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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Oct 14. 2022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이다.

Mahsa Amini & Roe vs Wade

애도의 글 -  Mahsa Amini

본문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여성 나아가 인간의 인권과 관련된 최근 사건을 간략히 언급하고 애도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불과 몇 달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로 앤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은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그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란에서 안타까운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되었고 또다시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뉴스보도가 있은 후  밴쿠버 아트 갤러리 광장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다

지난 9월 중순, 여성의 윤리의식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에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되었다가 구금 중 의식을 잃고 사망한 22세 여성 Mahsa Amini를 추모하며 이와 같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이들을 지지한다. 우리들의 목소리가 모여 그녀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녀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았으며 그것이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말이다.

마흐사 아미니 22세의 나이로 잠들다

이 사건은 우리의 역사와도 닮아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이 겪었던 독재정치의 잔재들. 통제를 위해서 갈고 다듬어진 정책들 - 미니스커트 단속, 장발 단속 그리고 그에 비해 가혹한 처벌. 지금은 그런 고통에서 꽤나 자유로워졌지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은 정치, 경제,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그녀가 '여성'이기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생명이 부당한 이유로 사망했고, 그 부당한 권력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구하는 사람들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있음에 분노하는 것이다. 훗날 결혼식에서 꼭 함께 춤추기로 그녀와 약속했던 아버지가 장례식에서 혼자 허공을 바라보며 딸을 느끼려는 영상을 보고 눈물을 머금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1J14oiQlAcw ) 보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말고 세상을 바꾸는 동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 소박하게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만이라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시작하는 글

주제가 잡혀있음에도 한동안 글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글을 쓰기 쉬운 주제가 아님에도 계속해서 미련을 두었던 이유는 해당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분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료조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각도로 이슈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분노를 희석시키며 ‘논리적으로 접근해야지.’ 하는 이성의 끈을 놓아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내가 이렇게 뜨거워졌던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순간들을 맞이 하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우선, 캐나다는 미국과 모든 것들이 밀접하게 돌아간다. 캐나다 정부 사이트를 방문하면 아래 영문과 같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의해놓았다.

Canada and the United States (U.S.) enjoy a unique relationship. The Canada-U.S. partnership is forged by shared geography, similar values, common interests, deep personal connections and powerful, multi-layered economic ties. Our two countries share a deep and longstanding defence and national security partnership, providing both countries with greater security than could be achieved individually. Trade and investment between Canada and the U.S. supports millions of jobs. A secure and efficient flow of goods and people across the border is vital to both countries’ economic competitiveness and prosperity.

첫 문장을 직역하자면 '캐나다와 미국은 독특한 관계를 즐긴다.'이다. 이 '독특한 관계'에 대한 해석은 하기 나름이겠지만 양국이 모든 면에서 동등한 선상에 위치하지는 않을 터이다.  당연히 지리적으로 국경이 맞닿아 있어 국가 안보를 함께 애쓴다는 점,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공유하며 무역 및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들을 창출해 낸다는 점,  그리고 나아가 함께 경제적 경쟁력과 번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점,  글을 보면 정말 완벽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 독특한 관계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캐나다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막연히 이웃나라에 일어나는 먼 얘기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Roe vs Wade

지난 5월 초부터 온 미디어에서 Roe vs Wade 법안을 뒤집는 판결문 정보 유출 관련한 내용들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길거리로 나와 실제 옷걸이 또는 옷걸이 그림들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번째 궁금증은 과연 이 사건은 무얼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심볼릭 한 옷걸이 모양을 쓰는 것인지?? 그리고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옷걸이를 들고 거리로 나오다

오래전 낙태가 불법이었을 때에는 여성들이 옷걸이를 이용해 몸 안을 긁어내거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세제를 마시는 등 극단적인 행동들을 많이 해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옷걸이를 들고 나와 다시는 그런 시절로 돌아가지 말자고 외쳤다.


1969년- 텍사스 주에 살고 있는 맥코비(Norma McCorvey)라는 여성은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주장하며 낙태 수술을 요청했으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독하지 않고 성폭행 사건으로 신고된 건이 확인되지 않아 수술을 받지 못함

1970년 - 텍사스 로스쿨을 졸업한 린다 커피와 사라 웨딩턴이 미혼 임신부 맥코비를 대신해, 원고의 신원 보호를 위한 가상의 이름 ‘제인 로 (Jane Roe)’라는 이름을 내세워 낙태죄를 규정하는 텍사스의 주법이 수정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원고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지방 검사 헨디 웨이드(Henry Wad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

이때, 텍사스 주법은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낙태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으며, 로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진 않았지만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함. 텍사스 법원이 내린 판결에 두 차례나 항소하여 최종적으로 연방 대법관 찬성 7표 반대 2표로 텍사스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이루어짐.


