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의 코로나
코로나로 바뀐 우리의 생활을 이야기해 본 첫 글,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 하이파이브를 하자에 이어 우리가 직접 느끼고 미디어로 접한 코로나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다. 2019년 12월 말, 새해를 맞는 설레는 그 시기에 우리는 같은 시간대, 같은 상황에 있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경과 빈부를 넘어 어떻게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세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 혼자 혹은 내 나라만 잘 산다고 해서 만사형통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 덕에, 이제는 이 어두운 터널의 끝에 어렴풋이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1년이 넘게 비관적이기도, 좌절하기도, 의심을 끊임없이 하기도 하며 피곤해했던 우리들. 다가오는 날들에는 스스로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도 더 포용적이고 긍정적여 보자.
글에 앞서 4인 간단 소개,
민정 : 한국 거주. "먹고사는 게 왜이래" 매거진 담당
은혜 : 한국 거주. "편해졌는데 왜이래" 매거진 담당
유라 : 벨기에 거주. "내가 먹는 약 왜이래" 매거진 담당
수현 : 벨기에 거주. "내 돈 쓰는데 왜이래" 매거진 담당
Q. 코로나가 퍼지던 2019년 12월. 코로나 관련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어?
수현> 정말 대혼란의 시기였지. 초반 적어도 3개월 동안 미국도 그렇지만, 많은 유럽 국가들이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어. 무슨 중국이 의료시설이 열악해서 감기 같은 전염병 하나도 못 잡는 것처럼, 유럽은 의료시설이 아주 탄탄해 (네?) 바이러스가 돌아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바이러스가 돌고 있음에도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정치인들이며 전문가들이 마스크는 필요가 없고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제대로 안 쓰면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둥 터무니없는 정보들이 난무했지. 초반에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했으니 더 할 말이 없어. 정부, 유럽연합의 대처도 이런 마당에 내가 근무하는 회사 역시 어떻게 대처할지 갈피를 못 잡고 아주 느슨하게 대처를 해서, 나는 참 마음이 답답하고 하루하루가 불안했어. 특히나 양국의 언론을 접하는 나는, 한국에서 대응하는 방식과 유럽에서 대응하는 방식에 괴리가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그런 점에서 혼란이 많았어. 어느 쪽이 더 신뢰 있는 정보를 다루고 있을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각국의 반응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 각 국가에서는 어떤 보호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을 보호할까와 같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찾느라 머리가 복잡한 나날이었지. 결론적으로, 이 시기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고는 생각해.
유라> 사실 나는 코로나 관련한 이야기를 접한 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뉴스나 신문 등의 매스미디어가 아니었어. 나는 학술지에서 매 주의 핫토픽을 전해주는 뉴스레터에서 코로나19 관련한 내용을 처음 접했거든. 그때 상당히 눈앞이 아찔했던 것 같아. 뭐 학술지 주간 소식 등에 오르내릴 수준의 토픽이라면, 단순하게 지나갈 질병으로 치부하기엔 멀리 왔다는 뜻이라서. 그리고 나는 메르스 때도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때도 이런 뉴스레터들을 받아봤는데 그때는 이렇게 국제적으로나 과학계 전반으로 이 정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걸 생각해 볼 때, 더더욱이 눈앞이 아찔했던 것 같아. 그리고 든 생각은, 쉽게 끝나기도 어려울 것 같고 바이러스 자체가 참 까다롭겠다 싶어서 매우 염려스러웠어.
은혜> 나는 겨울 학기에 북경에서 교환학생을 했기 때문에 벨기에 본교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한국에 방문했었고 모든 짐은 중국에 남겨둔 상황이었어. 금방 종식하겠지 생각하며 한국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더니 중국발 벨기에행 비행 편이 취소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하기 무섭게 인천발 중국행 비행 편까지 취소되더라구. 내 모든 짐은 학교 기숙사에 있고 곧 벨기에에서 마지막 학기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주 막막하더라고. 당시에는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짐작조차 못하는 상태였는데 학교 기숙사에서 전해온 답변은 청천벽력 같았어. 절대 입국을 하지 말고, 사정이 있어 와야 한다면 예외 없이 2주 동안 격리하라는 거였어. 지금 들으면 웃기겠지만, 그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격리’라는 말은 굉장히 생소했고, 같은 상황에 놓인 교환학생 친구들은 학교 측의 이런 결정을 반인류적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어쨌거나 나는 학교에 사정해서 1시간 동안 기숙사를 방문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아 중국 공항의 무서운 방역 프로세스를 통과한 후 1일 당일 비자를 발급받아 택시를 타고 신속히 기숙사를 방문해 내 캐리어를 찾고 드디어 벨기에로 돌아가는 끔찍했던 48시간 미션을 수행했지.
