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오션 Jan 29. 2023

금정산 산도화에게 물었다

보랏빛 우주에 알록달록한 별을 넣어줄게

아무일도 아닌 길이었다 

보름달을 따라가다

언뜻 산에 올라

산내음을 육신에 담고 있었다 

문득 내음에 신선의 향기가 섞여

그를 따라가니 산도화 한송이가 벌여있었다 

지옥불처럼 희고 황혼처럼 붉으니 

무릇 산호랑이의 장난에 속지 말아야하므로 

그 소우주에 미혹되지 아니하였다


그 이후로도 꽃송이가 계속 현혹시키려 들었으므로 

어느날은 가물가물한 꽃망울이 거슬려 

터트리러 갔으나 

젊은 산나무같이 푸르고 봄꽃처럼 샛노란 

우주가 온통 벌여있어 허탕 치고 돌아왔다


달이 반절 깎아내리는 밤 

달의 눈물을 따라가다 

산도화의 우주에 우연히 담겨 

불쌍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도화야 같이 가지 않겠니 

산도화야 너의 보랏빛 우주에 알록달록한 별을 넣어줄게  

산도화야 네게 없는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 

금정산은 온갖 미물을 들이고 내쉬면서도 

산도화만은 예속시켰다

때문에 산도화는 호의를 거절하였다

플라타너스와 달밤을 지새운 적도 없고 

산나무가 독차지하는 하늘이 얼마나 재밌는 연극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초승달이 호수에 가 몸을 씻고 

바다를 마셔 다시 차오른 날에 

다시금 금정산 산도화에게 물었다 

보여준다던 우주가 

무질서한 공해인걸 간파하지 않았다면 

낯선 자야에게 

너의 꿀을 나눌 수 있었다면 

네 우주의 외딴 별 하나는 

초신성으로 자랄 수 있었을까


듣고 있는 산다람쥐는 말이 없고 

산도화는 얄미운 낯짝으로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병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