이 판례로 인해 수정된 주법으로 지난 50년간 낙태가 불가피한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해당 법안을 다시 뒤집기에 이르렀고, 해당 문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하였다. 낙태를 다시 불법화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며, 오롯이 그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여성이기에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여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나도 미디어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축복받지 않은 임신을 한 임산부는 잠재적 살인자라고 할 수 있겠구나. 모든 임산부는 어떤 리스크가 본인에게 닥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낙태를 해야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치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구나. 결국 그것의 짐을 짊어지는 것은 임신과 출산의 몫을 해내는 여성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의 퇴보하는 결정에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이 법을 뒤집는다는 이야기는 곧 낙태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헌법적 보호를 폐지함을 의미하며, 이 것을 시작으로 50개 주 중 절반 이상의 주들이 줄줄이 낙태를 불법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이는 곧 낙태를 필요로 하는 임산부는 원정 낙태 여행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하고 저소득층에서의 낙태율이 높은 통계치 보자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함이 뻔해 보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거꾸로가는 로

대망의 날

6월 24일, 공식적으로 미국 연방 대법원이 Roe vs Wade 판례를 뒤집으며 폐지하였다. 이날 대법관들은 임신 24주 내 낙태를 합법으로 규정한 Roe vs Wade 판결을 ‘미국 헌법이 낙태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하였다.


여론

미국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퍼센트가량이 이번 판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스포츠 연예계 정치계 각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아래와 같이 유감을 표했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 -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수년간 반대해온 법관들로 대법원을 채 운 목표가 바로 이것””이제 이것이 민권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한 대법원의 유일한 시도가 꼭 아닐 것임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제 매우 고통스러운 일들이 많을 것이고, 여성들은 죽어갈 걸””미국은 정말이지 벼랑 끝에 있다”


밴드 그린데이의 리더 빌리 조 암스트롱- “빌어먹을 미국, 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며 영국으로 이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머라이어 캐리-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자신들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앗아가는 것을 보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러웠다”


여러 국제 유명 인사들이 의견을 표명하던 글 중 하나가 나의 눈을 이끌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미국에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법적 권리를 상실하게 된 수백만 미국 여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어떤 정부도, 정치인도, 남자도 여성에게 그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논할 수 없다.”


해당 판결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해당 법에 시위하였고, 그들의 우려하던 바와 정확히 일치하기라도 하듯 그다음 날 바로 다른 각각의 주들이 관련 법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수정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너무 거세진 여론 탓인지 눈치라도 본다는 시늉을 내는 듯, 반박할 수 있을만한 부분들에 디테일을 살피곤 조금 너그러운 법안을 내어 놓는 주도 있었다. 반면에 원정 낙태를 처벌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으며, 임신중절 약물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혹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위험한 불법 시술 또는 부작용이 있는 민간요법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판례가 뒤집히고 머지않아 10세 아동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중절 수술을 하지 못하는 실제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암에 걸린 임산부의 항암치료에도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현재 이 판결이 정치적 배경에 의해 존폐 결정이 이뤄졌다 믿고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진실

자료를 정리하면서 뒤통수 맞은듯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최초의 여성 자기 결정권을 인정받은 제인 로 (노마 맥코비)는 근친상간, 강간 등 불우한 환경에서 아기를 이미 2번이나 출산했으며 모두 입양을 보냈다. 해당 소송 중에는 셋째 아이를 임신 중에 있었고, 소송 중 출산하여 또 입양을 보냈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낙태가 불법인 텍사스로 이주하게 되었고, 안전한 낙태를 위해 강간당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낙태를 시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94년, 그녀는 “ I am Roe.”라는 책도 발간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21년간 낙태 옹호와 여성인권운동을 벌이며 동성과 결혼하였고 진보적 여성인권의 상징이 되었지만 동성파트너와 헤어진 후 22년간은 크리스천이 되어 낙태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2016년에 사망하기 전 “낙태 반대 교회에게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올해 3월 5일 타임지는 제인 로를 “위대한 여성 100명”중 하나로 선정했다.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으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타임지는 발표했다.


미국을 흑백으로 가르는 이 사건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여전히 시끄러운 이슈이다. 보수와 진보 정당이 해당 낙태법을 하나의 정치적 공약으로 생각한다는 부분과 법조계가 이러한 정치와 연결되어 디테일을 간과한 채 무리하게 수정해버린 법안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여성인 것이다. 물론 낙태로 인해 처벌받는 이는 낙태를 도운자(가족 또는 지인), 시술한 자(의사)도 포함이지만, 생명경시라는 부정한 의미를 담은 “낙태”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은 본인의 자율결정권이 있는 한 인간이자 여성인 것이다.

2022년 10월 8일자 업데이트 - 좌: 현재 미국내 각 주 낙태관련법 맵핑 / 우 : 현재 4개 주에서만 여성권리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수 있음을 보여줌


[참고한 자료 및 출처]

커버 이미지 :https://agentsoffandom.com/the-overturning-of-roe-v-wade-a-feminist-analysis/ 

Mahsa Amini 사진 - https://iranhumanrights.org/2022/09/mahsa-amini-is-another-victim-of-islamic-republics-war-on-women/

밴쿠버 시위 현장 사진 - https://www.vancouverisawesome.com/local-news/iran-vancouver-protest-mahsa-amini-5871037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 :https://www.international.gc.ca/country-pays/us-eu/relations.aspx?lang=eng

Politico에 유출된 미 대법원의 판결문 초안 첨부 (영문원서 총 98페이지 초안)  : https://www.politico.com/news/2022/05/02/supreme-court-abortion-draft-opinion-00029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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