 장애인 등 누구라도 쓸 수 있어야 함
그리하여 나름 공을 들여서 발명했던 것이다.
3d 프린터기로 재현해보거나 정확한 길이와 규격을 정한 것도 아니고 안전테스트도 해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겠음? 그러한 기술적 재량은 없어서 어쩔 수 없다.
이 발명이 현실로 실현되면 이사갈 쯤 우리 집 칼을 갈아치워도 좋지 않겠나. 무시무시한 부엌에서 조심해야 하는 게 불이랑 칼이었는데 이제 불만 잘 통제하면 된다. 전기렌지 쓰면 불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다른 대회에 내보거나 따로 특허 낼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일단 잘 되었으면 좋겠다. 위험한 가정용품을 보완하여 집구석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하므로…….
어머니한테 의견을 묻고 수정한 버전은 따로 제출했다.
같은 발상으로 출발해서 두 개로 분화된 거다. 나 혼자 생각한 주력 아이디어와 어머니 의견도 듣고 수정한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