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죽으러 가는 저 이파리들을 따라감은
나는
감동할 줄 모른다
스러진 단풍잎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추고 축제를 벌여도 미소 한 방울 머금을 수 없다
가을이 되면 군데군데 솟구친 잎사귀들이 분산하지만
자동차들이 빼액빼액 소리 지르고
요동치는 산천초목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이 분란하게 움직이지만 나는
나는 드디어 그를 잃었다
항상 나는 저번에도 늘상 그를 잃었다고 고해 왔는데
그를 잃은 것은 진정 이 날이었구나
그가 죽으러 가는 저 이파리들을 따라감은
가엾은 명운을 사랑함이요,
내가 그를 회억함은
지워진 이름을 뒤지는 것이다
그가 저문 들녘을 상상하며 눈을 감듯이
그들이 걸리적대는 홍엽을 걷어내듯이
진정으로 사랑함에 있어
요동치는 산을 가를 만큼 넉넉히 염원해야 하지 않나
이다지도 서거하였나
나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