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우주에 알록달록한 별을 넣어줄게
아무일도 아닌 길이었다
보름달을 따라가다
언뜻 산에 올라
산내음을 육신에 담고 있었다
문득 내음에 신선의 향기가 섞여
그를 따라가니 산도화 한송이가 벌여있었다
지옥불처럼 희고 황혼처럼 붉으니
무릇 산호랑이의 장난에 속지 말아야하므로
그 소우주에 미혹되지 아니하였다
그 이후로도 꽃송이가 계속 현혹시키려 들었으므로
어느날은 가물가물한 꽃망울이 거슬려
터트리러 갔으나
젊은 산나무같이 푸르고 봄꽃처럼 샛노란
우주가 온통 벌여있어 허탕 치고 돌아왔다
달이 반절 깎아내리는 밤
달의 눈물을 따라가다
산도화의 우주에 우연히 담겨
불쌍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도화야 같이 가지 않겠니
산도화야 너의 보랏빛 우주에 알록달록한 별을 넣어줄게
산도화야 네게 없는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
금정산은 온갖 미물을 들이고 내쉬면서도
산도화만은 예속시켰다
때문에 산도화는 호의를 거절하였다
플라타너스와 달밤을 지새운 적도 없고
산나무가 독차지하는 하늘이 얼마나 재밌는 연극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초승달이 호수에 가 몸을 씻고
바다를 마셔 다시 차오른 날에
다시금 금정산 산도화에게 물었다
보여준다던 우주가
무질서한 공해인걸 간파하지 않았다면
낯선 자야에게
너의 꿀을 나눌 수 있었다면
네 우주의 외딴 별 하나는
초신성으로 자랄 수 있었을까
듣고 있는 산다람쥐는 말이 없고
산도화는 얄미운 낯짝으로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