민정>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맞아. 중국 우한에서 박쥐로 인한 변형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건, 제주도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커다란 배 위에서였어. 밝아온 새해를 자축하기 위해 다녀오자 했던 제주도 여행을 마지막으로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탈 기회는 다시 생기지 않았지. 그때 정말 잘 다녀온 것 같아. 사람들과 섞여 여행을 했다는 게 지금은 마치 꿈을 꾼 것 같아.
Q. 그럼,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코로나 관련 미디어가 나올 때 드는 솔직한 생각은?
수현> 면역력이 생긴 건지, 변이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소식 이외에 나를 동요하게 하는 내용은 이제 거의 없어. 벨기에는 당일 확진자 수보다 한 주간 증가 추세와 입원 환자 수를 더 얘기하는 편인데, 초반에는 수치로 장난치는 것만 같아서 혼자 당일 확진자 수를 꾸준히 체크했었어. 이제는 그것마저도 확인하지 않고, 정부에서 락다운을 폐지하든지 말든지, 많은 것에 확실히 무관심해졌어. 아쉽게도 말이지. 워낙 허위정보가 난무하고, 일관성이 없는 정보들이 넘쳐났기에 "숫자" 빼고는 아무것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달까. 아, 중국에서 집계한 확진자 수, 사망자 수를 생각하면 공공기관의 통계 수치마저도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게 된 건 사실이야. 허위정보는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더 가속화된 것 같은데, 의사 같은 영향력 있는 전문가마저도 터무니없는 정보를 내세우며 백신을 반대하는 음모론을 벌이는 것을 보고 그저 입만 떡 벌어졌지. 결론적으로 봤을 때, 이제는 뉴스를 접하며 열 받기보다 어이없어 할 말을 잃는 일들이 더 잦아진 것 같아. 그러면서 내가 신뢰성 있다고 믿는 정보만 찾아서 보고 있는데, 나름 선별한 미디어를 읽으면서도 예전처럼 100퍼센트 신뢰하는 미디어는 더 이상 없고, 또 내가 이러다 편협한 사고방식에 빠지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할 때도 있어. 미디어왜이래의 은혜가 쓴 글 중에 나왔던 "내 눈도 못 믿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글귀에 200퍼센트 공감이 되네. (편해졌는데 왜이래 :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너는 너를 너무 믿는다.)
유라> 나는 오히려 내가 너무 부정적인 대답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되네. 나는 점점 코로나 관련 미디어가 나오면 더 의심을 하고 바라보는 것 같아. 특히나 나는 2020년 3월, 그러니까 유럽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터졌을 때부터 코로나 진검 플랫폼에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서 파견을 갔었거든. 물론 작년 하반기부터는 병원에서도 인력 충원이 됐다고 해서 파견을 종료했었는데, 여전히 관련 소식이나 논문 등을 받아보기 때문에 더 정보를 자세하게 확인하는 것 같아. 좋게 말하면 비판적인 시각이고, 나쁘게 말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실 이렇게 된 이유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얼마 안 되어서, 페이스북에 너무 많은 낭설이 돌아다니는 걸 봤어. 심지어 내가 생명공학/의과학 계열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분들 마저,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옷을 다림질을 해서 입으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등의 낭설을 서슴없이 퍼트리시더라구. 그리고 종종 뭐 국가별 현황 비교를 하겠다며 공유하는 차트들에서, 축 스케일이 이상하게 설정이 되어있어서 완전히 해석을 할 수 없는 그래프를 놓고 소설을 쓰는 경우도 많았고. 뭐 백신의 알러지 반응에 대해서도 기존에 우리가 맞던 독감을 비롯한 타 백신들과의 비교는 하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알러지 반응이 있어서 백신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선동하는 내용도 너무 많았던 것 같아. 특히나 SNS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거짓 정보가 검열 없이 너무 쉽게도 공유가 되니까. 그런 곳에서 얻은 정보를 나에게 가지고 와서 "이렇다는데 진짜냐"고 묻는 걸 일일이 대답해주면서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민정> 지금은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재난안전 문자를 통해 어디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안내를 받게 되는데, 확진자가 몇 없던 때엔 ‘역학조사’라는 타이틀로 공개처형에 가까운 확진자 동선 공개가 굉장히 화제가 되었던걸 다들 기억할 거야.
