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술가의 일지 29

여름 : 우울 감기


항상 날 괴롭히던 건 ‘무기력’이었다.

이번에도 발목을 잡는다.

긴 감기 같은 우울증을 겪고 있다.

그래서 겨우 이렇게 나와 일기를 쓴다.

블로그 같은 일들이 쓸 데 없는 일이라고 느꼈는데

(글쓰느라 바쁠 때는)

이렇게 ‘우울감기’가 찾아올 때 보니,

우울 감기 찾아오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집안일 하는 것도 힘들도,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다.

어제는 명품 지르려다가 겨우 참았다.

(그것 말고 지른 것들은 많음!)

당황스러울 정도로 오기도 없고, 의욕도 없다.

최근 이곳에 감히 이야기할 수 없는

집안에 너무 큰 일이 생겼다. 그래서 더 무력해졌다?

나의 희망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글을 쓰는 일이란

나에게 ‘희망’을 찾는 일과 같다고 했던 것 같다.

정말 그렇다. 가장 큰 욕망 하나는

그저 글을 잘 쓰는 것뿐이다.

이상하지. 그저 때때로 글이 나를 살게 한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자’

그 세계조차 내 맘대로 되는 건 없지만…

어떻게든 그 인물에게라도 ‘희망’을 줘야겠다.


오빠에게도 말했다. 꿈도 아니었는데..

어째 이 글을 쓰는 일이 간절해진 것일까?

작가가 되는 일 당연히 바라지만,

너무도 무수히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되지 않았기에,

딱히 간절함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행동’이 중요할 뿐.


내가 간절하게 느껴지는 게 늘 바꼈고,

지금도 바뀐 것처럼..그냥 계속 바뀌니까..

그냥 눈앞에 것을 해내는 것이 제일 간절하다.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제일 간절하다.


그래도 이렇게 밖에 나오니,

목표와 계획이 간만에 정리가 된다.

힘들고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내가 더 힘들 때, 그 누구도 만나고 연락할 힘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더 안으로 파고 들어 글을 쓰는 일 뿐이다.


이상하지.

진짜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글쓰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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