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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Sep 19. 2022

정치권의 남녀 비율 50대 50

실현 가능할까요? 네. 벨기에에서는요.

외이례라는 작가명 아래, 한국의 구씨, 캐나다의 백씨, 벨기에의 정씨가 함께 페미니즘이라는 큰 틀 안에서 글을 쓴지도 반년이 훌쩍 지났다. 우리는 영상통화로 다뤄 보고 싶은 큰 주제들을 상의한 후 그 큰 주제 안에서 각자가 소주제를 정하여 글을 쓰고 있는데, 이번 편에서는 각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이슈가 되는 일을 글로 써보자고 결정하였다. 현시점에 이슈화되고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벨기에 정부를 소개하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나는 작고 작은 이 나라, 벨기에 정부 따위 한국에서 큰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내가 한 번쯤 언급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래 사진은 2020년 12월에 출범한 벨기에 정부의 공식 사진이다. 이 사진을 유심히 봐보자. 어떤 점이 눈에 띄는가?

2020년 출범한 벨기에 정부 공식 사진, 남녀 비율이 반반이다는 것이 인상적이지 않은가. (출처 : BELGA)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벨기에에는 왕이 있고 사진 정 가운데 파란 정장을 입고 있다. 그 외, 모든 장관, 수석 비서들은 총 20명인데 출범 당시 정확히 남녀 비율이 5대 5였고, 2년 동안 변화가 있어 현재는 11명의 여성 9명의 남성으로 정부가 구성되어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혹자는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고 해서 꼭 남녀평등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선진국들의 행보를 보면 정치나 기업 채용 시 할당제를 주어 여성들의 참여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진 기회가 현저히 낮았기에, 할당제로 의무적으로라도 여성의 정치, 산업에 대한 전반적이 참여도를 높여 선순환적인 영향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정부나 기업 레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남녀평등을 위한 조치라고 본다.


할당제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체의 여성의 사회, 정치 참여도는 여전히 낮다. (출처: debatingeurope.eu)


그럼, 벨기에 정부는 어떤 법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려고 하는지 알아볼까.

처음으로 1994년 할당제가 도입되었는데, 이 당시 할당제는 한 성별이 전체 후보자의 4분의 3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연방, 지역, 시 단위에서 1999년부터 할당제를 도입했고, 이때의 할당제는 한 성별이 전체 후보자의 3분의 2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최종적으로 2002년에 후보자의 성 비율이 절반이 되어야 한다는 법이 제정되면서 할당제는 계속 개선되며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후보에 국한되던 할당제는 정부 의석 할당제로 넘어가 2019년부터 왈로니아 정부는 한쪽 성별이 꼭 3분의 1에 해당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였다. 참고로, 벨기에는 왈로니아 (불어권) 정부와 플레미쉬 (네덜란드어권) 정부로 나누어져 두 다른 언어권이 다른 정부의 지휘 하에 운영되고 있다.


물론, 할당제에 따르는 문제점들도 있긴 하다. 무조건적으로 성별의 비율이 반반이 되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는 정당에서 여성 후보자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또, 이런 이유로 가끔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후보자가 나오기도 한단다. 나는 리서치를 하면서 이 세상이 정말 격하게 남녀라는 두 가지 성별로 나뉘어 있구나 싶었고 이것마저도 더 이상 시대의 변화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남성을 위한 의견을 옹호할 거라는 생각,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적으로 여성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여성들에게 더 좋은 예시가 되어줄 거라는 생각이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한다. 남녀 프레임을 벗어나서도, 사회계급, 수입에 따른 차별, 지역 군에 따른 의견 차이 등등, 우리는 현재 많은 다른 기준으로 분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만족하겠느냐고?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성별에 따른 할당제가 정치권에 적용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단계이다. 우리는 앞으로 넘어가야 할 산이 많음을 인지하고,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가, 현시대 소외계층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서두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벨기에 정부 출범 당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이슈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초로 성전환을 한 여성이 장관으로 임명된 것인데, 다양성을 반영하는 정부의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의 시작에서보다 오히려 마무리 단계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럼,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떨까. 정부의 여성 참여도에 대해서나 여성 정치인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서 기사화된 것을 읽다 보면 그저 암담한 심정이다. 정치권에서의 평등뿐만 아니라 사회 참여도 수치를 살펴보면 쓴웃음만 짓게 된다.

군 의무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에게 3000만원씩 주자고 제안했던 이낙연 대선후보

문득, 대학 졸업 시즌, 공개 채용을 준비하던 때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공채 프로필을 작성하며, "여성-군면제" 사항을 입력하면서 가슴이 슬쩍 쓰려오던 그때. 우리는 군 가산점 제도가 얼마나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 채 그저 한줄기 희망의 빛이 내 이력서에 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군 가산점 제도는 현재 폐지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 대선에서 많은 대통령 후보자들이 군 복무를 마친 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가산점을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았다. 여성을 더 뽑기 위해 할당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러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더 읽을거리

준서민서패밀리 브런치 - 여성의 정치 참여 : 사회 참여가 먼저다 (brunch.co.kr)

아름다운 사람들 네이버 포스트 - #2. 남녀 페어 입후보제도가 있다고?

한겨레 기사 - 동료 정치인에 “암탉 울면 망해” “가시나”…뭐? 아직도 이런 말을 : 한겨레 (hani.co.kr)

중앙일보 기사 - 군가산점, 여가부 폐지…이준석號에서 잇따라 ‘이남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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