(지금은 해당 문자에 첨부된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에 대해 알 수 있어. 이전과 다르게 동선이 모두 공개되는 건 아니더라고. 역학조사를 통해 해당 위치를 찾아가 소독을 하고 해당되는 장소에 있던 사람들을 파악 후 확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엔, 동선 공개는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
당시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움츠러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활개를 치고 다닌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고 분개한 사람들도 많았을 거야. 그러다 보니 감염에 대한 공포와 맞먹을 만큼 “몇 번 확진자”라 불리는 상황이 상상만으로도 아주 끔찍하게 느껴졌었어. 활자만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쳐도, 주변에 확진자가 생기면 누군지 뻔히 아는데 말이야. 이러한 상황이 어떠한 위화감을 조성해 개개인의 행동에 더욱 조심성을 요하게 된 건 분명 맞아. 한데, 당시 확진자 관련 기사를 접할 때면 한편으로 매우 불편했던 건 바로 이런 연유가 아닐까?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고,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의 사생활도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해 다행이야.
은혜> 초반에는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확진자수의 증감률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었지. 지역별 확진자 수를 확인하기 위한 코로나 지도도 만들어지고 어느 나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우리 모두의 관심사였어. 하지만 이제는 지하철 역사 스크린에 대문짝만하게 확진자 수가 표시되어 있어도 눈여겨본 적이 없고 내가 직접 검색해 본 것도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야. 이 팬대믹이 이제는 우리 생활 속에 안착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1편에서 말했듯이 마스크를 쓰는 것 역시도 이제는 우리 모두의 '오늘의 룩'에 포함되어 버렸다는 게 씁쓸하지만 바이러스와의 동거는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어. 코로나가 아니라도 앞으로 우리는 계속 유행병에 노출된 삶을 살 거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 윌터의 상상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의 이런 상상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솔직히 흠칫 흠칫 두려워질 때가 많아.
Q. 각국의 대응 방식 중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가장 인상 깊은 대응방식은? 그리고 그 이유?
유라> 벨기에는 초반에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를 집계하는 방법이 좀 다른 국가와는 다른 노선이었어. 1차 팬데믹 때, 유독 한국 언론에서 벨기에 상황이 국가 규모 대비 너무 나쁘다고, 숫자만 보고 호도하는 경우가 허다했거든. 벨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집계할 때, 오버 카운팅(Over-counting)이라는 방법을 택했어. 쉽게 설명을 해 보자면, 이제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전에 사망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잖아? 이렇게 되면 아무리 폐렴이나 호흡기 문제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부검을 하지 않는 이상 사망 원인을 밝히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이런 경우를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를 했어. 그리고 특히 양로원같이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모여 사는 기관의 경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서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도 코로나19 확진자로 일단 집계를 했다고 해. 왜냐면 유럽은 2019년 말만 해도,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거리가 가깝지 않아서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준비를 해 놓지 않았거든. 그래서 어느 정도 대처할 능력이 될 때까지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집계했다고 하더라. 뭐 차라리 축소하고 숨기는 것보다 이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어.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를 과하게 집계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었어. 의료진은 물론, 장례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부담이 심했다고 하더라고. 나중에는 소피 윌메 총리가 브뤼셀 소재의 CHU Saint-Pierre 병원에 의료진들을 독려하려고 방문했을 때,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들이 총리를 향해 등을 돌리는 시위를 했다고 하니,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좋다고 했겠지만 내가 코로나19를 직선에서 감당해야 하는 의료진이었다면 또 다른 생각을 했겠지 싶어.
