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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May 24. 2021

그레타처럼 비행기 대신 요트를 타진 못해도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해 고민하기

2019년 그레타 툰베리가 UN 기후 연설을 위해 뉴욕으로 가며, 항공편 대신 세일링 요트를 이용해 크게 화제가 된 바가 있다. 그 이유는 비행편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많기 때문인데, 각 연구마다 제시하는 배출량이 다르고 기종, 항로, 상황마다 계산 결과가 다를 것으로 예상되어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대신 현재 성황하고 있는 무착륙 관광비행을 예를 들어 탄소배출량을 계산해볼까.

그레타가 요트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Finnbarr Webster


인천-부산-후쿠오카-제주-인천 왕복 무착륙 비행거리는 런던에서 마드리드까지 항공기로 이동(1263㎞)하는 거리와 비슷한데, 이 거리는 승객 1인당 탄소 118㎏ (탄소 외 온실가스까지 합하면 265㎏)를 배출시킨다고 한다. 기차로 가면 1인당 탄소 43㎏을 배출하는 거리다. (출처: 한겨레 기사) BBC 기사에 의하면 런던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편(5570km)은 이코노미석 기준 1인당 670kg CO2를 배출하는데, 이 배출량은 영국에 사는 보통 사람의 1년 치 CO2 배출량의 11퍼센트, 가나에 사는 사람의 1년 치 총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 정도면 무착륙 비행 세네 번 탄 사람의 양심에 묵직한 돌직구 하나 살짝 날려도 되지 않을까?


조사를 하며 여러 가지 놀라웠던 연구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 중 항공편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크지 않다고 (1.9%) 수치화된 것이었다. (출처: Ourworldindata 2016년 기준) 이는 항공편 한 대를 운영하기 위해서 동반되어야 하는 서비스들, 예를 들어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이용된 택시, 공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배출된 탄소, 비행기 제작을 위한 철판을 만들며 생긴 탄소와 같은 것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탄소 외 온실가스로 분류된 질소산화물, 황 에어로졸, 화석연료를 태우고 배출되는 입자 등은 수치에 고려되지 않아 이들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간과될 우려도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 상공의 항공운 (출처: NASA/JPL/UCSD/JSC)

두 번째로는 비행 뒤에 따라오는 구름, 즉 항공운과 온실효과의 관계였다. 왠지 모르게 하늘을 멋지게 가로지르는 항공운은 이국적인 곳의 여행을 꿈꾸게 만들기도 했었는데, 구름 따위가 온실효과에 한 몫한다니 충격이었다. 항공운은 태양의 복사광이 우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예일대에서 발행한 기사에 따르면 항공운이 대기온도에 미치는 하루하루의 영향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비행으로 발생시킨 탄소배출량이 주는 영향보다도 크다고 한다. 항공운과 온실효과의 관계는 여전히 연구 중인 분야이므로, 항공산업이 미치는 온실효과의 정도를 정확히 수치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무착륙 관광비행 관련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국내 상공을 돌며 대마도도 보고, 한라산 백록담도 보기 위해 만 피트 (약 3km) 정도의 저고도로 비행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여객기는 35,000피트에서 비행을 하는데, 비행고도는 연료 효율과 크게 상관이 있기에 항공기마다 규정된 고도가 있다. 자연과학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비행기는 기상현상이 없는 성층권(지상 10-50km)을 비행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대기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밀도가 희박해지기에, 높이 날수록 공기저항이 적어 연료효율이 좋다. 정부가 허용한 관광비행의 저고도 비행을 하며 얼마나 더 많은 화석연료가 쓰이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출처 : heosangwook 님의 인스타계정

그나저나, 한라산은 고도 1950m인데 사람들이 비행 중 한라산 정상을 인증샷으로 찍은 것을 보면, 1000m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진짜 만 피트에서 날고 있는 것은 맞을까? 더 낮게 나는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일까?


항공산업은 기후변화와 관련시키지 않더라도 다른 환경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은 비행기 이착륙 시의 소음문제다. 우리나라는 면적 대비 인구가 많은 나라에 속한다. 그럼에도, 현재 15곳의 공항이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운영 중이고, 그것도 모자라 제주 2 공항, 가덕도 신공항을 추가로 늘리려고 협의 중에 있다. 2018년 석사과정 중에 진동과 소음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 중에 브뤼셀 국제공항의 케이스를 살피며 공항 소음에 대해서 공부한 바가 있다. 초대형 항공기가 한 시간에 한 대만 날아도 주민들의 일상과 수면의 질에는 큰 피해를 끼친다고 들은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조금만 관심 가져보면, 이미 공항 주변에 살고 있는 많은 지역주민들이 한국에서 비행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음문제는 무시할만한 문제가 아님에 틀림없다.


올해 4월, 프랑스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곳은 국내선을 금지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출처: BBC 기사) 또, 룩셈부르크는 최초로 2020년 3월부터 공공 교통수단을 전면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벨기에는 자차를 이용하는 대신 기차 통근을 권장하기 위해, 기차역 주변의 주차장을 확대하고 급행열차의 수를 늘리고 라인을 확장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라는 도시는 도심 내 차량 운행을 2019년부터 전면 금지하였는데, 많은 시민들의 우려와 달리 모든 이가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 전 벨기에 국영 뉴스로부터 전해졌다.


지속 가능 교통수단을 위해 한 개인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는 있으나, 효과가 미미하고 많은 불편함이 있어 정부의 주도적인 정책이 필수로 동반되어야 한다. 신공항 늘리기 대신 KTX 역 늘리기, 수소차 개발에 투자하기보다 코레일이 KTX 값을 낮출 수 있도록 돕기, 택시나 자가용보다 지하철/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액권이나 가격 인하 도모하기, 자전거로 출퇴근뿐만 아니라 등하교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그로 인해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무착륙 관광비행 허용 대신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이토록 많았는데도, 면세 비행을 주도하는 정부가 참 안타깝다.


더 읽을거리/믿을만한 기사 출처 :

Yale Environment 360 : 예일대의 환경 관련 온라인 매거진

Our World in Data : 기후변화와 비행 (영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 가장 높이 나는 비행기가 가장 빨리 난다?

한국교통연구원 블로그 : 인천공항 발전 뒤에 숨겨진 “공항소음”이라는..

한국일보 : 인천 ‘공항 소음’ 노출 인구 2030년 37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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