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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Dec 12. 2020

화장품 풍년 (feat. 쓰레기)

어떻게 현명하게 화장품을 소비할까

첫 글에서 나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 불편함은 마케팅 수단에 가려져 어떤 행동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력들을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을 때. 화장품이 소비되는 행태를 보는 것이 그랬다. 구매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게 만드는 저렴하게 형성된 가격과 소비자가 “어머 이건 사야 해”를 느끼게 만드는 시즌마다 바뀌는 색조화장, 소장욕을 일으키는 캐릭터와 콜라보된 패키지는, 내가 어떤 제품을 소비했는지 금방 잊게 만들고, 그 '싸고 작은' 제품이 파우치 안에 뒹굴다 결국 다 사용되지 않고 쓰레기통에 들어가도 죄책감이 들지 않게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뷰티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끔 명언처럼 사용하는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라는 글귀를 보면 나는 냉소적인 코웃음 치기도 한다. 제품들이 모두 사용되었던, 사용되지 않았던 언젠가는 쓰레기가 될 텐데,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재활용이 되어야 했는지, 혹은 재활용 과정에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만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너무 많은 로드샵 브랜드들


구매 영향력 있는 광고 모델을 섭외하기 위하여 얼마의 금액이 소비되는지, 그 소비되는 금액 중에 소비자가 기여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는 브랜드 가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구매 영향력만큼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하는 것이 구매 후 영향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구매 후 영향력이라면 다 쓰이거나 혹은 다 쓰이지 않은 화장품 용기, 화장품 성분 또는 제조과정이 초래하는 사회적, 환경적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패스트 패션이나 식품 산업에만 요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본다. 현명한 소비를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소비자가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보려고 해도,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마케팅된 상품이 타겟팅된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로 도달했을 때 “현명한 소비”는 이미 그 선택지 안에 없을 경우가 많다.


다행히 정보 불모지와 같은 상황에서도 똑똑한 소비자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 니즈에 응답하기 위한 콘텐츠나 변화를 도모하는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한 점에 희망을 본다. 우리가 계속 현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디렉터파이”가 대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콘텐츠라 믿는다. 말 그대로 착한 화장품을 만드는 좋은 브랜드들과 제품들을 소개하여 소비의 행태를 바꾼 것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에코 파이라는 동영상 목록을 개설하여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님과 어떻게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 또는 폐기할 수 있을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울 정도였으며, 모든 사람이 이 비디오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밖에도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들, 재활용 방침을 적용하여 다 쓴 용기를 가져오면 혜택을 주는 브랜드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가 있다는 점은 좋은 시사점이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디렉터파이의 콘텐츠가 실천 가능한 액션까지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먼저 소비 양을 줄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일명, 화장품 다이어트. 스킨-에센스-에멀전-로션-아이크림의 순서를 다 따르진 않더라도,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화장품을 기초로 바르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단순히,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할까"하고 물음을 던지며 하나씩 줄여보기를 권장한다. 3년 전부터 크림만 바르는데 내가 민감하지 않은 건지 솔직히 차이를 모르겠다. 그리고 주름 하나 생기면 또 어때. 그것 나름대로의 멋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피부 화장을 하지 않고, 마스카라는 정말 드물게 발라왔다. 전반적으로 화장 횟수를 줄이며 소비 빈도를 줄이니 시간적 여유, 금전적 여유가 따라오고 그리고 은근한 해방감이 드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하면 대용량이나 리필용을 구매하여 플라스틱 용기 개수를 줄이거나, 플라스틱프리 용기를 사용하려 노력하는데, 지금 사용하는 샴푸를 다 사용하면 고체 샴푸바도 써보려고 한다. (돈 버는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가 윈윈하는 이런 소비,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가 더 좋아지는 이런 소비, 안 할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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