민정> 우선, 아주 초반엔 누구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불안감으로 다가왔어. 때문에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이동하고, 되도록이면 외출을 자제했었지. 이런 불안한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평소보단 많이 불편하지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정말 마스크뿐이더라고. 언론에서도 마스크와 거리 두기를 많이 강조했었고. 이 두 가지 수칙만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굉장히 주의를 시켰었어. 세계 각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놓고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방역대책 지침에 잘 따라주었던 것 같아.
다시 생각해 봐도, 모두가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건 정말 잘한 것 같아. 일상생활 중 불안감을 낮춰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큰 혼란이 올 거야. 강제성을 띤 행동 규제를 통해 아주 기본적인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 같아.
수현> 팔은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대응 잘 한 나라를 얘기하자면 한국을 빼놓을 수가 없지. 민정이가 얘기한 것처럼 초반부터 마스크를 의무화한 것은 정말 말끔한 대응인 것 같아. 의무이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도록 국가에서 마스크 공급과 분배를 잘했기에 누구든지 마스크를 초기부터 잘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은 정말, 칭찬해! 동선이 과하게 공개되어 사생활이 침해된 부분을 제외하면, 역학조사 방법도 최고의 예시가 아닐까 싶어. 한국은 역학조사가 아주 효율적이었기에 당일 확진자 수에 매일같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또 그렇게 하루하루 대처를 한 덕분에 이렇게 안정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 그저 자주 오르내리는 확진자 수 (600명 넘어가면 한국은 아주 심각하게 반응하는데, 유럽은 하루 천명이 넘어도 쿨하다. 특히나, 인구 대비 600명은 많은 수도 아닌데 말이다.)와 재난문자 알림에 많은 사람들이 과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길 바랄 뿐이야.
반면, 부정적으로 인상 깊은 대처방식을 선택한 나라는 너무 많아서 딱 한 나라만을 정하기가 너무 어렵네, 하하. 유럽 국가에 있다 보니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대응 방식을 접했는데 그러면서 든 생각은, "각 나라의 상황이 아주 달라서 누가 잘했고 못했다 같은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어. 상황에 따라 전략도 다르고, 국민들의 반응도 굉장히 다르기에 정답은 없더라. 많은 것이 다르더라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나라든 가장 중요하고 필요로 하는 공통된 한 가지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것.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어.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국가 지도자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 독일은 초기 대응을 아주 잘 한 국가지만 부활절 전부터 다시 확진자가 늘기 시작해서 메르켈 총리는 부활절 휴가 동안 강력한 락다운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어. 부활절 기간 중 가족모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메르켈 총리는 이 조치를 공고하며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에게 이런 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이 꽤나 신선한 일이어서 서유럽 국가에서는 꽤 오래 얘기를 하고 메르켈 총리의 인품에 대해서 극찬을 했었지. 특히나 문제가 있어도 머리 굽힐지 모르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비교되며,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였어.
은혜>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미국의 허술한 초기대응방식이 다소 충격적이었어. 우리가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초강대국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해. 정부의 권고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 휴지나 식량 사재기, 강도 맞은 아시아 슈퍼마켓,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심화된 인종차별 역시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어. 물론 이들이 백신 조기 확보에는 성공해서 다음 주에 출근을 한다는 친구도 있지만 (물론 아직도 백신을 거부하고 집단 면역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 물론 이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구성원 모두의 인권과 안전을 소중히 하는 초기대응이 국민의 선진의식을 대변한다는 거야.
별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뛰어난 집단력은 코로나 사태에서 다시 한번 입증되었고 이 같은 아시아 특유의 집단력은 코로나 방역에는 아주 효과적이었어. 비록 초기에는 마스크나 손소독제의 수급에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뒤이어 안정을 찾았고, 우리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 착용에 효과적으로 적응했지. 정부의 K-방역 홍보는 이런 국민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